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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반장 Mar 07. 2022

기억을 새겨 넣듯, 목공방 레이저 각인기 사용법

어쩌다 목공 별책부록 : 그것도 알고 싶다.

그것도 알고 싶다.

어릴 적 우리 마을에서는 1년에 한 번 동네 사람들 모두 단체관광을 다녀오는 날이 있었다. 정확히는 어른들의 야유회다. 무슨 의원님이 협찬을 해줬다는 얘기도 있고 무슨 협회가 힘을 썼다는 말도 돌았는데, 내가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엄마가 단체 관광을 다녀오는 날에는 마을 입구에 나가 늦도록 관광버스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엄마를 기다리는 어른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무언가 선물이 주어질 것이라는 아이의 마음이 더 컷을 것이다.


엄마는 기념이 될 만한 것을 꼭 사다 주셨는데, 눈을 대고 셔터를 누르면 관광지 풍경 사진이 하나씩 돌아가면서 보이는 가짜 카메라와 나무로 만들어진 연필꽂이나 필통 같은 관광지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들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에는 대개 사찰이나 소나무가 늘어선 풍경, 바닷가 마을 풍경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고 무슨무슨 관광기념, 장소, 날짜가 새겨져 있었다. 꽤 오래 사용한 것도 있었는데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연필꽂이다. 20대 초반까지도 책상 위에 놓고 썼는데 먹물로 그린듯한 난초 같은 게 새겨져 있었다.


목공방에서 레이저 각인기로 나무에 뭔가를 새기고 있으면 가끔 이런 옛날 생각이 나곤 한다. 그 나무 관광 상품은 아마도 목선반으로 깎아낸 원통에 인두로 나무를 태워 그림을 그린 우드버닝(wood burning) 작품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때 그 연필꽂이에 각인된 그림과 장소, 날짜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저 버스에서 내린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의 어슴푸레한 풍경, 엄마가 돌아왔다는 안도감, 그리고 선물을 받아 든 설렘이 지워지지 않는 ‘각인(刻印)’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목공을 시작하고 몇 가지 가구를 만들어보니 여기에 이름을 새겨 넣을 욕심이 생긴다. 내가 스스로 만든 나만의 작품이라는 의미로 이름 이니셜을 넣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특별한 단어나 문구를 새겨 가치가 더해지기를 바란다. 로고나 그림 같은 걸 넣어서 작품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조각도 같은 것으로 새겨 넣기도 하지만 ‘불도장’을 보고 나면 이 방식을 더 선호한다. 나무가 타서 깊이 팬 짙은 문양이, 생각하는 그 각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흔히 ‘불도장’이라고 부르는데 이니셜 따위가 새겨진 쇳조각을 불에 달구어 찍어내는 것이다. 나무에도 할 수 있으며 가죽 같은 것에도 가능하다. 불을 피워 달구는 것은 이젠 하지 않고 전기인두의 앞부분에 조각을 달아 사용한다. 한번 각인된 것은 되돌릴 수 없으니 충분히 달구어진 것을 재차 확인해야 한다.





이런 각인의 기술이 최첨단 콤퓨타로 발전한 것이 바로 레이저 각인기다. ‘레이저(laser)'가 약자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장담컨대 이걸 풀어쓰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복사의 유도 방사에 의한 빛의 증폭(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모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 확 드는 이 어려운 본명의 레이저는 딱 한 가지만 알면 된다. 일직선으로 나간다는 것. 그러니깐 앞으로 나간 다는 것이다. 다른 빛들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집에 있는 전등을 생각해보자. 집에 들어와 불을 켜면 빛이 퍼져서 환해진다. 이건 형광등이냐 LED냐 할 것 없이 모두 전등의 불빛이다. 만약 환해지지 않고 가느다란 한줄기 빛만 쏘아지고 있다면 집에 레이저를 설치한 것이다. 이렇게 직진하는 빛이 힘을 가지게 되면 이걸 이용해 조각이나 절단 같은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해서 ‘레이저 조각기’, ‘레이저 마킹기‘라고도 부른다.



<레이저 각인기의 종류>


레이저 각인기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화이버(FIBER) 각인기', 'UV각인기', 그리고 'CO2각인기'다. ‘


화이버 각인기’는 광섬유를 이용해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고출력 각인기다. 단단한 금속에 각인하는데 많이 사용된다. 금속에 각인할 만큼 힘이 좋다는 것이니 아주 깊은 각인에도 사용된다.

‘UV 각인기’는 말처럼 UV, 즉 자외선 각인기라는 뜻이다. 레이저의 파장이 자외선 영역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열손상이 없이 각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어서 실리콘 재질의 튜브 같은 것이나 식품용기 등에 사용된다. 짜서 쓰는 케첩이나 마요네즈 용기 아랫면에 새겨진 유통기한이나 시리얼 넘버 같은 것이 이 UV각인기를 이용한 것이다.


‘CO2 각인기’는? 우리 공방에 있는 각인기다. 원리는 역시나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는데 CO2를 이용해서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각인기다. 밀폐된 관 안에 C02가스와 전극판이 들어있는데 이 전극판에 전기를 통하면 레이저가 발생한다. 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이어서 대상 물체를 태워서 각인한다. 따라서 금속에는 사용할 수 없고 목재에 각인하는 목공방에서 많이 사용한다. 앞서 말한 불도장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PVC 같은 재료도 각인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태우는 방식이므로 유독가스가 발생하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공방 각인기 사용법>


1. 각인기 준비


① 목재 적재함 옆의 공조기(배출 팬) 스위치를 켠다. 레이저 사용 시 분진 및 발생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서다.

② 열이 발생하는 기계이어서 냉각수가 공급되어야 한다. 해서 냉각기(칠러, chiller)를 먼저 켜고 각인기 순서로 전원을 켠다. (우리 공방의 각인기에 해당된다. 에어쿨링 방식의 각인기에는 칠러가 달려있지 않다)

③ 각인할 재료 (목재)를 보드에 얹고 초점 지그를 이용해 거리를 맞춘다.

④ 각인할 목재의 종류에 따라 레이저의 출력 레벨 조정한다. (기본 5~7 권장)

⑤ 노트북을 켜고 usb (key)를 꼽고 코렐 레이저 실행한다.  


* 점 맞추기

본체 뒷면에서 발생한 레이저가 XY 축 반사경(미러)을 통해 목재를 각인하는데  진동이 따르게 된다. 이 진동으로 미러가 흔들리게 되므로 정기적으로 미러를 조정해 주어야 한다.

또 우리 목공방의 경우 여럿이 사용하다 보니 목재를 올려놓은 보드가 움직이기도 한다.
(각인할 대상 목재를 올려놓는 격자무늬 철판을 말하는데 이게 고정형이 아니다.)

이럴 때는 합판 등에 가로세로 1cm 단위로 10cm 정도의 눈금을 긋고 테스트 버튼을 이용해 점을 맞추어 사용해야 한다.


2. 각인하기


① 노트북을 켜고 코렐 레이저를 실행한다.  

② file -> import를 클릭해 창이 뜨면 이미지를 선택한다. (bmp, jpg, psd, tif 등의 확장자 파일이 가능하다.)   




③ 이미지 크기 조정 : 상단 왼쪽의 크기 조정 창을 이용해 이미지 크지를 조정한다. 자물쇠 아이콘을 클릭하면 자동 비율 조정이 잠금, 해제된다.    




④ 각인 방식 선택 : 우측 상단 engrave 아이콘 클릭해  engraving manager 창을 띄운다.


  


⑤ refer 창에서 원하는 각인 방식을 선택한다 : : top left, center, top center, left center 등등

여기가 좀 헷갈리는 부분인데 각인을 위하는 이미지가 XY 축에 접촉하는 면을 의미한다. 이미지가 정사각형이라고 한다면 top left는 이미지의 위쪽에 x축이, 왼쪽에 y축이 자리하는 식이다.   



⑥ 각인기 보드에 장착한 목재의 설정한 부분으로  레이저 송출구의 이동을 확인한다.  

⑦ starting 아이콘을 클릭하면 각인이 시작된다.



3. 코렐 프로그램 활용


 간단한 텍스트

- 화면 좌측 메뉴에서 텍스트 입력(가) 선택

- 글자 입력 및 크기 설정

- engraving manager 실행 후 각인


 이미지 설정

- 프로그램의 Arrange, Effets 메뉴 활용


 커팅  : 우측 상단 세 번째 커팅 아이콘 실행 -> 속도 10 -> 각인기 power를 높게 - > 커팅 실행

* 강도를 세게 하면 4mm 정도의 합판을 절판할 수 있으니 재료를 올려놓은 보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조금 까다롭게 느껴지지만 원리만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포토샵이나 코렐 드로우 등 이미지 툴을 잘 사용하면 더 좋겠지만 간단한 이름을 넣고 이미지를 새기는 데는 몰라도 상관없다.


원목 도마를 만들고 몇몇 단어를 각인(刻印)했다. 의지이고 희망이고 기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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