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연거푸 기침을 하였고
수차례 가래를 뱉었다
간질거리는 목구멍이 불쾌해
억지로 물을 들이켜는 중에도
감기는 남자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벌을 받고 있지만 실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쉬지 않고 일해 온 나날과
고집스레 괴롭히는 타자들이
남자를 병들게 했을 뿐이다
힘없이 콜록대면서도 일하기를
멈추려 하지 않는 사내
기억 속 그의 이름은 아버지였고
지금의 나는 똑같이 감기에 걸린
그 남자의 반복이다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으며 난
그가 했듯 일할 준비를 마친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올려다보던 아이는 이제
같은 표정의 아이를 내려다본다
갈색의 굵은 손으로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묵묵히 길을 나서는 두 남자
한 사람은 그때의 길을 걸었고
한 사람은 오늘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