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 KB 교육과정 실제 개선방향 탐구 (1)
대학원에 와서 IB에 관해 공부하는 것도 3년 째다. IB 관련 강의가 매 2학기마다 열리고 있다. 작년 말미에도 IB에 관해 배운 것을 정리하며 우리나라에서 IB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정리한 적이 있다. 당시(2022년)에 우리나라에 IB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는 28개교였다. 2019년 IB에 대한 한국어 지원이 확정된 뒤, 기존에는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외고 및 사립학교 등에서만 시행되던 IB가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을 시작으로 공립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했고, 3~4년의 준비 끝에 작년부터 최초로 우리나라의 공립학교에서도 IB가 시작되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경기도교육청에서도 IB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다시 IB 홈페이지에 들어가 알아보니 현재(2023년) 우리나라의 IB학교는 34개교로 늘어나 있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은 본격적으로 관내 25개교를 IB 관심학교로 지정하여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제는 전남교육청과 광주교육청까지도 IB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짧게 말해서 교육 정책에 있어 IB는 정치적 입장까지도 상쇄시키는 합의점을 갖는 방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교사들이 직업적 어려움에 대해 집단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교사들이 행복하지 못하다. 우리는 또다시 교육계의 변화를 요구한다.
학생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공부를 하지 않고 실컷 놀 때? 그렇지 않다. 학생은 공부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다만 자신이 ‘잘하고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며 공부할 때 말이다. 자신이 정말로 해야 할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즐거워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공허하고 불안하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교사는 수업을 잘하고, 잘하고 있다고 느끼고, 또한 점차 더 잘해져 갈 때 행복하다. 현재 언론에는 진상 학부모들의 민원과 학생 인권만을 운운하는 중에 배제된 교사 인권 및 수업권 때문에 교사들이 힘들어진 것으로 비치지만, 우리는 더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연 교사들이 교직을 시작하고 수년 사이 교사로서의 생기와 열정을 잃어버린 일은 교사의 권위가 비교적 높아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없었던 일인가?
교사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소진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그들이 그들의 본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즉, 교직 활동을 거듭하면서도 성장한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사의 진정한 권위는 교사교육과정과 수업에 있다. 그동안 교권을 침해하던 것은 진상 학부모와 막무가내의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교사들을 옥죄던 교육과정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한 교육과정 문서와, 교사용 지도서, 그리고 출판사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교수학습자료로 인해 교사들은 학교와 수업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대체 가능한 인력이 된다.
현재의 교사들의 울부짖음에 대하여 우리는 또 IB를 들여다볼 수 있겠다. IB 교육과정은 특정 내용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틀을 마련해 주고 그 내용은 자국의 교사들이 채우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IB의 수업은 각 교사의 인생 전체가 투입되고, 각 교사의 교육과정은 그 누구도 간섭하고 침해할 수 없다. 교사들마다 각자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사교육이 마구 침투할 수도 없고, 인터넷 강의로 마구 찍어낼 수도 없다. IB는 교사들에게 교사교육과정을 돌려줄 수 있는, 그들의 진정한 권위를 되찾아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