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신혼여행 여섯째 날, Ubud
길리에서 우붓으로 오는 길이 꽤 고생이었던 탓에 이 날은 더욱 일찍이 잠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본 것이 8시 몇십 분이었던 것 같아, 아마 9시쯤 잠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6시도 안 되어 저절로 눈이 떠졌다.
오늘은 그의 생일이었다. 나는 자고 있는 그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는 나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
우붓에서의 본격적인 첫날, 우리는 조식을 먹고 우붓에서 가장 유명한 수영장이라고 할 수 있는 Cretya Ubud을 찾았다. 처음엔 고젝 드라이버가 우리를 7분 덜어진 엉뚱한 곳에 내려놓았지만, 그 근처이길 다행이었다.
자리를 둘러보다가 미니멈 차지가 1,000k인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더 늦게 왔으면 이 자리도 없을 뻔했다. 음료와 나초를 시켜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계단식 논과 계단식 수영장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멋진 장소이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에서도 많이 본 곳이었는데, 생각만큼이나 정말 멋진 곳이었다. 다들 어디서 놀다가 이렇게 모여들었는지, 그간 정말 서양인 관광객들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는 서양인, 한, 중, 일, 인도인 할 것 없이 전 세계인들이 있었다. 다시 말해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그런 장소였다. 자연을 좋아하는 어른들도, 힙한 곳을 찾는 젊은이들도, 액티비티를 즐기는 활동가들까지도 말이다.
우리는 이곳에 있는 것만이 하루 일정이 전부였기 때문에 여유를 부렸다. 자리를 잡자마자 수영장으로 뛰어들어가는 대신 음료만 시켜두고 나는 글을 썼고 남편도 그만의 시간을 보냈다. 전날에 대한 기록을 마치고, 몇 장의 인생사진들을 남긴 후에 수영을 즐겼다.
3단의 수영장은 아래층으로 갈수록 깊어졌고, 동그란 온수풀도 있었는데, 열대지역에 무슨 온수풀이냐만은, 온수풀에 들어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바깥공기는 시원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수영을 한차례 즐기고 또 점심을 먹으러 자리로 돌아오는데, 거짓말처럼 그 쨍쨍하던 하늘은 어디를 가고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또 세찬 스콜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비가 오는 모습을 마라보며 또 한 차례 강제 휴식을 취했다. 나는 이 시간을 이용해 ebook을 읽었다.
어느 정도 비가 그친 후 산책을 했다. 산책길도 정말 잘 조성을 해 놓았다. 자연경관이 어르신들도 좋아할 만한 그런 장소였다. 산책을 마치고 한 번 더 수영장에 몸을 담근 후 빌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나의 결혼 준비에 보템을 준 권사님들과 우리 어머님들의 선물을 사러 Ashitaba라는 가방 매장에 들렀다. 내 것은 시장에서 샀는데, 글쎄 시장 가방은 흰 옷에 물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물용은 제대로 된 매장에서 사기로 했다. 우리 엄마 것, 시어머니 것, 서권사님, 김권사님, 문권사님 것까지 5개를 시원하게 구입했다.
남편의 생일 기념으로 숙소에 romantic dinner를 예약해 두었더니 침대에 "Happy Birthday" 장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잠시 해프닝이 있었는데, 남편이 그만 그 장식 위에 털썩 앉아버린 것이었다! 글씨가 망가졌다. 글씨를 다시 바로 높는데, 나도 모르게 속상해 눈물이 났다. 남편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신경을 쓴 건데 남편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였다. 나는 "관심이 없는 게 분명해..." 하면서 애교 섞인 속상함을 표현했다.
그는 그런 나를 안아주며 적극적으로 기쁨을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그의 표현이 정녕 그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인지? 아무튼 그 이후로 저녁 내내 그는 감동이며 행복이라며 잘 표현을 해주었다.
7시에 저녁을 준비해 주기로 한 발리 직원들은 7시에 세팅을 시작하고는 우리를 꽤 오래 기다리게 했는데, 나는 이 이벤트가 남편이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또 오랜 기다림에 이걸 한 것이 잘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그래도 막상 테이블에 앉아 사람에게는 때로 정말 '분위기'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붉고 연약한 촛불로 둘러싸인 식탁에서 나는 절로 진지해져서는 그에게 다시금 나의 진실된 마음을 속삭이게 되었다. 당신을 많이 사랑하며, 혹여 당신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힘들지는 않을까 많이 신경을 쓰노라고. 또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애피타이저, 수프, 참치스테이크(발리에서 육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숱하게 깨달아서...), 디저트로 이어지는 4코스에 로제 와인이 곁들여졌다. 마지막엔 생일케이크도 주셨다.
그리고 직원분이 자꾸 영화를 찍으시는 게 웃겼는데, 처음엔 그만 찍고 가시지, 했으나 웃겨서 나의 눈물이 쏙 들어가게 만들어주었다. 또 우리는 호응하며 명연기도 펼쳐주었다. 시간을 잘 안 지키기는 하나, 여기 발리의 직원들은 참 열심히 일한다. 그들의 성실함에 분명 돈을 지불했음에도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곤 하게 한다.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이날 밤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