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아이가 학교를 등교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니 여기에 따른 준비물도 제법 필요해서 새로 산 노트북은 아들에게 양보했고, 탁상용 LED 스탠드도 새로 구입했다. 이런 물건들은 어떻게 해서든 해결을 하겠는데 급식을 가정에서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작년에 받은 친환경 식재료 꾸러미를 물끄러미 보면서, 온라인으로 대체 불가능한 급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2년간 점심을 차려놓고 나가거나 직접 차려준 메뉴는 카레, 유부초밥, 샌드위치 순이다. 집밥도 인스턴트도 아닌 코로나식 메뉴라고 불러야 하나 싶다.
자식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인다는 것이 이리도 쉽지 않은 일임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2년을 어찌어찌 버텨내고 있다. 즉석식품이나 밀키트 같은 간편식이 넘쳐나는 세상이고, 한밤중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벌써 집 앞에 도착하는 시대에 살면서 왜 이걸 고민하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급식이 더 균형 잡힌 영양 식단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일주일에 두 번 등교 수업으로 학교에 다녀온 날이면 맛있는 급식 얘기로 신이 난 아이의 얼굴을 보면 이를 체감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겪는 일이고, 다들 열심히 집에서 셀프 급식을 하는 중일것이다. 그래도 정성만으로는 안 되는 것도 있어서 이것저것 새롭게 배우면서 버텨 나가고 있다. 더불어 밥을 짓는 일이 잦아지니 밥의 모태가 되는 벼와 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생소한 단어로 적힌 자료들도 찾아보고 밥도 해보면서 더 나은 밥을 짓는 고민을 한다. 밥 한 그릇 정갈히 지어내는 일로 이 어려운 시절을 살아내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