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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by 문창승

남자는 연거푸 기침을 하였고

수차례 가래를 뱉었다


간질거리는 목구멍이 불쾌해

억지로 물을 들이켜는 중에도

감기는 남자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벌을 받고 있지만 실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쉬지 않고 일해 온 나날과

고집스레 괴롭히는 타자들이

남자를 병들게 했을 뿐이다


힘없이 콜록대면서도 일하기를

멈추려 하지 않는 사내


기억 속 그의 이름은 아버지였고

지금의 나는 똑같이 감기에 걸린

그 남자의 반복이다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으며 난

그가 했듯 일할 준비를 마친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올려다보던 아이는 이제

같은 표정의 아이를 내려다본다


갈색의 굵은 손으로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묵묵히 길을 나서는 두 남자


한 사람은 그때의 길을 걸었고

한 사람은 오늘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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