[속초 살이 6년 차, 전입 신고합니다]
속초는 나의 20대 청춘의 여행지였다.
여름마다 친구들과 복작 지껄하며 버스로 6,7시간 달려 찾았던 곳이다.
이제는 맘만 먹으면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은 핫한 지역으로 새로운 바람을 맞고 있다.
지금부터 6년 전 2월의 어느 추운 겨울날, 서울에서 속초로 이사 왔다. '이 낯선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설렘보다는 어두운 마음이 나를 짓눌렀다. 서울에서도 신촌 중심지에 살았다. 밤이 되면 불빛도 없는 인적이 드문 이 도시가 무서웠다. 특히, 새로운 시작을 위해 온 '이방인'을 보는 주위의 시선도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언니 가족보다 1년 늦게 이주해서 같이 건물을 짓고 카페의 문을 열며 바쁘게 살다 보니 벌써 5년이 훌쩍 지나갔다.
'속초'를 선택한 건 가족 모두가 '바다'를 정말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속초에서 고성까지 이어진 낭만가도 길인 옥색 바다가 펼쳐진 등대전망대가 있는 곳은 앉아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위안을 주었다.
우연히 굽이굽이 한 길을 지나다 만난 바다를 끝내 잊지 못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속초는 시청을 기점으로 승용차로 30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를 걸어도 설악산을 볼 수 있고,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몇 년간의 난개발로 시야가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옛것과 현재가 공존하기에 더 이상의 변화보다는 속초 다움을 남기고 오래 보존했으면 좋겠다.
'코시국'에 다른 곳으로 여행 가기보다는 작년부터 속초 길을 구석구석 걷다 보니 애정도 쑥쑥 쌓여갔다.
일만 할 때는 몰랐는데 집에서 5분이면 만나는 영랑호의 사계절을 보며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넉넉한 마음에 머릿속에서 맴돌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 전, 오랫동안 보지 못한 반가운 친구의 전화가 왔다.
"요즘 어때? 잘 지내고 있는 거니?"
"나, 글 쓴다. 여기저기 걷고 다독이며 내 마음속을 풀어보고 싶어."
"잘 됐다. 공기 좋은 곳에서 네가 좋아하는 바다를 보니 이제 꿈을 이루는구나."
꿈은 꿈으로만 남을 줄 알았는데 이제 그 꿈을 시작하는 내가 조금은 쑥스럽다.
나의 막연한 꿈이 여기로 와서 많은 물질적인 생활을 포기하니 덤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옷도 유행에 좇지 않고 편하게 입고 봄에 피는 벚꽃길을 걸으며 행복해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다를 보니 언제부턴가 삶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조금 부족해도 하나, 둘씩 '내려놓다'보니 불편하지 않다.
내가 바다로 자주 여행을 다닌 건, 끝없는 바다를 '그리운 엄마의 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그 바다가 나를 반겨준다.
집에서도 바다를 만날 수 있는 낭만적인 속초를 나는 떠나고 싶지 않다.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열어준 속초가 아직은 좋다.
난 이곳을 여행하듯 살고 싶다.
벌써 여행은 시작되었고
오늘이 아니면,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거 같아
느려도 멈추지 않고 구석구석 사람 냄새를 맡으며 이곳, 속초를 느낄 것이다.
속초 시민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ㅇㅋㅅㅊ' 소식지 5월호 '전입 신고합니다' 코너에 실린 글이다.
A4 한 장으로 '지난 6년을 어떻게 담아야 하나'하는 생각에 첫 시작과 지금의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갔다.
기억 소환으로 쓰다 보니 갑자기 울컥하기도 했고 '내가 여기에서 잘 살고 있는 건가'하는 물음을 다시 던져보기도 했다. 바다를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좋은데 솔직히 많이 외롭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혼자 있는 사람처럼 또 다른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속초 살이 6년 차로 이제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나를 다독이며 살아 볼 것이다. 끝이 있으면 다시 시작이 있듯 나의 낯선 여행을 천천히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