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반장 Feb 16. 2022

공구 무식자에서 탈출하는 전동 드라이버 사용법

어쩌다 목공 별책부록 : 그것도 알고 싶다.

궁금하니까 초짜다.

신문물이 마구 쏟아졌다. 이것도 알고 싶고 저것도 알고 싶다.  

알아야 신간 편한 전동 공구들.


처음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날이었다. 같은 기수의 수강생들과 서로 인사를 하고 공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제일 처음 배우게 되는 공구는 전동 드라이버다. 구멍을 뚫는 ‘드릴 비트’와 나사를 박는 데 사용하는 ‘드라이버 비트’를 번갈아 바꿔 사용할 수 있으니 ‘전동 드릴 드라이버’라고 부르는 게 맞겠다. 스위치만 누르면 드라이버가 쌩쌩 돌아가니 얼마나 신간 편한 세상인가? 게다가 생긴 건 또 얼나마 진취적 이던지, 한 손에 잡고 방아쇠를 당기면 화살처럼 생긴 비트가 앞으로 발사되는 줄 알았다.


사실 목공 일자무식이었으니 모든 게 낯선 것은 당연한 것이다. 목공의 기본 중의 기본인 목재를 연결하는 것도 못을 망치로 때려서 박아 넣는다고 생각했다. 드라이버로는 철제 앵글 같은 것에 나사를 돌려 끼우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수업 첫날 내가 얼마나 무식쟁이인 줄 알게 됐다. 뭐 창피하는 않았다. 다른 수강생들도 제법 놀라는 눈치였기 때문에.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유추해 볼 수 도 있는 것이다. 나무에 대못을 망치로 박는다 생각해보자, 단단하고 촘촘한 나무에 대못이 강제로 파고드니 나뭇결이 터지거나 갈라져 나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드릴 비트를 사용해서 미리 못 길을 내서 공간을 만들고 그다음에 나사못을 박아야 나무가 튼튼하게 연결된다.

작업이 두 번에 걸쳐 연속 진행되는 식이어서 비트를 갈아 끼우는 것보다 ‘전동 드릴 드라이버’를 한 세트로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전동 몸체 두 개를 구입해 드릴비트를 끼운 ‘전동 드릴’ 하나와 드라이버 비트를 끼운 ‘전동 드라이버’로 나누어 사용한다.





흔히 사용하는 ‘전동 드릴 드라이버’는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임팩트 드라이버, 해머 드라이버, 그리고 그냥 전동 드라이버를 말한다. 전동 렌치도 있겠지만 목공에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먼저 임팩트 드라이버를 살펴보자.


말 그대로 임팩트(Impact) 기능이 있다. 많이 쓰는 말이지만 뜻은 잘 모르니 사전을 찾아보자.  <임팩트 : 구기 경기에서, 배트, 클럽(club), 라켓 등으로 공을 친 순간. 또는 그 타격>을 말한다. 또 <특정 스킬을 짧은 시간 동안 극대화시켜주는 아이템>이라는 뜻도 있다.


전동 드라이버의 스위치를 누르면 비트가 고속으로 회전한다. 그리고 힘을 주어 앞으로 누르면 비트에 따라 구멍도 뚫고, 드라이버가 나사못을 회전시켜 목재에 파고들며 박히는 방식이다. 임팩트 드라이버는 이 비트가 회전하는 동안에 회전 방향으로 툭툭 타격을 주는 기능이 있다. 어떻게? 어릴 적 가지고 놀던 팽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돌아가는 팽이에 옆 부분을 탁! 탁! 팽이채로 때려주면 더 씽씽 잘 돌아가지 않던가? 이렇게 회전에 임팩트를 더해주니 작업이 수월하게 된다. 그래서 목공 작업에 더 유리하다.


임팩트 드라이버는 비트를 끼우는 부분을 ‘슬리브’라고 부르는데 육각형 모양이다. 육각 비트만 장착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뚝딱이 목공방에서는 보통 육각형의 드라이버 비트를 끼워 드라이버 용도로 사용한다. 그냥은 동그란 스트레이트 비트는 장착하지 못하지만 임팩트 전용 비트를 사용하거나 임팩트용 척(chuck)을 사용하면 스트레이트 비트도 사용할 수 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임팩트 드라이버


두 번째는 해머 드라이버.


보통 해머 드릴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긴 하지만 비트를 갈아 끼우면 드릴이 드라이버가 되는 것이니 별 의미는 없겠다. 임팩트 드라이버와 달리 해머 드라이버는 비트를 ‘척(chuck)’에 끼워 사용한다. 톱니가 척에 달려 있고, 이 톱니를 돌릴 수 있는 동일한 톱니 모양의 ‘키(key)’가 별도로 있다. 그래서  ‘키 척(key chuck)‘이라고 한다. 잃어버리면 비트를 교체할 수 없어서 다들 몸체에 대롱대롱 달아 놓는다. 비트를 강하게 조일 수 있어 전기식 전동드릴에 많이 사용한다.


키 척 (위)와 키레스 척 (아래)



우리 공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은 ‘키레스 척(keyless chuck) 방식이다.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다. 키(key)가 없고 척(chuck)만 있다는 뜻이다.  척(chuck)에다 비트를 끼우고 손으로 잡고 돌리거나, 잡은 채 스위치를 살짝 누르면, 비트를 조이거나 풀 수 있다. 충전식 드라이버에는 보통 이 키레스 척을 사용한다. 목공 작업에 적당하다.



원형 스트레이트 비트 장착이 가능한 키레스 척 드라이버(좌)와 육각형 비트를 끼우는 임팩트 드라이버(우)의 비트 삽입구 비교



임팩트 드라이버와 구별되는 것은 해머 기능이다. 몸체의 윗부분에 있는 그림 표시 중에 망치 모양의 그림에 맞추면 해머 기능이 적용된다. 임팩트 기능과 다른 것은 비트의 회전 방향이 아닌, 나사를 박고 구멍을 뚫는 직진 방향으로 힘을 더 때려주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매년 연말, 보도블록을 깔고 또 깔고 할 때 구경할 수 있는, 두두두둥하는 큰 해머드릴을 생각하면 된다. 콘크리트 비트를 장착해서, 콘크리트 벽면 타공 작업에 보통 사용한다. 앞으로 큰 힘이 일시에 쏠리니 욕실 타일에 거울 달려고 사용하면 타일이 다 쪼개져 공사를 다시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목공 작업에는 사용할 일이 많지 않다.



세 번째는 그냥 드릴 드라이버


말 그대로 그냥 드릴 드라이버인데 딱히 앞의 것들과 구별할 표현이 없어서 이리 써봤다. 이걸 사려고 공구 전문점에 가서 ‘그냥 드릴 드라이버 주세요’ 하면 그냥 외면당할 수 있으니 알아서 할 일이다. ‘드릴 드라이버’라고 하는 게 보통이다. 해머 드라이버에서 해머 기능이 빠진 걸 말한다. 상단부 기능 조절 레버에 해머 기능인 망치 모양이 없고, 나사못 체결 용도의 머리가 있는 나사못 그림과 드릴 용도인 머리 없이 일자인 드릴비트 모양만 있다. 보통 키레스 척이 장착되어 있다.



다음은 사용법을 알아보자.


작동 스위치 사용법


앞서 살펴본 대로 임팩트 드라이버에 육각형 비트를 사용하거나, 키레스 척에 용도에 맞는 비트를 물려 놓으면 준비는 끝난다. 방아쇠 모양의 스위치를 당기면 앞부분 비트가 회전하면서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기종에 따라 작은 LED가 장착돼 있는데 이 스위치에 손가락을 걸고 아주 살짝 누르면 불이 밝아져 작업을 용이하게 해 준다.

스위치를 누르는 정도에 따라 회전 속도가 달라진다. 살짝 누르면 슬슬, 꾹 누르면 쌩쌩 돌아간다. 이걸 공구의 힘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회전 속도만 조절하는 것이다. 또 세게 누른다고 설정 속도보다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느리게 시작해 정속도까지 가게 된다.



스위치를 누르는 정도에 따라 회전수가 빨라진다.


나사를 조이고 풀 때 회전 방향 조절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에는 ‘정역 레버’라고 되어있는데 수년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아마 정방향 역방향 조절 레버라는 뜻인가 보다. 양쪽에서 눌러서 정방향 역방향을 조정한다. 방향을 조절해 나사를 조이고 풀고 할 수 있다.



변속 (시프트) 레버


몸체 상단부에 숫자 1,2로 표기된 조절 레버가 있다. 1은 저속, 2은 고속을 말하는데 손가락을 거는 방아쇠 스위치로 조절되는 속도가 아닌 기본 설정을 바꾸는 레버다. 2단이 1단보다 3배 이상 고속 회전하는 방식인데 자칫 오해해서 큰 힘이 필요한 부분에 2단 고속 회전을 사용하면 안 된다. 가공 대상과 공구가 서로 영향을 주게 되는데, 가공하려는 재질이 콘크리트 같이 단단한 것이라면 오히려 이 고속 회전이 비트나 모터에 무리를 주게 돼 회전이 멈출 수도 있다. 위험하다. 콘크리트 타공이나 두꺼운 하드우드 같은 걸 타공 할 때는 1단 저속을 사용해야 한다.  보통 일반 작업에는 2단 설정을 사용한다.






토크 조절 스토퍼


비트가 물리는 척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토크 캡을 돌려서 원하는 힘(토크)을 제어할 수 있다. 1단에서 15단이나 20단으로 조절된다. 1단에 가까울수록 작은 나사나 소프트한 재질을 가공할 때 사용하고, 숫자가 높아질수록 큰 나사못과 하드 한 재질을 가공할 때 사용한다. 숫자가 높은수록 힘이 세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확히는 숫자 이상의 힘이 사용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10단에 맞췄다면 설정된 10단 토크보다 더 힘이 들어가면 모터는 공회전을 해서 나사못이 뭉그러지는 걸 방지하고 공구의 모터를 보호하게 된다. 소프트한 재질에 고단의 토크를 사용하면 나사못 머리도 뭉그러지면서 목재를 파고들어 나뭇결을 갈라놓을 수도 있다.







목공 수업을 듣고 와서 얼마 전 구입해 놓은 드라이버 상자를 꺼내보니 전기에 연결하는 큰 해머 드릴이다. 집 벽 콘크리트에 얼마나 큰 구멍을 내려고 이런 무지막지한 장비를 구입했을까? 적당한 전동 드라이버를 찾아 한 쌍 구매했다. 광고에서 말하는 볼트는 공구의 힘을, 암페어 용량은 사용시간에 영향을 주지만 높아질수록 공구의 무게가 무거워지니 필요에 맞는 걸 구비하면 된다.



익숙해지면 사용에 큰 지장은 없겠지만 기능을 알면 신간이 편해지고 작업물이 깔끔해지더라. 알아야 면장을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