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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Nov 14. 2023

아기돼지 삼 형제 스토리로 IB PYP 수업 이해하기

IB & KB 교육과정 실제 개선방향 탐구 (4)

IB를 공부하면서 중요한 것은 ‘개념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IB 관련 강의와 텍스트에서는 ‘개념’이라는 개념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개념’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개념이라는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도 많이 쓰는 용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몇 주 전부터 공부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개념이 뭐지?’하는 의문이 들었고, 교육과정과 IB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이걸 명확하게 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념이란 무엇인가’를 제목으로 글을 한 편 써보면서 정리를 해보려고 했으나, 여러 문헌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들을 봐도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글은 다소 오랫동안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 


IB PYP 수업 설계에서도 ‘개념’이 매우 중요하다. IB PYP의 하나의 단원 설계인 UOI(Unit of Inquiry)에 들어가는 주요 요소 중에는 핵심 개념(key concepts)과 관련 개념(related concepts)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IB 핵심 개념에는 형태(form), 기능(function), 원인(causation), 변화(change), 연결(connection), 관점(perspective), 책임(responsibility)의 7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핵심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 이 7가지 만을 나열해 주면 그저 ‘그렇구나,’ 하게 되고 핵심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관련 개념은 ‘핵심 개념과 연계되면서 교과 영역으로부터 추출 가능한 미시적 개념’이라고 설명이 되는데, 관련 개념의 경우 IB에서 따로 제시하고 있는 목록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 관련 개념을 설정하는 데에서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IB 관심 학교나 후보 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관련 개념을 적절하게 설정하기보다는 ‘내용 요소’를 나열하는 경우가 나타나게 된다(임유나, 2022).  IB 외에도, 2022 개정 교육과정 또한 개념기반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교육과정의 구성 요소별 내용 관련 지침의 제시 방법에 있어 ‘내용 요소’를 반복적으로 나열하고 있거나 실행 측면에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김은영, 2023)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7가지 핵심 개념을 가지고 IB PYP에서 도대체 어떻게 수업을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가지고 살펴보면 개념 기반 수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기돼지 삼 형제> 스토리를 빌려 온다.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엄혜숙, 2004 역).

아기 돼지 삼 형제가 살았어요. 하루는 엄마 돼지가 말했지요."얘들아, 이제 너희는 다 컸다. 나가서 집을 지어 살려무나." 첫째 돼지는 노는 걸 좋아했지요. 하루종일 빈둥빈둥 놀다가 지푸라기로 후다닥 집을 지었어요. 둘째 돼지는 먹는 걸 좋아했어요. 하루종일 냠냠 쩝쩝 먹다가 나무로 후다닥 집을 지었어요. 셋째 돼지는 부지런했어요. 설계도를 먼저 그린 다음에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지었어요. 첫째 돼지 집에 배고픈 늑대가 다가와서 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했어요. "작은 돼지야, 나 좀 들여보내 줘." 첫째 돼지는 절대로 들어올 수 없다고 했지만 늑대는 훅 불어서 짚단 집을 휙 날려 버렸어요. 첫째 돼지는 둘째 돼지 집으로 도망갔어요. 곧 둘째 돼지 집에 배고픈 늑대가 다가와서 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했어요. "작은 돼지야, 나 좀 들여보내 줘." 둘째 돼지는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늑대는 훅 불어서 나무집을 휙 날려 버렸어요. 첫째 돼지, 둘째 돼지는 셋째 돼지 집으로 도망갔어요. 곧 셋째 돼지 집에 배고픈 늑대가 다가와서 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했어요. "작은 돼지야, 나 좀 들여보내 줘." "안 돼, 안 돼, 절대 들어올 수 없어." 늑대는 훅훅 불었지만, 벽돌집은 끄떡없었지요. 늑대는 화가 엄청났어요. 늑대는 지붕 위로 올라가서 굴뚝 아래로 내려갔어요. 그러다가 그만 펄펄 끓는 냄비 속으로 풍덩 빠졌지요! 늑대는 깜짝 놀라 도망갔어요. 아기 돼지 삼 형제는 모두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지었어요. 그리고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이 스토리를 함께 공유한 후 핵심 개념에 기반한 수업이 시작된다. 먼저 ‘형태(form)’라는 개념을 다룬다. 여기서는 ‘이게 뭐지?’와 같이 대상의 정의를 다룬다. <아기돼지 삼 형제>에서는 먼저 ‘각 아기돼지들의 집은 어떻게 생겼지?’라는 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각 대상의 형태에 대해 다시 한번 유심히 생각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기능(function)’의 개념을 다룬다. 여기서는 대상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같은 목적과 역할을 다룬다. <아기돼지 삼 형제>에서는 ‘잘 만들어진 집은 안전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기능을 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변화(change)’에서는 지금 다루고 있는 대상의 현재 상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변화되어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으며 미래에는 어떻게 되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루어 본다. 이 개념에서는 어떤 대상이든지 역사교과와 연계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아기돼지 삼 형제>에서는 집을 주 소재로 하고 있으므로 , ‘ 집은 시간에 따라서 어떻게 다르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아이들은 선사시대부터 포스트모던 시대까지의 집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아이들이 역사공부를 흥미를 가지고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무조건 시간 순서에 따라서만 배워야 하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과관계(causation)’이라는 핵심 개념을 다룰 때에는 대상이나 사건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각각의 아기 돼지는 왜 그렇게 집을 지었지?’, ‘늑대는 아기 돼지들의 집을 왜 날려버릴 수 있었지/없었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가장 결여되어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6.25. 전쟁을 다루는 부분에서 교과서 텍스트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남한을 기습적으로 공격하였다. 갑작스러운 북한의 침략으로 국군은 3일 만에 서울을 빼앗겼다(천재교육 5학년 2학기 사회, 2023학년도 전시본).”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지 학생들은 어떠한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맥락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없다. 이를 콘텐츠로 ‘인과관계(causation)’이라는 핵심 개념을 통해 수업을 한다면, ‘6.25.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은 이에 대해 심도 있게 탐색해 보게 된다.


 ‘연결(connection)’이라는 핵심 개념을 다룰 때에는 대상을 연결고리들을 가지고 다른 대상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의 집의 형태와 기능은 이러한데, ‘집’이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다른 동물들의 집은 어떠한지 질문해 볼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생태계 교육으로 연결된다. 


 ‘관점(perspective)’에서 이제 아이들은 학습한 개념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기회를 갖는다.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집을 지을 것인지,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 것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갖게 되고 학습하는 내용들이 자신과 관련 없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임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될 것이다. IB PYP 전체 과정의 궁극적인 목적인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얻게 된다. 


 마지막으로 ‘책임(responsibility)’에서는 앞서 자신이 가진 관점에 대하여 자기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와 세계, 지구를 모두 고려하는 선택을 하도록, 사회 성원이자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갖도록 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환경을 해치지 않는 집을 지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와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세계 시민 교육, 환경 교육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IB도 그렇고 (표방하기로는) 2022 개정 교육과정도 그렇고 우리는 왜 교육에서 ‘개념’에 집중하는 것일까? 정보화 시대로 도래하고 세상에 지식이 넘쳐나다 보니, 이제는 지식을 아는 것이 다가 아니며 오히려 지식으로 무너지게 되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지식 교육을 넘어서는, 지식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다루는 교육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것을 우리는 ‘개념기반 교육(과정)’을 통해 찾아볼 수 있던 것이다. 이러한 개념 기반 수업에서 사용되는 주제는 특정 주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깊고 넓은 주제, 얕고 가벼운 주제가 모두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각 개념별로다 사실 매우 다양한 질문이 가능한데, 교사들마다 다른 질문을 구상할 것이며, 또한 아이들도 수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요구되는 능력인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은영(2023). 개념기반으로 설계된 교육과정 분석.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엄혜숙(2004). 아기돼지 삼 형제. 대한교과서.

임유나(2022). IB PYP 학교 탐구 프로그램 분석 및 도입 양상 유형화. 교육문화연구, 28(3), 399-429.


배경그림 출처: https://www.carloscamara.es/en/blog/2019/09/05/the-three-little-pigs-is-a-fairy-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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