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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반장 Feb 23. 2022

요즘엔 빼빠라고 안 해요. ‘전동 샌더’ 사용법

어쩌다 목공 별책부록 : 그것도 알고 싶다.

<빼빠>라는 말이 있다. 표준어로 하면 ‘사포’.


종이에 돌가루, 유리가루를 붙여 나무나 물체의 표면을 반들반들하게 갈고닦는 도구를 말한다. 아마도 영어 ‘샌드 페이퍼(sand paper)’의 일본어 발음 ‘산도 페-파-(サンドペーパー)’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용되다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흔적일 것이다. 옛날에 아버지가 벤치의자 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는 ‘가서 빼빠 좀 찾아와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있다.


‘아직도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게 나였다. 목공 수업 첫날이었다. 모니터 받침대 만들기 수업이었는데 완성 전 단계에 나뭇결을 보드랍게 다듬어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빼빠는 어디에 있나요?’ 해버린 것이다.


목공방에 있는 ‘빼빠’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는데, 마치 일제강점기와 21세기처럼 족히 100년 세월의 간극쯤은 돼보였다. 일단 크고 시커먼 종이를 잘라 쓰는 게 아니었고 전기로 구동되는 전동공구였다. 모양은 또 어찌나 유니크 한지. 전기로 구동된다 할지라도 네모여야 할 것 같은데 이 공구는 동그랗게 생겨서 한 손에 잡히는 구조였다. 여기에 달린 동그란 사포가 위이잉 소리를 낼 때는 마치 내 오른팔에 아이언맨의 슈트가 장착된 듯 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이걸 우리 목공방 쌤들은 '샌딩기‘라고 불렀다.



샌딩기(샌더)의 종류


샌딩기는 작동원리, 사포의 모양, 휴대형, 고정형 등 여러 가지로 나눠볼 수 있지만 가장 크게는 ‘오비탈 샌더’와 ‘벨트 샌더’로 나누어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듯하다. 먼저 오비탈 센더에 대해 알아보자



오비탈 샌더 (Orbital Sander)


목공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오비탈 샌더’다. 몸체도 둥글게 생기고 부착하는 사포도 동그래서 흔히 ‘원형 샌더’라고 부른다. 우리 목공방에는 없지만 같은 오비탈 샌더인데 사각형도 있다. 사각 사포를 붙인다. ‘그럼 사각형이 쌩쌩 돌아가나요?’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오비탈 샌더에 대한 가장 큰 오해다. 이 샌더는 패드에 붙은 사포가 회전하지 않는다. 오비탈(Orbital)이라는 이름처럼 궤도를 따라 진동하는 방식이다. 축 중심의 단방향 회전이 아닌 축이 바뀌며 궤도를 따라 진동하게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핵융합 원자로 터지는 소리인가?’ 싶다면 본인이 유리창을 닦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걸레를 잡은 손목을 360도 회전시키면서 유리창을 닦는 게 아니다. 손으로 작은 원을 그리고 전체적인 큰 원을 만들면서 청소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샌딩기를 손에 잡으면 ‘윙’ 돌지 않고 ‘붕’ 떨리는 것이다.


왜 이렇게 하냐고? 이렇게 해야 샌딩도 잘되고 사용도 편리해진다. 안전하게 손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샌딩기가 계속 한 방향으로만 고속 회전한다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잡고 있던 샌딩기를 놓쳐 옆 작업자의 얼굴로 힘차게 튀어 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참고로 오비탈 운동하지 않고 축을 중심으로 한 방향 회전하는 장비가 ‘그라인더’다. 이래서 자꾸 그라인더가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다.)


디월트 오비탈 샌더



사포를 붙이지 않은 바닥면이 동작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벨트 샌더 (Belt Sander)


말 그대로 벨트가 회전하며 재료의 표면을 연마해 주는 샌딩기를 말한다. 이음새가 없는 벨트 모양의 사포를 양쪽 축에 걸고 돌려서 사용한다. 탱크 바퀴를 연상하면 쉽다. 테이블에 고정하는 고정식이 있고 손으로 들고 사용하는 이동식이 있는데, 특히 이동식은 오비탈 샌더와 달리 한 방향으로 고속 회전하며 힘이 쏠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동형(핸드 타입) 벨트 샌더(좌)와 고정형 벨트 샌더 (우)




오비탈 샌더 (원형)의 구조


전원 스위치


단순한 형태의 전원 스위치가 달려있다. 제조사마다 기능의 차이가 있는데 스위치를 끄면 서서히 작동이 멈추는 것도 있고 바로 정지하는 제품도 있다.



스피드 조정 다이얼


몸체에는 스피드 조절 스위치가 있는데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하는 것이 아니니깐 분당 진동을 조절하는 것이다. 보통 1~6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제조사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1단은 4,000, 6단은 12,000의 분당 진동수를 말한다. 1단과 2단은 광택용으로 사용하고 2단에서 4단까지는 마무리용, 그리고 4단과 6단은 일반 샌딩용으로 구간을 나누어 사용한다. 겹치는 구간이 있는데 나무의 단단함이나 표면 상태에 따라 조절하는 것이다. 보통은 재질이 단단할 수 록 높은 단수를 사용한다.


샌딩 패드


벨크로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원형 사포 (샌딩 디스크, 샌딩 시트)를 붙여서 사용한다.  구멍이 8개 있는 120mm (5") 규격이 일반적이다.


먼지 흡입구와 배출구


샌더의 바닥면에 갈려진 톱밥을 흡수하는 흡입구가 있다. 이 흡입구가 없으면 톱밥이 사포에 남아 샌딩이 잘 되지 않는다. 사포의 구멍과 잘 맞춰 장착해야 한다. 샌더의 후면에는 배출구가 있는데 집진기와 연결해 사용하거나 집진 주머니를 장착해 사용한다.






오비탈 샌딩기 사용법


전용 원형 사포(샌딩 시트)를 사용한다. 표기된 숫자가 작을수록 표면이 거칠다. 60방, 240방, 400방 식으로 부르는데 거친 적은 방수에서 시작해 고운 높은 방수로 마무리한다.

오비탈 샌딩기는 무리하게 힘을 주어 누르면 오히려 샌딩이 잘 안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진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을 가할 필요가 없다. 무리한 힘을 가하면 오히려 목재 표면에 굴곡이 생길 수 있다. 모서리를 샌딩 할 경우에는 45도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힘이 과하게 가해져 원하는 것보다 많이 샌딩 될 수 있으니 모서리와 마무리 작업은 샌딩 패드를 이용한 손 샌딩을 권장한다.





목공 작업에서 샌딩은 표면을 매끄럽게 잡아주는 공정이지만 미세한 오차를 교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역으로 과도한 샌딩은 미세한 오차를 발생시키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예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 과도한 샌딩으로 표면이 반듯하지 않고 꿀렁거리고, 모서리의 각이 뭉그러져 애초의 엣지 있는 모양을 잃는 경우가 있다. 늘 과유불급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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