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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by 문창승

시계가 엉뚱한 시간을 가리킨다

건전지를 바꾸어야 하나

아니면 고장이 난 것일까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시곗바늘이 낯설지 않다


지금을 딛고 선 이들의 틈에서

나는 무엇을 좇고 있었던가


지난 것과 지나지 않은 것이 뒤섞여

휘청대고 울렁거리는 세계에는

가여운 나의 발자국뿐이다


알 수 없다는 문장만이 가득한

책장(冊張)을 만지던 손으로

시계의 건전지를 바꾸어 끼운다


새로 맞춘 시간을 따라

똑딱 움직이기 시작하는 바늘


다시 어긋나 버리지는 않을지

아직은 알 길이 없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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