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각형의 벽돌 모양을 한 대패가 나뭇결 위를 스치듯 지나면, ‘사악 사악’ 소리를 내며 속이 비치는 얇디얇은 오리가 나무에서 깎여 나와 말릴 듯 흐를듯한 자태로 바닥으로 낙하한다. 이렇게 목수가 두 손으로 대패를 쥐고 자기 몸을 향해 당기면 나무의 표면은 마치 유리판을 덮어 놓은 듯 말갛게 된다.
이게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대패에 대한 이미지인데 이게 목공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의 밑거름 같은 것이었다. 특히나 아주 투명하고 기다란 대팻밥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이런 대패질을 하면, 살아오면서 생긴 옹이 같은 시간들이 대팻밥처럼 깎여, 반듯하고 평평하게 자리 잡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목공방에는 ‘자동 대패’라는 신문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금 과장하면 집채만한 노란 두꺼비처럼 생겼는데, 목재를 입에 넣어주면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목재 표면을 반듯하게 깎아 뒤로 밀어냈다. 신기하기도 했고 처음들은 굉음에 놀라기도 했다. 그토록 갈망했던 대팻밥 역시 집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려 볼 수 없는 구조였다. 이럴 수가! 마치 종이처럼 얇아서, 여기에 글씨를 쓴 백제시대 유물이 발견될 정도로, 쓰임새 있고 아름다운 대팻밥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걸 ‘대팻밥 파피루스’라고 부른다)
자동 대패로 잘게 조각나 깎여진 대팻밥은 모두 대형 집진기로 빨려 들어간다. 손대패가 만들어내는 대팻밥과는 달라서, 조금 큰 톱밥으로 불러도 될 정도다. 목공방용 소형 자동 대패도 그렇고 대형 제재소나 원목 가공 공장의 대팻밥도 이렇게 생겼다. 목재의 원산지 가공공장에서는 이런 대팻밥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온다. 베트남 원목 공장의 대팻밥은 컨테이너에 실려 우리나라에 와서 축사나 계사에서 소, 닭을 위한 푹신하고 뽀송한 깔개로 사용된다. 톱밥의 신산업화다.
목공방 자동 대패를 살펴보려다가 서두가 삼천포로 가버렸다. 다시 자동 대패로 돌아오자. 목공방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동식 대패는 수압 대패와 자동 대패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손으로 들고 사용하는 전동대패도 있지만 이번에는 위의 두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수압 대패>
우리 목공방에는 없는, 수압 대패는 왜 그런지 영문 이름인 듯 알려져 있지만 사실 ‘손 수(手)’, ‘누를 압(压)' 자를 사용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손으로 눌러서 대패질을 한다는 뜻이다. 수평면인 바닥에 칼날이 올라와 있어서 이 위로 나무를 통과시키면, 표면이 깎이면서 목재의 수평이 잡히게 된다. '테이블 쏘'의 대패 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최초의 수평이 있어야 나무를 정확한 각도와 두께로 가공할 수 있으니 이를 위해 사용된다.
<자동 대패>
자동 대패는 생긴것 부터 완전히 다르다. 평평한 바닥면이 있고 그 위로 몸체가 있다. 중간에 공간에 있는데 이곳으로 나무를 넣게 된다. 그래서 아랫면에 칼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몸체에 해당하는 윗부분에 달려 있다. 핸들을 돌리면 이 몸체가 프레스처럼 아래로 내려와서 나무를 깎는 식이다. 이 몸체 부분을 '커터 헤드'라고 한다. 이름이 자동 대패인 것처럼 미리 설정해 놓은 치수로 반복적인 대패 작업이 가능하다. 원목을 많이 사용하는 공방에서 직접 목재를 가공할 경우, 수압 대패로 아랫면의 수평을 잡고 자동 대패로 두께를 맞춰 깎아내면 작업이 수월하다.
수압 대패와 자동 대패 한 쌍이 있으면 작업이 수월하겠지만 우리 공방에는 자동 대패만 구비해 사용하고 있다. 비용이나 공간적인 문제도 있지만, 안전에 대한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압 대패는 바닥에 칼날이 노출되어 있고, 손으로 목재를 눌러서 가공하는 방식이라, 숙달되지 않으면 사고의 위험이 있다. 특히나 짧은 목재를 가공할 때는 나무가 작업자를 향해 튀는 ‘킥백((kickback)’현상이 있을 수 있고, 작업자의 손도 칼날에 노출될 수 있어 위험하다. 반면에 자동 대패는 칼날에 외부로 노출되지 않으며, 목재의 투입과 이동도 내부의 로울러가 당겨주어 자동 전진하기 때문에, 목재 투입구에 손이 들어가지 않게만 유의하면 작업자에게 직접적인 위험은 없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우리 목공방에서는 이미 가공된 집성목을 주로 사용하니 대패의 사용 빈도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 대패는 주로 원목 도마를 만들 때 사용하는데 이 또한 반가공 형태의 도마용 목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자동 대패 만으로도 원하는 작업이 충분히 가능하다.
<자동 대패의 구조>
우리 목공방에서 사용하는 자동 대패는 디월트(Dewalt) 사의 13인치 자동 대패인 DW735 모델이다. 먼저 기본 스펙부터 살펴보자. 이 자동 대패는 무부하 속도가 10,000 RPM의 고속이다. 깎는 높이는 최대 150mm, 최소 3mm다. 깎는 넓이는 최대 330mm이고, 중요한 깎는 깊이는 최대 3mm다. 한 번에 3mm까지 깎을 수 있지만 권장하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0.5mm에서 최대 1mm 정도로 조금씩 깎아내는 작업을 권장한다. 한 번에 많이 깎으면 부하가 심해 표면이 매끄럽지 못하다.
① 터릿 조정 장치
정면에서 왼쪽에 동그란 다이얼은 미리 깎는 깊이를 설명해 놓고 연속 작업을 할 수 있는 ‘터릿 조정장치’다. 숫자가 표시되어 있는데 3mm, 6.5mm, 12.5mm, 19mm, 25.5mm, 32mm를 설정할 수 있다. 오른쪽의 핸들처럼 생긴 ‘깊이 조절 크랭크’를 돌려도, 설정해 놓은 수치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② 깊이 조절 크랭크
오른쪽에 달린 핸들처럼 생긴 손잡이다. 손잡이를 돌리면 칼날이 들어있는 ‘커터 헤드’가 위아래로 조금씩 이동한다.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아래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위로 이동하는데, 한 바퀴에 1.6mm, 반 바퀴에 0.8mm씩 움직인다. 또 인치와 밀리미터의 눈금자가 설치되어 있어 최종 작업물의 두께를 확인하면서 작업할 수 있다.
③ 속도 제어 레버
1단과 2단으로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레버가 있다. 2단은 인치(inch) 당 96번의 절단을 하는데 최초의 작업에 적당하다. 1단은 인치(inch) 당 179번의 절단을 하는데 최종 두께를 맞추고자 할 때나, 단단한 목재 또는 무늬가 있는 목재를 가공할 때 사용한다. 전원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는 레버가 전환되지 않으므로 꼭 대패를 작동시키고 레버를 전환해야 한다.
④ 모재 제거 게이지
우리 공방의 작업 특성상 잘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모르는 기능이 이 ‘모재 제거 게이지’ 다. 가공할 대상 목재(모재)를 75mm만 밀어 넣고, 오른쪽의 ‘깊이 조절 크랭크’를 돌려서 ‘커터 헤드’가 목재에 닿을 때까지 내린다. 이러면 커터헤드의 하단에 달린 날개 부분이 목재의 상단에 닿으면서, 이 게이지의 눈금표시 화살표가 움직이게 된다.
가로에 표시된 숫자는 75mm에서 330mm까지 표시가 되어 있는데, 내가 가공할 목재의 넓이에 따라 적용하면 된다. 세로의 0부터 3.0까지 표시는 한번 동작으로 깎이는 깊이를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75mm 넓이의 목재를 넣고, 크랭크를 돌려 위에서 내려오는 커터 헤드 부분을 목재에 닿게 했더니 빨간색 화살표가 1.5를 표시하고 있다면, 현재 상태로 작업이라면 1.5mm가 한 번에 깎인다는 의미다. 그런데 앞에서 한번 깎을 때 1.0mm 미만으로 깎을 것을 권장하였으니 이럴 경우 크랭크를 다시 돌려 1.0에 눈금을 맞추면 한 번에 1.0mm가 깎이게 된다. 아주 딱딱한 목재라면 크랭크를 더 돌려 0.5 정도로 눈금을 맞춰 작업하는 것이 좋다.
유의할 점은 수평으로 목재를 넣어야 정확한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또 목재를 75mm 이상 밀어 넣으면 칼날 부분이 목재에 닿게 되니 게이지의 수치는 의미가 없게 된다.
⑤ 리셋 버튼
중앙부 동그랗게 생긴게 리셋 버튼이다. 작업 중 과부하로 기계의 작동이 멈춘 경우, 전원을 내리고 목재를 제거한 후에, 2분을 기다리고 리셋 버튼을 눌러준다. 날이 무딜 때 차단회로가 작동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복적으로 부하가 걸린다면 날을 교체해 주어야 한다.
<작업 유의사항>
① 양면 작업
목재가 휘거나 이물질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원하는 두께를 얻으려면 조금씩 깎으면서 양면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② 스나이프 안 만들기
작업을 하다 보면 목재의 마지막 부분에 길게 눌린 함몰이 발생할 때가 있다. 이를 스나이프라고 하는데 목재가 이동하면서 뒷부분이 들어 올려져 생기는 현상이다. 수평이 흔들려 발생하는 것이니 투입구 앞의 수평 보조판이 이용하고, 뒤로 나올 때 목재를 손으로 잡아줄 경우 유의해야 한다. 목재가 길 경우에는 뒷부분에 추가의 보조판을 붙여주면 좋다.
우리 목공방에서는 주로 도마의 수평을 잡는데 많이 사용하니 꼭 양면을 번갈아 가면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 목공방 자동 대패가 작동하지 않아, 목공 왕회장님 재태형과 자동 대패를 뜯었다. 다수의 경험상 전동기구는 잘 분해해서 다시 조립하면 다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끔 다 조립했는데 부품이 남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날 문제는 날이 무뎌졌거나, 목재의 강제 투입이 원인으로 보이는데. 대팻밥이 아닌 나무 조각이 토출구에 끼어 막혀 버린 상황이었다. 무사히 조립까지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