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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반장 Feb 28. 2022

뉴송? 미송? 알쏭달쏭 목재 이름, 누가 좀 알려주오!

어쩌다 목공 별책부록 : 그것도 알고 싶다.

목공방이 가장 분주한 날은 목재가 들어오는 날이다. 우리 뚝딱이 목공방은 회원들이 목재를 공동 구매하는데 구매일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냥 목재가 거의 떨어져 갈 무렵이 적기다. 비가 오지 않는 좋은 날을 잡아 각자 필요한 나무를 종류별, 수량별로 신청한다. 계절별로 1~2회 정도, 보통 트럭 한 대 분량 일 때가 많아서 내리고 옮기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탠다. 역할도 일정하게 분담되어 있다. 차량에서 하차, 운반, 목재를 받아서 종류별로 쌓는 적재 팀으로 나눠볼 수 있다. 물론 회원들의 자원봉사인데 나를 포함한 일부는 일이 다 끝나고 한잔하는 뒤풀이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 개략적으로 분명하다. 


내 역할은 거의 정해져 있는데 최종 단계, 그러니깐 목재를 받아서 종류별로 적재하는 일이다. 벌써 몇 해째 이 일은 늘 내 몫이다. 흔히 ‘원장’이라고 부르는 원목 집성판의 크기가 2,440mm × 1,220mm으로 상당히 큰 편이어서 혼자서는 이걸 받아서 적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2인 1조로 작업한다. 하차는 성국쌤과 재태쌤이, 운반은 광석쌤과 준혁쌤이 베테랑이다. 최근에는 운석쌤과 선영쌤이 합류하기도 한다. 지하 공방에서는 목재를 받아 칸칸이 쌓아야 하는데, 한동안 같이 목재를 적재하던 미선 선생님이 공방을 그만두는 바람에 최근에는 지원쌤이나 옥희쌤과 작업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분들은 우리 목공방의 진골 터줏대감 되신다. 귀여운 '쌤'이라는 말은 우리 목공방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은근히 입에 잘 붙는다.



목재가 들어오는 날은 분주하다.



하차해서 옮겨진 나무는 종류별로 쌓아야 한다. 여럿이 사용하는 것이어서 잘 정돈해 두어야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기에 꺼내 쓰기 쉽다. 물론 이래야 관리도 수월하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목재가 당연히 양도 많고 제일 상단에 쌓인다. 우리 뚝딱이 목공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무는 두께 18t의 ‘레드 파인’이다. 이름처럼 붉은빛이 감도는 소나무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핀란드산이다. 목질이 부드러운 침엽수여서 ‘소프트 우드’로 분류한다. 북유럽의 추운 날씨에서 서서히 자랐기 때문에 나이테가 촘촘하고 무늬가 수려하다. 아마 현재 목공용 가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레드파인’은 보통 북유럽산이지만 예전에는 이 나무가 자라는 땅들이 (구) 소련에 포함되는 영토였기 때문에 ‘소련 소나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지금은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와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의 주변 국가들로 나뉘어 있지만 90년대 이전에는 그냥 모두 ‘소비에트 연방’이었으니 이런 말이 생겼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도 건축용 목재로 많이 수입되는 러시아산 레드파인을 ‘사스나(sosna)’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사실 소나무를 뜻하는 폴란드어다. 아마도 폴란드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예전에는 소비에트 연방의 강한 영향력에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 아닐까 싶다. ‘안가라 사스나’라는 목재도 있는데 이는 시베리아 남동부의 ‘안가라(Ангара́) 강’ 유역에서 자란 소나무를 말한다. 또 ‘스카치 파인(scotch pine)’은 영국의 스코틀랜드 지방이나 발트해 인근에서 자라는 소나무다. 


부르는 이름은 레드파인(red pine), 레드우드(red wood), 사스나(sosna), 스카치 파인(scotch pine) 등으로 다양하지만 모두 북유럽, 러시아 등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말하는 것이며 목재의 성질도 같다. 차이라면 현지에서 바로 가공되어 수입되는가, 아니면 중국에서 가공되어서 오는가 정도가 아닐까? 



핀란드산 레드파인, 가구를 만드는데 널리 사용된다.
레드파인으로 만든 미니 책꽂이



북유럽이 아닌 곳에서 자란 소나무들도 목재로 가공되어 수입된다. 이름도 특이한 ‘뉴송’ 같은 것들이다. 뉴질랜드산 소나무를 말한다. 브라질산 소나무도 수입되며 칠레산 소나무도 있다. 칠레산 소나무는 ‘칠레송’이라고 부르는데 왜 ‘칠송’이라고 안 하는 걸까 싶기도 하다. 이들 국가를 지도에서 보면 공통점을 눈치챌 수 있는데 모두 지구의 남반부라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의 이름에 소나무 송(松) 자를 붙여서 부르지만 분류로는 모두 ‘라디에타 파인(Radiata pine)’이다. 라디에타 파인은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등지에서도 자란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소나무는 ‘뉴송’이다. 건축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럼 미송은 무엇일까? 우리 목공방에서는 ‘미송 합판’으로 친숙하다. 가구의 뒤판으로 많이 사용한다. 물론 미송 집성목도 가구에 널리 사용된다. 이름의 뜻은  뭘까? 예상한 대로 미국산 소나무가 맞다. 하지만 '미송(美松)'은 미국산 ‘소나무’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햄록(Hemlock)’과 ‘더글라스 퍼(Douglas fir)’와 같은 좀 생소한 나무들과 우리 목공방에서는 이제 잘 사용하지 않는 '스프러스(Spruce)'도 모두 미국 소나무인 ‘미송(美松)’이라고 불렀다. 소나무과(科)이지만 엄연히 소나무는 아니다. 지금처럼 나무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분류가 잘 되어있지 않던 60~70년대에 미국에서 수입되는 나무들 중에 껍질이 소나무와 비슷한 나무들을 다 ‘미송(美松)’이라고 칭했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이들이 서로 다른 수종이라는 것이 알려졌지만 목재상이나 건축현장 등에서는 아직도 미송으로 통칭되기도 한다. 미국산 ‘라디에타 파인(Radiata pine)’만 미송이라 불러야 맞는 말이겠으나 수입국가의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관행이 쉽게 없어지기는 않으니 사용자가 잘 구별해야 한다. 


미송 합판,미국산 소나무로 만든 합판이다. 가구의 뒷판, 서랍 아래판으로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우리 공방에도 ‘레드파인’ 외에 ‘편백나무’, ‘고무나무’, ‘아카시아’, ‘멀바우’, ‘화이트 오크’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나무에 국가 이름을 붙여 놓지 않아서 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기에는 더 좋다. 이렇게 종류별로 나무들을 정리해 칸칸이 넣고 나면 각재나 목봉 같은 사용 용도가 다른 종류의 나무를 따로 벽면에 모아 놓는다. 


다 정리했으면 뒤풀이 시간이다. 대개 일한 시간보다 뒤풀이 시간이 더 길다. 이 정도 뒤풀이 비용이면 아르바이트 고용해 목재를 나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기도 하지만, 나무를 다루는 일 만 큼이나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적극적인 우리 공방이니 어쩔 수 없다. 혹시 나만 이렇게 생각하나?



목재를 모두 쌓아놓고 나면 곳간에 쌀가마니 들인 듯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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