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엉뚱한 시간을 가리킨다
건전지를 바꾸어야 하나
아니면 고장이 난 것일까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시곗바늘이 낯설지 않다
지금을 딛고 선 이들의 틈에서
나는 무엇을 좇고 있었던가
지난 것과 지나지 않은 것이 뒤섞여
휘청대고 울렁거리는 세계에는
가여운 나의 발자국뿐이다
알 수 없다는 문장만이 가득한
책장(冊張)을 만지던 손으로
시계의 건전지를 바꾸어 끼운다
새로 맞춘 시간을 따라
똑딱 움직이기 시작하는 바늘
다시 어긋나 버리지는 않을지
아직은 알 길이 없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