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의 구성과 생성은 학문탐구 활동의 가장 핵심적 존재 이유이다. 학문의 본질적 목적과 궁극적 지향점이 바로 이론이라는 것이다. 즉, 학문탐구의 과정은 곧 이론화의 과정이고, 세련된 이론의 산출은 학문공동체의 존재와 발전의 지표가 된다. 교육과정학 또한 하나의 학문분야로서 교육과정 이론을 수립하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학문적 과제이다(윤병희, 2002).
그러나 교육과정 이론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특히 교육의 문제는 매우 가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교육학 하위 분야 중 교육과정학은 그중에서도 더욱 가치지향적인 특성을 갖는데, 이는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교육과정학은 교육학의 핵심이자 ‘제1층 이론’으로 모(母) 학문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규범적이고 가치지향적인 교육의 본질적 특성을 더 많이 갖는다. 또한 이로 인해 더 오랜 역사와 뿌리가 있는 모학문에 개념적·방법적론적으로 기댈 수가 없다(허숙, 2002). 둘째, 교육의 ‘내용’이자 ‘무엇을’을 다룬다는 점에서 ‘방법’이나 ‘어떻게’의 문제보다도 더욱 가치지향적이다. 그러나 이론이라는 것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고, 보편적이고,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한편 이러한 특징 때문에 교육과정 이론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진다. 과거에는 가치라고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원성의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말하는 가치에 좀처럼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각자가 자신의 가치가 옳은 것이라고 소리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개정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에 바로 우리는 이론이 필요한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을 가지고 상식에 입각하여 사고하고 주장한다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날 교육과정학자들은 그 어느 것보다 더욱 가치지향적인 분야에 대해서, 기댈 수 있는 모학문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학문 탐구의 핵심 과제인 교육과정 이론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봉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일련의 교육과정 이론에 대한 논의와 정리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에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