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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an 11. 2023

지속가능한 교육에 대한 희망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IB 이야기

2022년 11월 23일 경기도교육청 의정부가정교과교사연구회 교사들을 대상으로 <가정교사의 IB교육 신드롬 대비 프로젝트> 2시간 강연을 진행했던(따라서 꽤 깁니다..) 내용을 각색한 글입니다. IB를 주제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총망라한 것으로 다른 글들과 겹치는 내용이 다소 많습니다. 기출문제 예시, 수업 내용 예시는 모두 관련 서적에서 발췌하고 출처를 표기했습니다.




필자는 국내 상위권 대학의 학업코칭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학업코칭이란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찾아와서 1:1, 그룹 등의 형태로 도움을 받으며 학업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좁게는 성적을 올리는 것에서 학업 동기, 시간관리, 진로 탐색, 인간관계 등 학업과 대학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다루게 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나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대학만 가면 꽃길이 펼쳐진다는 환상을 심어주게 되기도 하는데 결코 대학에 보내는 게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가 인생의 시작이다. 입시라는 것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하나의 연결고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연결고리를 지나 진짜 성인기가 펼쳐질 때의 인생을 대비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학업코칭을 찾는 학생들 중에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꼭 4.5점 만점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으나 가장 심각하게 다루는 학생들은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들이다. 밖에서 이런 일을 한다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그 대학을 간 학생들이 학사경고 도대체 왜 받냐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렇게나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 놓고, 공부를 "못", 혹은 "안"하는 걸까? 정말 많은 이유가 있는데,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잘못된 전공(진로) 선택을 한 경우이다. 전공 선택을 잘못한 데에도 여러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의견이 전혀 없이 부모가 일방적으로 전공을 정해준 경우이고 또 하나는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진로를 정한 경우이다. 학사경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제로 다수의 학사경고 학생들은 입시 준비 시절 스스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거나 정보를 찾을 기회가 없었고, 따라서 부모님의 의견을 따랐다고 이야기했다. 원서접수를 아예 부모님이 다 해버린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자신이 어디에 지원을 했는지를 시험을 보러 가서야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설령 스스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대학에 진학해서 실제 공부하게 되는 내용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인 것을 경험하는 학생들도 있다. 어렴풋하고 부족한 정보들만 가지고 진로를 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그동안 공부한 교과목을 바탕으로 이름만 보고 대충 예측해서 전공을 선택하곤 한다.


둘째, 스스로 자기 생활 및 시간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경우이다. 대학에 들어오기 이전까지는 부모님과 학교가 자신의 스케줄을 모두 짜주고, 아침에 깨워주고, 차로 바래다주고, 밥때 밥 먹여주고 하니 스스로를 관리할 필요가 없이 주어지는 것만 수동적으로 하면 되었는데, 완전히 수동적인 삶을 살다가 갑자기 생활을 온전히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 와서 부모님 집에서 나와 기숙사 생활이나 자취를 하는 경우 이런 경우들이 있는데, 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 관리가 안 되니 학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셋째, 성격적 요인으로 학업이 어려운 경우이다. 이 유형의 학생들은 실제로 공부를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성격적 요인도 또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완벽주의이고, 또 하나는 고집스러움이다. 완벽주의적 성향의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100% 완벽하게 하지는 못한 경우 A+를 받지 못할 것이 두려워 아예 시험을 보러 가지를 않는다. 과제의 경우에도 과제를 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해 B를 받을 바에야 아예 제출을 안 해버린다. 이 학생들은 100점이 아닌 것은 모두 0점이라는 흑백논리에 빠져 있는 것이다. 또 공부를 잘 해온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그동안 고수해 온 공부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방법을 고집하는 경로의존성에 빠지기도 한다. 그 방법을 통해 지금까지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에 더욱 벗어나기가 힘들고, 또 자신이 잘못된 방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힘들다. 대학 공부는 고등학교 때까지의 공부와는 다른 차원이다. 지식의 폭이 훨씬 방대하고 고등학교 때처럼 그것을 모두 달달 외워서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또 어떤 부분은 직관적으로,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타협하는 것이 필요한데, 대학에 와서도 고등학교 적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넷째, 더 이상 공부를 해야 하는, 혹은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목적을 상실한 경우이다. 이 학생들은 명문대 가는 것 자체가 목표였고 죽을힘을 다해 그 목표를 이루었다. 그런데 막상 그 목표를 이루고 나니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또한 어른들이 외적 동기를 너무 강하게 심어 주어 내적 동기가 고장 나버린 경우도 있다. 어릴 적 '공부를 잘한 것' 혹은 '시험 점수를 높게 받은 것'에 대해 부모님이 과도한 칭찬을 하거나, 과도하게 좋아하는 티를 내면 그 아이의 목표는 그때부터 공부 자체가 아닌 부모님의 칭찬을 듣는 것, 혹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님의 최종 바람인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것까지 이어진다. 내적 동기가 고장 나버린 아이들에게 부모가 바라는 목표가 더 이상 없게 되면 그때부터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다섯째, 번아웃이 온 학생들이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많이 힘들고 이미 다 지쳐있다. 그동안 분명 잘했었는데, 이제는 책상에 앉으면 머리가 하얘진다. 나조차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나는 애초부터 공부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대학에 오면 좀 쉴 수 있다고, 대학 가면 좀 놀 수 있다고 들었는데, 다 거짓말이었다. 다들 지치지도 않았는지 대학에 와서까지 무언가 계속 열심히 한다. 나는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대학에 와서 해방감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학생이라면 그나마 건강한 경우이다. 위기가 더 커지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누리고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길 바라고, 혹은 휴학을 하고 충분히 즐긴 후 공부할 준비가 되었을 때 돌아오는 건 어떤지 조심스레 제안해 볼 뿐이다. 그래도 이 학생들도 인생의 어린 시기에 얼마나 압박을 받으며 압축적으로 에너지를 쏟았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다.


필자가 왜 교육학을 공부하기로 했느냐, 하면 중고등학교시절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나는 비정상 적인 교육 상황에 놓여 있다'라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으로도 진짜 공부가 아닌 시험 요령을 기르기 위한 반복 작업을 하고, 하루에 15시간씩 앉아있도록 하는 게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교육 상황 무엇이냐 하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공교육으로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지고 방과 후에는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개성을 키워나가고 창의적인 생각을 마음껏 하는 상황’이 좀 정상적인, 삶이 보장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국제적인 경험들을 조금씩 하면서 더욱 공고화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여름방학 기간 동안 뉴질랜드의 학교에 교환학생을 갔었다. 한국학생들은 그 한 달 남짓한 기간에도 공부를 놓칠까 다음학기 선행학습을 위한 수학 문제집을 챙겨갔는데, 그곳 현지 친구들은 마치 천국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학교에 가서 아침에 잠시 공부를 한 뒤 모닝 티 타임을 가지고, 간식을 나눠 먹으며 온 학교를 뛰어다녔다. 교복은 운동복이고, 교실도 네모반듯하지 않고 기울어진 모양이고, 모여서 이야기할 때는 책상을 뒤로하고 교실 바닥에 철퍼덕 앉고. 학교가 끝나면 당연히 아무도 학원에 가지 않고 그냥 노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가해서 저녁 먹고 8시면 잠에 들었다. 그곳의 초등학생들은 하루에 12시간씩 충분하고도 남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국에 현실로 돌아와서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고등학교 때도 옥스퍼드로 여름 영어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영어를 배우고자 몰려들었고 유럽 학생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의 용모는 당시 우리가 보기에는 벌써 성인 같았다. 한국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는 꾸미면 안 된다. 그건 대학 가서 하는 것이었다. 외모 관리는 다 성인 이후로 미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벌써부터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매주 디스코 파티에서 춤을 추며 놀았다. 우리한테는 문화 충격이었다. 그리고 용모에서 그렇게 차이를 느낀 한국 학생들은 위화감을 느껴 외국인 학생들에게 잘 껴서 놀지 못했다. 아무튼, 청소년들이 마음껏 화장을 하고 어른 같은 옷을 입고 디스코파티를 하며 놀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왜 한국 애들은 같은 시기에 책상 앞에서만 온종일을 보내야 했던 것일까? 왜 매일 잠을 줄여가며 이미 머리가 포화되어 더 이상 들어가지도 않는 수업 내용을 꾸역꾸역 욱여넣으며 갑갑한 생활을 해야 했던 것일까?


그래도 만약, 그렇게 하루 열몇 시간을 공부해서 그만큼의 효과가 있었더라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독일로 교환학생을 갔다. 그리고 거기서 더욱 확실히 깨달았다. 필자가 했던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었다.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가면 누구나 수학 천재가 된다, 영재가 된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화는 고등교육, 대학교 장면으로 넘어왔을 때는 결코 적용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 선행학습 금지법이 있어서 결코 선행학습을 해서는 안 되고, 그러니 이를 위한 학원도 없을 테고, 교사가 숙제도 30분~1시간 이상의 분량을 내서도 안 되며 아비투어, 독일의 수능 준비 기간에도 하루 서너 시간 이상 공부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면, 독일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공부 시간은 학교 수업시간과 조금의 숙제정도일 텐데, 그러면 그보다 두 배 세배 이상을 공부시간으로 투자한 한국의 청소년들은 훨씬 더 똑똑한 성인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솔직히 필자는 그것을 살짝 기대하기도 했다. 독일 대학생들 사이에서 똑똑한 아시안을 보여줘야지, 한 것이다. 거기다가 제가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의 세계 랭킹이 교환학생으로 가는 대학의 세계 랭킹보다 높으니 더 오만했죠. 그러나 말도 안 되는 망상이었다. 독일에서 만난 대학생 친구들은 훨씬 더 똑똑한 것이었다. 똑똑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훨씬 상식도 훨씬 많고, 사고도 깊고, 특히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했고, 영어권 국가가 아닌데, 물론 언어의 유사성이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어도 훨씬 잘했을뿐더러 저마다 영어뿐 아니라 몇 가지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미래를 위해 다 희생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즐겁고 자유롭게 청소년기를 보낸 친구들보다도 책도 많이 못 읽어 지식도 별로 없고, 영어도 못하고,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다니 내가 보낸 청소년기가 너무 억울하게 되었다.


한 나라의 교육 체제에서 성공한 집단도, 개인도 결국 성공이 아니라면, 좀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이혜정 외, 2019)? 뉴질랜드의 교육을 우리나라에 들여올 것인가? 영국 교육을 들여올 것인가? 독일 교육을 들여올 것인가? 각 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그 나라의 풍토, 그 나라에서밖에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그걸 한다고 한들, 오리지널  체제에서 직접 관리해주지 않는 이상 오해되는 부분이 분명히 생기고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들도 모두 저마다의 교육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다. 최근 이에 대한  대안이 될 만한 것이 우리나라에도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깄다. 마로 국제 공인 교육과정, 즉, 국적이 따로 없이 어느 국가나, 어느 학교나 적용 가능한 IB 교육과정이다. IB는 처음 고안될 때, 이 선진국들의 교육과정을 다 모아서 단점들을 보완하면서 고안이 되었다. 게다가 IB는 국적이 없다. 그리고 본부에서 질 관리를 직접 해준다. 그렇기에 보다 어떤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해 볼 수 있다. 교육의 다양한 화두들을 던졌는데, IB는 과연 어떻게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도대체 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


IB란,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로, ‘국제 바칼로레아’라고도 한다, 스위스에 법적 본부를, 네덜란드에 실무 본부를, 영국에 채점 센터를, 전 세계에서 지역별 본부를 두고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민간 재단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이자 대입 시험이다. 일부는 IB를 대입으로만 알고 있기도 한데, IB를 이수하면 그 이수증과 성적이 그대로 대입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입은 절대로 나쁜 게 아니다. 마치 대입 위주의 교육은 나쁜 교육으로 치부되곤 하는데, 그건 대입이 나쁜 대입이기 때문이지 좋은 대입은 그대로 좋은 교육과정이다. 좋은 시험이란 무엇인가? 그 공부 자체가 시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시험이 좋은 시험이자 대입이다. 좋은 교육과정은 그 자체로 대입이 되고, 좋은 대입은 그것의 준비 자체가 교육과정이 되는 것, 즉 교수평기일체화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입은 왜 나쁘게 인식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잘 이수했을 때 대입이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 내신과 대입의 대표 격인 수능 시험 성적의 상관관계는 있으나, 분명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심지어 학교 내신 시험도 학교 수업만 잘 들어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그것의 준비 과정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 외에 인생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약하다. 수능시험에서 영어 1등급을 받아도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기도 하고, 수학문제를 모두 풀어도 미적분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하고 있는 것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교육과정이 대입이자 대입 준비가 교육과정인 게 바로 IB이다. IB는 1968년부터 개발 및 운영되어 70년의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 시간 자체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안정이 되기도 전에 2022 교육과정을 서둘러 문장 구조도 엉망이고 오타 투성이인 졸속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는 교육과정이 무엇인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IB는 처음에는 각국의 국제기구가 집결해 있는 스위스에서 국제기구 직원들의 자녀들이 잦은 국제적 이동에도 일관된 교육과정을 이어갈 수 있게끔 하고자 한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IB 기구도 하나의 국제기구이다. 그리고 그 교육적 가치와 우수성이 널리 퍼져 전 세계 곳곳에서 엘리트들이 모인 사립학교에 도입이 되기 시작했고, 또 어떤 나라들에서는, 빈민 지역의 공립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IB를 도입하기도 했다. 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위해서, 그리고 평균 이하의 교육적 환경 개선을 위해서 양측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쌍방향으로 도입이 된 것이다.


IB교육의 결과부터 말하면, 한 마디로 비판적이면서 온정적인 인재, 즉 주체적이면서 겸손한 인재를 기를 수 있는 교육이다,라고 말들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인재를 기르고 있는가? 과히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무비판적이면서 오만한 인재를 기르고 있다. 똑똑하고 잘 나가는 인재를 길러 놓아도, 결국 투자만 잔뜩 받아 주가를 올려놓고는 정작 자신은 주식을 다 팔고 튀는 CEO가 생겨나는 그런 교육인지도 모른다. 결국 피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국제 사회에서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인재는 어떤 인재일까?

그럼 무엇을 어떻게 배우길래 이런 인재를 기를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 우선 IB에는 PYP(초등학교 과정), MYP(중학교 과정), DP(고등학교 과정), CP(직업 과정)이 있다. 본고에서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중점적으로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IBPYP, IBMYP, IBDP, IBCP


출처: https://www.ibo.org/



IBDP, IB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3가지 중핵 과목과 중핵을 둘러싸는 6가지의 과목 그룹들로 이루어져 있다. 3가지 중핵과목을 먼저 살펴보면, 'Extended Essay(EE)'라고 불리는 소논문 과목, 'Theory of Knowledge(ToK)'라고 불리는 인식론 과목, 그리고 'Creativity, Activity, Service(CAS)'로 불리는 창의적 체험활동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2] IBDP curriculum framework

출처: https://www.ibo.org/


Theory of Knowledge와 Extended Essay는 지식론(철학)과 글쓰기이다. 우리나라에 교육에 가장 결여되어 있는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ToK는 지식에 대한 지식, 즉 메타지식이다. 이는 앞으로 지식을 다루는 주체로서의 올바른 태도를 함양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학이란 발명되는 것인가, 발견되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보게 만들면,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세상 앞에서 겸손해지고 겸허해지는 태도를 갖게 된다. 친구들보다 수학 문제를 더 빠르게 풀고 답을 맞혔다고 해서 남을 무시하고 잘난척하는 게 아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내면으로 깊어지고 겸손해지는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다. 각 과목을 공부하는 것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공부함과 동시에 그 교과 내용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지금 공부하는 이 내용이, 이것을 내가 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찰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과목은 시험을 볼까? 물론 시험을 본다. IB는 시험, 및 평가를 굉장히 중시한다. 입시중심 교육이 나쁜 게 아닌 것처럼 좋은 평가라면 평가 중심 교육도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좋은 평가는 의미 있는 공부를 이끌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시험을 볼까? 기출문제 예시를 살펴보자.  


    “어떤 지식은 세상을 설명하는 것을 추구하는 반면 어떤 지식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추구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2가지 지식 영역을 참고해서 논해 보시오.  

    “과학 기술은 지식을 생산하기도 하고 생산된 지식을 제한하기도 한다.” 이 말에 대해 2가지 지식 영역을 참고해서 논해 보시오.   

    “자연 과학에서는 진보가 가능하지만 예술에서는 진보가 불가능하다.”라는 말에 얼마나 동의하는가?  

    “증거에 기반한 것 이외의 결론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다.” 이 주장에 대해 토론하시오.   

   출처: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p. 92~93.


이런 문제가 시험 몇 개월 전에 6개의 문제가 미리 공개되고, 그중 1개를 골라서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있는 지식론 수업 시간에 이에 대해 토론하면서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니 수업 자체가 시험 대비가 되는 것이다. 수업 따로 시험공부 따로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사교육을 할 필요가 사실상 줄어든다. IB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IBDP가 워낙 수준이 높기 때문에 사교육을 더 확산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나라 특성상, 이미 아이비리그 석박사 출신 선생님들을 모시고 제주도 국제학교 주변에 IB 전문 사교육기관이 등장했다. 처음에야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IB체제가 지속되다 보면 굳이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교육이 꼭 문제냐고 한다면, 단연 문제라고 답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했는데 끝나고 또 공부하러 가니 지치고, 가정 경제는 가정 경제대로 힘들어지고,  선생님들은 저녁 내내 학원에 있다가 학교 와서 자는 아이들을 보고 또 선생님대로 힘들어진다. 도대체 누구한테 좋은 것일까? 사교육 시장과 학원 강사들한테는 좋은 것일까? 그분들 중에도 능력이 대단한 분들이 많은데 사교육 시장 말고 훨씬 더 의미 있는 일, 국제적인 일에 힘쓰면 우리나라 훨씬 더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한편으로 사교육은 매우 정직하기도 하다. 돈은 수요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교육이 성행하느냐는 학생, 학부모가 무엇을 원하느냐를 그 무엇보다 솔직하게 반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더 이상 거창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가 이미 너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엄청나게 출세하는 것을 꿈꾸지 않는다. 단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학원에 가고 과외를 받는다. 그래서 사교육을 억제하는 방법은 하나이다. 정확히 그들이 원하는 교육을 학교에서 제공을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바로 학교 수업 자체가 입시가 되는 것이다.


다시 지식론으로 돌아가서, 그렇게 몇 개월 동안 수업 시간에 잘 준비를 해서 최종적으로 1600 단어(영어 기준)의 논술을 써서 제출하면 IB 채점 센터에서 채점을 해준다. 논술시험하면 꼭 등장하는 논제가 있다. 바로 채점이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우리나라는 객관성, 공정성, 평등, 형평성에 너무 치우쳐서 그 이상을 잘 보지 못한다. IB 본부에서 하는 채점은 3단계 이상 조정 과정을 통해 제1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요소를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Extended Essay를 살펴보자.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머릿속에 든 게 없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 앞서 쓰인 다른 글들을 읽어야 하고, 그걸 그대로 쓸 수 없으니 자신만의 생각이 들어가야 하고, 그냥 두서없이 내뱉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고도의 사고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목을 막론하고 글쓰기야 말로 진정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는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논문을 쓴다. 논문을 한편 쓰면 석사 학위, 박사 학위를 준다. 그 사람이 그 논문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공부를 해야 했는지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IB에서는 어릴 때부터 이러한 진정한 공부를 할 기회를 주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외부로부터 습득한 지식을 본인의 주체적인 지식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다가 대학을 가면 공부방법을 바꾸지 못해서 학사경고를 당하는 학생은 셍기지 않을 것이다.


Extended Essay는 소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입에서 고등학생이 소논문을 쓴 것도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학교 차원에서 전원이 필수적으로 다 같이 소논문을 쓰게 된다면,  부모님이 교수인 학생들은 소논문을 쓰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쓰고 못하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소논문은 질문이 주어지는 지식론 하고 다르게, 본인이 직접 주제를 설정하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탐구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진로탐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논문 지도 교사는 반드시 교내에서 지정이 되고, 40시간 이상 지도를 받으면서 4000자(영어 기준) 이하의 연구 논문을 작성하게 된다. 그동안 학생들이 쓴 논문 주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산성비가 식물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  

    인도네시아 영양실조 아동의 영양 섭취 후 회복 정도에 대한 연구  

    무설탕 껌이 식후 침의 산성도에 미치는 효과  

    제주 전통 갈옷을 만드는 감즙의 항균력은 감즙 보관 온도에 따라 어떻게 다른가  

   출처: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p. 96.


여기서 하나 또 한 가지 짚을 수 있는 것은, IB를 또 비판하는 입장에서 나오는 얘기 중에 또 하나가 바로 IB는 외국 것이며, 사대주의적이고, 교육 제국주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직접 설정한 위  주제들을 보면 오히려 더 지역적이다. 일단 IB는 국적이 없다. 어느 한 나라 게 아니다. 그리고 특정 내용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 내용은 자국의 교사들이 채우고, 학생들이 채우는 것이다. 이런 주제를 보면 오히려 더 자기 지역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는 교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공부를 해본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자기 지역을 살리는 인재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CAS는 미국의 입학사정제와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하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과 유사한 것인데, 그 차이는 EE와 같이 이러한 활동이 부모의 정보력에 의해 준비되는가, 학교의 시스템에 의해 준비되는가에 있다. 학생의 성장에 있어서 국·영·수, 사, 과뿐 아니라 각종 봉사활동, 예술 활동, 지역사회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시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점차 평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해서 유익한 활동을 제한하는 게 과연 옳은가? 활동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준비하기가 어렵고 부모의 권력이나 정보력에 의해 준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지 않는가. IB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학교 시스템 내에서 충분히 가능하게끔 조직되고 관리되고 있다. 막무가내로 학생부의 양만 늘리는 활동이 아니라 학생의 개성과 재능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시스템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이 활동은 여러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 동아리를 만들어도 되고, 교내에서 어떤 이벤트를 열어도 되고, 바자회를 열든지, 각자가 스스로 주도해서 창의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기록한다. IB학교 홈페이지에 소개된 예시들을 살펴보자. 창의 활동으로 그리스의 IB학교에서 난민 위를 주제로 연극을 하고, 이 공연 수익금을 난민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하는 이런 활동을 학생들이 진행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호주의 IB학생은 고등학생 때 지역의 유소년 축구팀의 코치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운동을 하더라도 어떤 의미를 더해서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봉사 활동의 예시로 인디애나주의 한 IB학교 학생들이 미시간 주의 식수 납 오염 사태로 많은 물을 기부받고 있지만 빈 물통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시간 주의 IB학교의 물통을 정리하고 거기에 이렇게 예술을 더한 프로젝트 진행한 사례가 소개가 되어 있다. 결국 창의 활동에 액티비티와 봉사가 들어있고, 봉사에도 창의가 들어 있다.


IB가 또 비판받는 것 중에 하나는 예술 교육이 약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미술, 음악, 체육을 모두 그래도 한 시간씩이라도 따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IB에서는 이런 교과가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고, 특히 체육도 따로 없고, 예술 전 영역 중에 딱 하나만 선택을 하게 된다. 심지어 한국어 IBDP에서는 이 예술 과목을 영어로 제공해야 하는데 예술 과목을 영어로 제공할 교사가 없다는 이유로 기존의 영어교과 교사들이 추가 교육을 받아 ‘영어 연극’에 한정하여 이 과목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아예 예술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과학이나 언어 등 다른 교과 그룹 중에서 하나를 더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의 예술교육에 대해서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학교에 다닐 때 예술 교과에서 배운 게 있는가? 노래하는 법 하나라도 제대로 배운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학교에서의 예술교과의 현재에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해 보면, 배우는 게 없이 시험만 보곤 한다. 그냥 타고나거나 사교육에서 따로 배워서 원래 잘하는 학생은 수행평가에서 A 받고, 못하면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면서 그냥 몇 번 같이 불러 본 걸로 시험을 보게 해 놓고 C를 준다. 미술도 그냥 예시를 몇몇 개 보여주고 “그려.” 하며 원래 잘 그리는 학생은 신나게 잘 그리고, 못 그리는 학생은 원래 못해, 하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체육시간에도 잘하는 학생만 날아다니는 시간이다. 솔직하게 말해 이런 식의 수업이면 안 해도 그만이다. 예술성과 창의성은 어디서 기를 것인가? 각자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와 동아리를 만들어 거기서 하는 것이 더 많이 배우고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창의 체험 봉사 활동은 주 3~4시간씩 해서 18개월 동안 150시간을 채우고, 학생들이 직접 기록을  하는 시스템이다. 교사는 그냥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만 확인하고 승인한다. 왜냐하면 이 과목은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게끔 하는 것이지 점수를 매기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표 1> IBDP – CAS(Creativity, Activity, Service, 창의 체험 봉사 활동)


출처: https://www.ibo.org/


중핵의 세 개의 과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6가지의 교과목 그룹이다. '언어와 문학(studies in language and literature)', '외국어(language acquisition), 사회(individuals and societies), 과학(sciences), 수학(mathematics), 예술(the arts) 그룹이 있다. 여기서 각 그룹별로 소속 교과목들이 있고 학생들 각자 자신의 수준 및 진로와 관심 분야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된다. 2025년부터 현장의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는 고교학점제가 떠오르기도 한다. IBDP는 고교학점제 체제 하에서 추진되기 매우 좋은 체제이기도 하다.


먼저 언어와 문학 과목이다. IB가 현재 제공하는 언어는 몇 가지로 제한되어 있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로 제공되는 것이 가능하고,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가 이중언어 프로그램으로 제공 가능하다. 그런데 언어와 문학 과목의 경우 각국의 모국어 과목에 해당한다. IB는 국제 교육에서 출발했으나 모국어 학습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외국어 실력은 모국어 실력을 결코 넘어설 수가 없다. 왜냐하면 모국어는 인식의 최대치를 확장하는 틀이 되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 한국어 책을 많이 읽히고 국어를 잘하게 하면 영어도 같이 잘하게 되는 걸 볼 수 있다. 국제 교육으로 출발한 IB는 이러한 모국어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해당 국가의 문학뿐 아니라 외국 문학의 번역본도 교재로 활용하도록 하는데, 이것은 국제적 인식을 함양하도록 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써 여겨지고 있다.


언어와 문학의 시험은 어떻게 볼까? 시험은 2시간씩 2번을 치르는데, 시험 1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품을 즉석에서 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고, 시험 2는 학교에서 공부한 작품을 기반으로 답을 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어떤 작품으로 공부를 했는지 채점 센터에 미리 알린다. 아래는 시험 1과 시험 2의 예시이다.   


    시험 1. (김원일의 소설 <어둠의 혼>(1973) 중 일부와, 허만하의 시 <바다의 이유>(1969)의 일부 제시) 다음 두 지문 중 하나를 골라 문학적으로 해설하시오.  

    시험 2. 다음 문제 중 1가지를 골라 답하시오. 공부했던 제3부에서 적어도 두 작품을 토대로 답하시오, 두 작품을 비교 분석하시오. 제3부의 두 작품을 토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장편소설)  

    지금까지 공부한 작품 중 두 작품을 골라 작품 속에 제시되는 대화가 등장인물의 특성을 묘사하는 데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되는지 비교하여 대조해 보시오.  

    화자의 시점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데에 어떻게 뒷받침되는지 지금까지 공부한 작품 중 두 작품을 골라 비교하고 대조하시오.   

(시)  

    공부했던 두 편 이상의 시에서 시각적 감각과 밀접하게 연상되는 이미지에 어떻게 특징적으로 나타났는지 논하시오.  

    메시지 전달을 위해 시에 사용된 특수 장치에 대해 지금까지 공부한 작품에서 최소한 두 편을 골라 비교하고 대조하여 논하시오  

(희곡)  

    희곡에서 인용된 독백의 효과에 대해 공부했던 두 작품을 비교하고 대조하여 논하시오.  

    지금까지 공부했던 작품 중 최소한 두 작품을 골라 작가가 작품에서 반전을 어떻게 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그 효과에 대해 논하시오.  

(수필)  

    공부했던 작품 중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작품을 최소한 두 작품을 골라서 그 효과에 대해 논하시오.  

    작가가 친근한 일상생활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잘 뒷받침했는지, 그 일상적인 언어 사용의 효과에 대해 공부했던 작품 중 최소한 두 작품을 골라 비교하고 대조하시오.  

   출처: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p. 99~100.


문제를 보아하니, 역시 수업시간에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운 작품들 중에  두어 개를 골라 읽고 또 읽고 세밀하게 분석을 하며 준비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이 각자 어떤 작품을 골라서 수업할 것이냐이다. 이것과 관련한 대학원 세미나 수업에서 각자가 자기 교과와 상관없이 IBDP의 언어와 문학 교사라면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아이들과 수업할 것이냐에 대해 한 명씩 모두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각자가 이를 조금만 고민해 보니, IBDP의 언어와 문학 수업은 각 교사의 인생 전체가 투입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저마다 자기 인생을 바꾼 책 한 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자신의 학생들과 정말 깊이 나누면서 수업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만든 교육과정은 그 학교의 교감 선생님도, 교장 선생님도,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교사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이러한 교육과정 구성과 수업이 가능하고 보장받을 때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지 않을까? 일각에는 교사가 전문직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한데, 전문성이라는 것은 누가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 사람이어야 가능한 무언가에서 나온다. 똑같은 교육과정, 똑같은 교과서로 어떤 교사가 해도 거기서 거기인,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이 마구 침투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수업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외국어이다. 외국어의 경우 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경우, 외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경우, 그리고 외국어를 거의 처음 배우는 경우의 수준으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된다. 꼭 영어를 선택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나라나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거의 영어를 하게 될 것이다.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영어 못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우리나라에 얼마간 머물러보고선 여행해 보고서는 하는 말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캄보디아 사람들보다도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도 영어 못하지 않느냐, 반문한다면 인구가 1억 명이 넘으면 영어를 못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규모로 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나 역할로 보나 영어를 매우 잘해야 하는 국가이다.


외국어 시험도 모두 서술형 논술형으로 출제된다. 아래는 외국어 시험의 예시이다.  


    다음 중 하나를 골라 250-400 단어 분량으로 쓰시오.  

    (문화적 다양성) 당신은 최근에 전국 각계각층이 같은 축제를 즐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블로그 글을 읽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진술하는 블로그 글을 쓰시오.  

    (관습과 전통) 당신의 학교에서는 다른 문화에서 온 학생들이 그들의 관습과 문화적 전통을 축하하는 ‘문화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학교 신문에 이 행사에 대한 후기를 쓰시오.   

    (건강) 우리 사회의 많은 10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불안해한다. 왜 10대들이 그러한 불안을 느끼는지 그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 청소년 잡지에 게재할 글을 쓰시오.  

    (여가) 단지 여가를 위해 스포츠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스포츠 스타의 인터뷰 링크를 당신의 친구가 이메일로 보내 주었다. 이 주제에 대해 당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이메일을 친구에게 쓰시오.  

    (과학과 기술) 당신은 “과학 실험에 동물을 이용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는 운동에 대한 학급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이 운동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당신의 개회사를 써 보시오.  

    다음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쓰고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글을 150-200 단어 분량으로 쓰시오. 글의 양식은 수업 시간에 배운 어떤 것(편지, 일기, 논설문, 설명문, 연설문, 보도 자료 등)이든 가능합니다. “ 뉴스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말해 주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들려주고 싶은 것 혹은 당신이 듣기를 원한다고 믿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출처: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p. 103~104.


이렇듯 외국어 시험은 모국어 시험처럼 작품 분석 수준 정도는 아니지만 실생활에서 접하고 쓰는 실용 언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시나 모두 글쓰기, “영작”이다. 그리고 내신 평가에서는 말하기도 평가한다. 교사가 2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하나를 골라서 20분 동안 준비하여 일대일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내신 시험이 진행된다. IB본부의 외부 평가, 학교 내부 평가가 병행이 되는 구조이다.


다음으로 사회 과목 중에서 역사를 살펴보자. 일반적인 역사적 사고력과 지역별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묻는 시험이 나뉘어 있는데 한 가지씩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일반적 역사적 사고력)  

 전쟁이 사회 변화를 가속화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2가지 이상의 전쟁 사례를 들어 이에 대한 의견을 쓰시오.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 정책들은 부의 분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말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논하시오.  

    20세기의 전쟁 2가지를 들어서 테크놀로지가 전쟁 결과에 미친 영향을 비교하고 대조해 보시오.  

    지역별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한국)  

    “동학 혁명은 일본의 조선 병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라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 논하시오.  

    한국 전쟁 발발에 외세의 책임은 어느 정도 있는가?  

    중일 전쟁(1937-1945)이 1950년까지 한국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시오.  

   출처: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p. 101.


과학에서는 배운 내용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내용을 보고 푸는 아래와 같은 문제가 제시된다.  


    말라리아는 열대 아프리카에 널리 퍼져 있는 병이다. 한 연구에서는 많은 사람이 일하는 케냐 서부 고랭지의 차 농장에서 말라리아 발생과 연간 강우량의 패턴을 30년간 분석했다. 다음 그래프는 말라리아와 강우량의 계절별 패턴을 보여 주고 있다. 두 그래프에서 세로선은 위아래의 표준 편차를 나타낸다.    

     a) 6월의 말라리아 발생 사례 수와 월 강우량 평균을 서술하시오.

     b) 말라리아와 강우량 그래프에서 보여 주는 패턴을 비교하시오.

     c) 말라리아 발생 패턴이 연간 강우량 변화에 기인한다는 가설을 검증해 보시오.

    말라리아 발생의 계절별 패턴에 대해 강우량 변화 이외에 2가지 가능한 이유를 제안해 보시오.

    출처: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p. 102~103.


수학은 지필 고사 형태의 외부 시험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 풀이 과정을 가지고 채점을 하는 시험이다. 수학적 탐구라는, 주제를 잡에서 탐구 보고서를 쓰는 내신이 함께 있다. 무려 2년 동안 하나의 주제로 고민을 해서 작성한다고 하는데, 무엇 하나라도 이렇게 2년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어떤 주제로 수학적 탐구 보고서를 썼는지 살펴보자.   


    거리란 무엇인가?(HL)  

    계산기는 정적분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SL)  

    직선의 일반화(HL)  

    삼각 함수의 역함수는 왜 arc라 부르는가?(HL)  

    몬티 홀 문제와 확률의 역설들(SL)  

    피보나치수열의 일반항(SL)  

    건축물의 부피 최적화(HL, SL)  

    3대 작도 불능 문제의 작도(HL)  

*HL: 심화 수준 / SL: 일반 수준

   출처: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2019). IB를 말한다. 창비교육. p. 107.


예술 과목에서는 무대 예술, 연극을 예시로 보고자 한다. IBDP에서 예술 과목은 실험, 아이디어 발표, 아이디어의 시도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을 유도하는 실용적인 과목으로 정의된다. 창의력과 공동작업의 구축으로 연극과 실질적인 생활기술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무대 제작자, 디자이너, 감독 및 연기자로 활동하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앙상블의 일부로서 개별적으로는 물론 공동으로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창조적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펼치는 예술가로 키워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는 내부평가는 협업과제로, 특정 청중을 대상으로 창작한 13~15분 길이의 연극을 준비해서 공연하도록 한다. 심화반 학생들은 하나의 이론을 정해 연구하고, 그 이론적 측면을 바탕으로 약 48분 길이의 단독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출처: 김나윤, 강유경(2020). 국제바칼로레아 IB가 답이다. 라온북. p.150~153.


6개 교과 그룹을 펼쳐보면 아래 <표 2>와 같고 각 그룹에서 1가지 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사회 중에서도 몇 개씩이나 배우고 과학도 몇 가지씩 배우는데, 1가지만 선택하면 너무 협소한 게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IBDP 학습의 깊이를 생각해 보면, 경제 한 과목만 선택한다고 해도 경제를 통해서 경제지리, 경제의 역사 등 광범위한 지식을 다루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IB의 폭넓은 공부 덕에 IBDP를 이수하면 오히려 유수의 대학에서 2학년 수준으로 인정해주고 있기도 하다.  IBDP를 이수한 대학 신입생들은 1학년 교양 및 기초 과정을 생략하고 2학년 전공 심화 과목을 바로 수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여기서 예술과목을 수강하기 싫다면 다른 그룹에서 한 가지를 더 선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IBDP 학생들이 과학 과목에서 두 개씩 선택한다고 있다고 한다. 영어 이외 언어로 진행되는 IBDP의 경우 외국어과목과 예술과목 2개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SBS(School-Based Syllabus)라고 불리는 학교 자체적으로 교과목을 개설할 수도 있는데, SBS의 예시에는 인권, 정치와 국제관계, 아시아 예술, 칠레와 태평양 등이 있는데 해당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특수성이나 여건에 맞는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SBS의 설계에서 학교교사들은 진정한 'curriculum designer'의 역할을 하게 된다.


<표 2> IBDP의 6개 과목군 개요

출처: 김나윤, 강유경(2020). 국제바칼로레아 IB가 답이다. 라온북. p. 255.


이 6개 과목그룹 중 3가지는 심화 수준인 HL(Higher Level), 3가지는 기본 수준인 SL(Standard Level)로 선택하게 되는데,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3과목 이상을 HL로 선택할 수는 없게 하고 있다. “저는 심화 과목 4개 하면 안 돼요? 저 잘하는데?”, “우리 애는 좀 뛰어난데 4개 과목 심화로 하면 안 돼요?” 이런 질문은 한국에서만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IB에서는 이런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런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진짜 뛰어난 학생만 4개 이상의  HL을 선택하겠지만 후에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까지도 버겁게 심화 수준을 무리하게 이수하려고 하게 될 것이다. 공부를 빡빡하게 하는 것에서 결코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남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 시간 동안 습득한 지식을 소화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개성을 키워 나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교육의 여백”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IB의 중학교 과정인 IBMYP를 살펴보고자 한다. IB를 이야기할 때 고등학교 과정인 IBDP가 가장 많이 이야기가 되고 그렇기 때문에 IB를 대입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IB MYP, IB MYP에 비해 IBDP 운영 학교가 가장 많기도 하다. 그런데 좋은 교육이라면 보다 일찍부터 적용하는 게 좋을 것이다.


IBMYP는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 IBDP가 1968년도부터 진행된 것에 비해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래도 거의 그 역사가 30년이 되어가는 교육과정이다. 우리에게는 이 기간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IBMYP는 만 11-16세 학생 대상의 프로그램이고, 각 국가나 지역의 교육과정 규정을 분명히 따를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내용이나 과정이 아닌 프레임워크만 제공한다. 즉, 수업 방법,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설계 도구를 제공하고 안내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배울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으며 교육 내용은 해당 지역의 국가 교육과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프로그램 중에 2~4년 차 것을 3년 동안 하면 되고, IBDP가 인증 이후에 가능한데 반해, IBMYP는 후보 상태에서도 시범 수업을 실시할 수가 있다. 그리고 IBDP도 이제 한국어 버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IBMYP는 본래 모국어로 진행하는 게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권장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어와 문학 과목에서 언급됐던 철학이 들어 있는 것이다. 모국어로 가장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IB MYP는 IBDP보다 왠지 접근이 좀 더 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행정적인 적용은 쉬울지 모르나 실제적 적용은 보다 더욱 정교하고, 교사의 역량이 보다 더 발휘되어야 하는 교육과정이 IB MYP이다. 학습 내용의 수준의 난이도는 결코 교수 난이도와 정비례하지 않는다.


IBMYP는 다음과 같은 교육과정 모형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바깥에는 IB가 지향하는 글로벌 마인드를 제시하고, 그 안에는 글로벌 마인드 함양을 위한 8개의 학문 영역, 그 안에는 봉사와 체험활동, 지역사회 프로젝트, 개별 프로젝트, 그리고 가장 중앙에는 수업 설계 도구인 ‘교수학습접근방법’. ‘콘셉트’, ‘세계적 맥락’이 위치하고 있다.



[그림 2] IBMYP curriculum framework


ATL(Approach to Learning)은, 학습에 대한 학습이다. IBDP에서는 지식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고, IBMYP에서는 학습에 대한 학습을 공부한다. 학습에 대한 학습을 공부하는 것은 진정한 학습자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IBPYP에서는 학습을 왜 하는가 이유를 찾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즉 왜 공부하는지 그 이유를 찾고, 다음으로 공부를 하는 방법을 익히고, 그다음에는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서 사유하는 공부에 관한 흥미로운 계열성이 나타난다. 학습에 대한 학습에는 사회적 기능(social skill), 의사소통 기능(communication skill), 연구 기능(research skill), 사고력(thinking skill), 자기 관리 기능(self-management skill)이 있다.


‘콘셉트’에는 16개의 콘셉트가 있다. 심미(aesthetics), 변화(change), 의사소통(communication), 공동체(communities), 연결(connections), 창의성(creativity), 문화(culture), 발달(development), 형태(form), 글로벌 상호 작용(global interaction), 정체성(identity), 논리(logic), 관점(perspective), 관계(relationships), 시간-장소-공간(time, place and space), 체제(systems)이다. 한 교과에서 이 모든 콘셉트를 다 다루는 것은 아니고, 교과별로 학년별로 다룰 수 있는 것을 고르게 된다.


글로벌 맥락에는 다음 여섯 가지가 있다. 정체성과 관계, 시간과 공간의 방향성, 개인적 문화적 표현, 과학 기술 혁신, 세계화와 지속 가능성, 공정성과 개발이다. 맥락이라는 것은 학습자 개인과 개인의 관심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배움을 자극하고, 배움에 생동감을 부여한다고 IB는 말하고 또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왜 꼭 “국제”를 붙여야 되는 것일까? 왜 꼭 국제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주변을 둘러보아도 소위 국제적인 인재는 비율적으로 그리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으며, 국제적이지 않더라도 태어난 국가에서 대부분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전 세계를 알고 나서 내가 놓인 곳을 아는 것과 한 우물밖에 알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두 삶의 깊이는 다르다. 개인이 배우고 나서 어떤 삶을 선택 하든지에 관계없이 우리는 후대에게 최대의 무대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


IBMYP에서 교사는 이런 사항들을 수업 설계의 도구로 삼아서 간학문적 융합, 통합 수업을 한다. 바로 한 가지 아직 언급하지 않은 개념인 ‘ATT(Approachs to teaching)’이다. ATT에는 탐구적 질문에 기반하고, 개념 이해를 강조하고, 지역적이고 국제적인 맥락 이해와 연결시키고, 효과적 팀워크와 협력에 집중하고, 학습의 장벽이 되는 국가 간, 지역 간, 계층 간 경계를 제거한 개별화를 도모하고, 평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있다.


이 개념들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IB에서는 이런 것들 하에 세부적인 사안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다만 교사는 이런 부분들을 수업 설계안에 정확하게 표시를 하고 평가해야 한다.


봉사와, 활동은 DP에서 살펴보았으니 넘어가고 IB MYP에서는 개인 프로젝트를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IB MYP에서의 개인 프로젝트는 IBDP의 소논문과 유사하며, 중학생 수준에서의 하나의 논문이라고 볼 수 있다. MYP를 마무리하는 학년에는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배정받은 지도교사의 지도 감독 아래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하지만 글로벌 맥락 주제와 접목시켜서 진행해야 한다. 이 주제 설정은 IBDP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자체로 진로탐색이 된다.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와 주제가 무엇인지 알고 깊이 탐구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IB MYP 교과목 중에서는 IBDP에는 없던 과목 중 하나인 디자인 과목만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은 IB 학교에서 디자인 교과의 8주간 진행된 수업의 예시이다. 주제는 ‘나의 이상적인 집’이고 이 수업을 설계한 교사는 글로벌 맥락 주제 중에서 ‘시간과 공간의 방향성’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배움을 통해 이런 개념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집을 이루는 필수적이거나 필수적이지 않은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떻게 지속 가능한 형태의 집을 만들 수 있을까? 공동체로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공동체를 향상할 수 있을까?’와 같은 개념적 질문들이 있다.


<표 3> IBMYP 디자인 교과 수업 예시

출처: 김나윤, 강유경(2020). 국제바칼로레아 IB가 답이다. 라온북. p. 135~140.


교육학자로서 모든 문제의 원인을 교육으로 돌리고, 모든 해결책을 교육에서 찾으려는 다소 교육 만능주의적인 생각을 자꾸 하게 되곤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젊은이에게는 누구와도 함께 살지 않으려고 하는 풍조가 강하다. 조금도 자기희생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을 탓할 수 없는 것은 교육적 환경이 그 젊은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내 것을 필사적으로 챙겨야 살아남는 그런 교육적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교육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렇게 함께 산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사유해 보는 기회가 어릴 때부터 주어진다면 개개인과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학생들은 3D로 자신의 이상적인 집을 만들고, 하나의 시스템에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한다. 이를 통해 건축의 기초적인 개념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가능성과 요구사항들에 대해 고려해 보게 된다.


그러나 만약 이 글을 교사가 보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걱정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행정업무가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아서, 수업 준비를 미루다 미루다 남는 시간에 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정교한 수업을 기획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우려이다. IB는 본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본부에서 심사를 할 때는 학교의 모든 것, 즉 개별 수업, 인프라뿐 아니라 행정적인 업무 체제까지도 모두 검토를 한다. 그래서 교사의 행정업무는 대폭 소각되고 가르치는 업무만, 수업만 99% 남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이런 수업들이, 이런 공부들이 가능한 것이다. IB수업에서는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한테 다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


IB학교로 대표적인 충남삼성고등학교 같은 경우는 다른 학교에 다 있는데 여기만 없는 한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수학여행이라고 한다. 그 무엇보다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기에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은 과감히 배제를 한다고 한다. 매일매일이 축제이고 정말 자기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진지하게 하루하루 준비해 가고 있는데, 지금 수학여행 가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IB도입에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어디까지 왔을까? 2022년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IB학교는 PYP, MYP, DP 중 하나만 시행하고 있는 학교를 모두 통틀어 총 28개교이다. 기존 IB학교들은 대부분 국제학교이거나 외국인학교로 IB의 기본 언어인 영어로 이루어졌는데, IB의 기본 언어는 전통적으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였고, 독일어와 일본어 버전이 이중언어 프로그램으로 출시되었으며 2019년 한국어 지원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3~4년 간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의 IB와의 협업 끝에 2022년도 3월부터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도 공립학교에서 IB교육과정이 시행되게 되었다. 그리고 2019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IB를 공교육의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관심을 끌었는데, 서울대에서 IB를 인정하는 움직임이 일면 타 대학들과 초중고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올해, 전국에서 소속 학생이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에서도 IB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학기에 기초학교 200개교를 선정해서 시범 운영이 들어갈 방안을 추진 중에 있고, 2026년까지 해마다 경기도 교육청 소속 초중고 200여 곳에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나라의 이 정도 움직임은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일본에 비해서는 뒤쳐지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이것이 일본하고 경쟁할 일은 아니긴 하지만, 일본의 이 동향을 분명히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이런 형태의 교육으로는 일본의 젊은 인재들을 국제적으로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2013년 IB교육이 일본의 국제적 인력 자원을 기르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여 IB를 통한 교육개혁을 도모해 왔다. 일본은 먼저 일본어를 IB에 공식 언어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한다. 일본은 인구도 꽤 되고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인정받는 나라이다. 2018년 일본어가 IB 공식 언어로 채택이 되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일본 전역에는 103개의 IB학교가 있다. 일본은 IB를 통한 교육개혁을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메이지 유신이 될 거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시켰지만 준비되지 않은 조선을 무참히 짓밟은 역사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의 이러한 동향을 따라가야 된다는 말이 아니라 긴장하고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IB교육과정이 2019년, 일본어가 채택되고 1년 후, 한국어가 채택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IB에서 한국어를 채택해 준 것은,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평가했기 때문이다. IB 본부에서 하나의 언어를 IB교육의 공식 언어로 인정해 주는 일이 그렇게 흔하거나 쉬운 일은 아니다. 원래 공식 언어였던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외에는 독일어와 일본어에 이어 지난 3번째로 한국어가 인정된 것인데,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수나 인구의 수, 규모와 재력을 고려했을 때 한국어가 채택된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IB본부에서 당시 북미정상회담을 보고 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국제정세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나라이며 어떻게 보면 국제사회에서는, 오히려 한국 밖에서는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물 밖을 보지 못하고 우물 안에서만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고, 이 안에서만 최고가 되고자 아옹다옹 살아가는 것 같다. 문화적으로 우수하다는 건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외교적으로 중요하다는 건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각각 세계 경제 2위(중국)와 3위(일본)를 차지하는 두 나라 사이에 끼어있고, 1위(미국)의 군대가 이 안에 버젓이 주둔하고 있다. 게다가 바로 위쪽에는 핵을 가진 북한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외세의 침략이 정말 잦았고 특히 36년간의 식민지배는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실 지금의 교육도 이때의 잔재가 많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국제 정세에 대한 감각이 너무나도 필수적인데, 국제적인 교육은 마치 일부 엘리트들만을 위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으면서 다수는 여전히 식민지 시절의 교육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국제 감각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중추에는 바로 '수출'이 있다. 내수경제 중심의 성장이 아니다. 즉, 성장을 지속하려면 계속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된다. 아니면 내수 경제를 키워야 하는데, 내수 경제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으려면 인구가 최소 1억 명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무엇이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가?


우리나라의 교육 개혁을 저해하는 요인 중 또 하나는 지금과 같은 경쟁 교육을 통해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는 역사적 신화이기도 하다. 안전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배고프던 세상에서는 안전을 확보하고 자유를 되찾고 풍요를 달성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러한 원초적인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한 OECD 국가들이라든지 우리나라가 속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5030 클럽(인구 5천만, 1인당 GDP 3만 이상의 국가들)의 국가들의 걱정거리는 이제 과연 ‘이 풍요를 우리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일 것이다. 30-40점 맞던 학생이 열심히 노력하여 점수를 90점까지 올렸다면 90점에서 100점으로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 점수를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 또한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교육을 가지고 우리는 지금의 풍요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교육 개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맥락의존성”이라는 데에 입이 모아진다. 지금까지 형성된 이 맥락 자체가 비정상적인 점이 많기 때문에 이 전체 맥락에서 어느 하나를 개혁한다고 해서 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교육정책이나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 중에 “교수평기 일체화”라는 것이 있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이 통틀어서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공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를 하지 않았다거나, 노력하지 않은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도입하기를 시도해 왔다. 문제 해결의 시도는 그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70년 간 교육과정은 총 11번 바뀌고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키는 대학 입시 정책은 이론적으로만 15번, 거의 매년 바뀌어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정책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과 불신의 체제 하에서 공부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불안만 초래되고 본질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교육과정 개정, 개선이 아니라 ‘교육과정 개악’, 즉 고칠수록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 이유는 전체 맥락이나 패러다임을 바꾸지를 못하고 원래 있던 맥락 속에서 자꾸 조금조금 바꾸다 보면 서로서로 맞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수업을 바꾸라고 하는데 평가를 안 바꾸면 소용이 없다. 서로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현실성 없는 교육과정이 수업에 제대로 반영될 리 없고, 평가는 평가대로 바뀌지 않으니 학교 수업만으로는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가 없고, 학생부 기록은 얼마나 신빙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교수평기 때문에 교육과정 개발자나, 교사나, 학생이나 자꾸만 의미 없는 일에 돈 낭비와 시간 낭비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너무 많이 공부하고 너무 많이 일하고 너무 적은 효과를 내고 있다.


맥락의존성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단연 IB 교육과정이 제안되는 것이다. 국적이 없고, 1968년부터 시작이 됐다고 했는데 그전에 1951년~1968년 무려 17년 동안 숙고되고 지금의 형태로 실시된 건 55년간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검증된 교육과정이 눈앞에 존재한다. 이 IB교육과정은 일부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패키지 자체를, ‘교–수-평-기’ 전체를 도입하는 것이며, 더 이상 실험이 아니다. 게다가 IB교육과정은 특정 지식이나 만들어진 교재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우리에게 맞게 적용될 수 있는 개괄적인 틀(frame)이고 철학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교육과정 총론에는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IB를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이 규정되어 있다. 행정규칙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 '차'항에는 "학교는 필요에 따라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 경우 시·도 교육청이 정하는 지침에 따른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앞서 초, 중학교는 교육과정에 구애받지 않고 운영 가능하다고 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도 이 항이 유지되고 있다. 계속해서 ‘나. 교육과정 편성 운영 기준 - 1) 공통 사항 - 아) - (4) 학교는 필요에 따라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과목을 개설할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교육과정이나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시도 교육감이 정하는 지침을 따른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IB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간혹 IB 교육과정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는데, 사실상 현시점에서 이런 찬반에 대한 물음은 우문이다. 왜냐하면 IB 교육과정 운영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학교는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로별, 개인별 교육과정을 아우르는 IB교육과정은 2025년부터 전면 시행이 예고되는 새로운 교육 정책인 고교학점제와도 상충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 한국어 운영까지 가능하다.

IB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두고 교사들은 무엇을 대비할 수 있을까?  IB시행 전과 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시행 전에는, 우선은 개별 수업을 프로젝트 수업이나 고등학교에서는 논술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 학기에 소논문 하나를 쓰는 시간으로 가질 수도 있다. 입시에서 조금 자유로운 교과라면 보다 유리할 것이다. 그 점을 오히려 이용할 수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현실에서도 이런 수업하시는 이상한 선생님들이 군데군데 계셔왔다. 중학교 때 만난 체육 선생님은 애들 앞에서 마음껏 춤을 추게 하고, 그때 느낀 자유에 대해서 글을 쓰도록 하셨다. 중간기말고사 문제도 체육철학에 대한 서술형 딱 한 문제만 출제하셨다.


이런 수업을 하면 처음에는 이상한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이런이런 교육철학을 실현하다 보면 학교에서 ‘왕따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런 문장이었다. 대학원까지 오셔서 공부를 하는 현장 교사분들은 현장에서 외롭고 어렵다는 호소를 하기도 한다. 공부하는 것과 현장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로서도 이왕 한 번 사는 인생, 이상한 선생님, 그러나 옳은 길을 가는 투사가 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진짜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길일 수 있지만 그런 선생님들의 때가 오는 것이, 태세가 바뀌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IB가 도입이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교사가 기회를 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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