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게임화, 게임의 일상화
성인이 되고 언젠가부터
내가 물건이나 음식을 다루는 행위를 보고 가끔
꼼꼼하다, 알뜰하다고들 말해준다.
그런 말을 들으면 좀 낯설다.
이 정도가 알뜰하다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떠하다는 걸까?
사실 안 알뜰한 모습들이 매우 일반적이긴 하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의 이러한 행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였고, 내가 딱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근검절약하시는 어른들의 모습이 있었고, 낭비하는 것은 뭔가 허무한 행위로 인식되어 있었다. 신기하지만... 아끼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것을 계속 경험했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 집이 엄청 가난가난했던 건 아니고
엄청 부자부자도 아니고
엄마가 알뜰하게 살림하신 것 같기는 한데
사실 그때에는 많은 엄마들이 그렇게 알뜰살뜰 살림하셨던 것 같다.
비닐봉지도 다시 쓰고 또 쓰고, 걸레도 옷 해진 걸로 걸레 해 쓰시고 등등 그보다 더 알뜰한 모습을 보여주셨고
또한 내가 물건을 아끼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물건도 다른 생명체처럼 소중하다는 인식이 다른 사람보다 강한 것 같다.
생명체가 좀 더 우선순위에 있지만,
비생명체도 아무튼 어떠한 '존재'로서 내 앞에 있고 그 가치가 있다.
내 앞에 있는 세상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있으며 내가 잘 살아가도록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
나중에 어디서 주워들은 불교 교리에서 이 세상 모든 이가 보살님이라고 하시는 그런 말씀과도 좀 맥락이 이어지지 않나 싶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의 어느 때부터 점점 되도록 끝까지 쓰거나 하는 방식의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지금은 그것이 나의 삶의 일상에서의 순간순간의 챌린지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래서 더욱 일상이 지루하지가 않기도 하다.
물건 정리할 때에, 이 물건 끝까지 다듬어주기를 얼마나 끝까지 하나, 얼마나 깔끔하게 하나, 얼마나 빨리 하나의 스스로의 게임을 만든다.
아끼는 행위가 답답하고 구질구질하게 보인다는 인식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일상을 꾸려보면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내만의 방식대로 정리를 하고 물건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오롯이 나만의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을
느껴보자고 하고 싶다.
나 혼자의 방, 작업실, 혼자의 시간에서는 자유롭게 그러고 있고 재미있어하는데
이런 일상을 한 번 해 보라고 살짝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안내를 하기가 참 쉽지 않다.
책으로? 영상으로? SNS로??? 해 보려고 하면 머리가 멍 하기도 하다.
쓰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정리하다 보면 또 다른 것이 생각나서 쓰다 말기도 한다.
사실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같이 생활하고 일하고 접하는 것인데
이러한 모습은
저거 하나 갖고 왜 저리 시간이 걸리나, 라던지 뭐 혼자 저러고 있나 할만한 모습일 것이어서
게다가 다른 사람과 있을 때에는 안 그런다. 나 혼자 있을 때만 그런다.
그래서
대략 같이 일하거나 하면서 접해도 나의 이런 사소하면서 중요한 모습을 보기 힘들 것이다.
암턴
아껴 쓰는 삶은 매우 의미 있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지구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