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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Jan 09. 2022

고통을 통한 확장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와 하타 요가

 오늘은 새로운 요가원에 가서 일일 수련을 했다. 춤을 추는 듯한 빠른 흐름이 좋아 빈야사 요가를 주로 해왔는데, 요가의 매력에 깊이 빠지면서 호흡에 집중하며 천천히 아사나를 완성해가는 하타요가에도 관심이 생겨 근처의 하타 요가원을 검색하다가 가게 되었다. 수련은 90분가량 진행되었는데, 아주 천천히 한 자세에 머무르고, 몸과 마음에 생기는 떨림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도 마음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호흡에 집중하고, 확장된 마음과 몸으로 또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를 반복하였다. 선생님은 요가는 아사나를 완성하는 게 목표가 아닌, 완성해나가는 과정 자체라고 하셨다. 과정에는 분명한 고통이 동반되었지만, 수련이 끝난 후에는 가슴 속에 해방감과 행복감이 차올랐다. 선생님이 내려준 보이차를 마시며 다른 수련생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세차를 하고는 가뿐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정한아 작가의 <술과 바닐라> 속의 단편 <고양이 자세를 해주세요>에서는 남편과 이별을 한 후 요가를 시작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남편과 같이 살던 아파트에 그대로 살며 폐인처럼 배달음식만 시켜 먹던 그녀는 우연히 집 앞의 요가원을 다니게 되고, 그곳에서 요가를 하며 치유를 받고, 자신의 고통 안에 매몰되는 걸 넘어서서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 소설집의 마지막에 실린 이 소설에 대한 대담에서 작가님은 요가를 '고통을 통한 확장'이라고 표현을 하였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고통을 형해 나아가 확장되는 경험. 나에서 시작하여 타인으로까지 확장되는 과정. 그 말은 내가 생각한 요가의 본질과 일치한다.


요즘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들은 인생이 손에 잡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두려워서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어떤  가지면 행복을 득할 수 있다고 믿는  같다. 하지만 어떤 것을 가졌을  행복할 확률이 70%이라고 해도, 내가 30% 해당될지 70% 해당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인생은 B D사이의 C라지만, 나는 C 선택하고 수행해나가는 과정 속에 인생에 있다고 믿는다. 선택이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으며, 선택을 하고 나서도 인생은 계속되어간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요가는 몸이란 수단으로 이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운동이다. 삶이란 흐름을 타며 불확실이란 파도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단단한 마음과 몸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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