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날이다. 개강준비를 해야겠지만 결혼을 빌미로 며칠의 휴가를 더 보내기로 했다. 오늘의 무슨 요일인지는 완전히 망각한 채로. 확인해 보니 목요일이었다.
길리에서의 마지막 저녁으로 Island view bar에 앉아 있다. 이곳은 정말 무척이나 덥다. 오기 전 그 누구도 이런 얘기는 해주지 않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주르륵이다. 견디기가 쉽지는 않다.
방금 남편은 파리와 사투를 벌이면서 생선 나시짬뿌르를 그래도 열심히 먹었다. 나는 비프사테를 시켰는데, 거의 먹지 못하고 그대로 두었다... 사테는 두 번째 실패이다. 그 집 사테만 안 맞은 게 아니라 그냥 사테 자체가 안 맞나 보다. 그리고 오징어튀김과 맥주를 다시 주문했다. 우리 음식을 치우러 온 웨이터의 표정이 상당히 안 좋아 보였다. 왜 먹지 않았느냐고, 맛이 없었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에게 맞지 않았다고 남편이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겨우 여행 4일 째였다. 체감으로 일주일은 된 것 같은데!
그리고 길리아이르에서는 이틀 째다. 오늘은 아침 일찍 스노클링을 예약해 두었다. 7:45에 호스트가 우리를 데리러 온다고 하여 7시에 알람을 맞춰 두었다.
스노클링을 단순한 관광상품으로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익스트림 스포츠였고, 우리는 계획된 체험의 반 정도만 커버했다. (중간에 우리가 구명조끼 벗어도 되냐고 오기 부린 게 잘못이었다...ㅎㅎ)
힘들어하는 우리를 보고 가이드는 Gili Meno 섬의 레스토랑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우리의 취미(?) 중 하나는 우연히 들어간 장소들의 구글 리뷰를 사후에 확인해 보는 것인데, 그 레스토랑은 아니나 다를까, 구글 리뷰 3.0의, 모든 스노클링 업체에서 관광객을 강제로 데려다 놓는 그런 곳이었다.
음식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상인들이 스멀스멀 나와 액세서리를 팔기 시작했다. 목걸이 하나에 250k 거북이 팔찌 하나에 100k 부르는 것을 목걸이 내 것 하나, 팔찌 커플로 두 개에 150k에 달라고 하니 (처음에는 100k에 달라고 했다^^) 절대로 그 가격에는 안 줄 것처럼 하더니 "better than nothing"이라며 마지못해 우리에게 팔고 가셨다.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나름 기분 좋게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귀여운 거북이가 달린 커플 팔찌는 마음에 들었다. 기분이었다.
식사를 하고, 아름다운 해변 사진을 찍고 다시 보트에 올라탔다. 아침도 못 먹고 나온 우리는 공복 스노클링으로 기운을 못 차리다 그래도 식사를 하고 기운을 차리고는 보트 투어를 즐겼다.
나중에 받은 고프로로 찍어주신 사진과 영상들은 놀라웠다. 나는 거북이와 함께 수영하는 장면과 엄청나게 많은 열대어가 등장하는 영상을 부모님께 자랑했다.
숙소로 돌아와 제시간에 먹지 못했던 숙소의 아침식사를 점심으로 먹었다. 너무나 더웠는데 스무디볼을 주문해 놓기를 잘했다.
또 빌라에서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몸을 깨끗이 하고 스파에 갈 준비를 했다. 씻자마자 다시 땀이 주르륵 흐르고, 선크림을 바를 때도 땀과 섞여 발라야 하는 점은 함정이었지만...
90분짜리 커플마사지를 받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flower bath까지 했다. 향긋한 꽃향기가 매우 좋았다. 마사지를 받을 때는 잠에 솔솔 빠지기도 했다. 마사지를 받고 나니 몸이 훨씬 가뿐해졌다.
그렇게 마사지까지 받고 길리의 해변이 보이는 식당에서 석양을 기다리며 일기를 썼다. 남편도 이 틈을 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