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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반장 Mar 25. 2022

먹는 비스킷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비스킷 조이너

어쩌다 목공 별책부록 : 그것도 알고 싶다.

목공방에는 생소한 이름의 공구들이 많다. 목공을 배우기 전에 알던 공구 이름은 망치, 못, 대패, 톱 정도가 아닐까? 좀 더 관심 있었던 사람이라면 끌이나 실톱 같은 것도 떠올릴 수 있겠다. 정식으로 목공을 배우기 시작하니 각종 공구의 이름을 알아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전기 대패’나 ‘각도 절단기’ 같은 것들은 그나마 한글 이름이어서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 공구겠구나 싶은데, 이름을 들어보아도 당최 알 수 없는 공구들도 아주 많다.

‘테이블쏘’, ‘샌더’, ‘직쏘’처럼 좀 어렵지만 이름으로 유추해볼 여지가 있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트리머’, ‘루터’, ‘도미노’ 따위의 이름은 말로 들어서는 아무것도 상상이 되지 않고, 실물을 보아도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인지 알아낼 재주가 없다. 나에게 ‘루터’는 독일의 종교개혁가이고 ‘도미노’는 피자가게였으니 더 말할게 아닐 정도다.   


이렇게 상상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공구들 중에 왕중왕이라 생각되는 게 있는데 바로 ‘비스킷 조이너(Biscuit joiner)’다. 이건 이름으로는 그 생김새나 쓰임새를 도저히 알 수 없다. (우리 목공방에서는 보통 ‘비스켓 조이너’라고 부르는데 ‘비스킷’이 표준어라고 하니 이렇게 부르도록 하자)




먼저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일단 ‘비스킷(Biscuit)’은 이름으로 딱 생각나는, 그 비스킷이 맞다. 비스킷이란 어원은 프랑스어 ‘비스(Bis:다시 한번)’와 ‘퀴(Cuit:굽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랜 항해를 위해서는 상하지 않는 음식이 필요한데, 수분이 많은 빵은 적당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수분이 없도록 두 번 구워 딱딱한 과자를 만들었는데 그게 비스킷이다.  ‘조이너(joiner)’는 소목장, 목수라는 뜻이 있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연결하는 공구를 뜻하는 명사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스위스의 목공 회사인 ‘Lamello'에서 1956년 처음으로 우드칩(비스킷)을 이용해 목재를 연결하는 공구를 개발해 ‘비스킷 조이너 (biscuit joiner)’라고 이름 붙인 것이라고 한다.


‘비스킷 조이너(Biscuit joiner)’의 본체는 일반적인 원형톱의 원리와 같은데 스프링이 달려 있어서 회전하는 톱날을 앞으로 밀어 넣어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이 본체로 목재에 타원형의 홈을 파고, 여기에 비스킷을 넣는다 해서 ‘비스킷 조이너’라 부르는 것이다. 심지어 비스킷을 넣기 위해 판 홈을 ‘입(mouth)’라 부르는데 이걸 처음 개발한 사람은 진짜 먹는 비스킷을 상상한 모양이다.


이 공구를 이용해 판재를 연결해 집성할 수 도 있고, 책꽂이의 선반을 체결할 수 도 있다. 각도 조절도 가능해 연귀 맞춤도 쉽게 할 수 있다. 상자의 맞춤면에 촉을 넣는데도 사용한다. 거기에다 세밀하게 치수를 맞추어 홈을 가공하지 않아도, 면을 딱딱 맞출 수 있는 신기하고 편리한 공구다.  





비밀은 이 '비스킷'에 있다. 이 비스킷은 보통 ‘너도 밤나무’를 압축해서 만든다고 한다. 만약에 사용 중에 이 '비스킷 조이너용 비스킷'이 떨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나무를 깎아서 사용하면 안 될까? 역시나 안된다. 제대로 집성이 되지 않아 목재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진짜 비스킷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진짜 비스킷은 오랜 항해에 필요한 비상식량 같은 것으로 개발됐다. 수분을 줄여 상하지 않게 했는데, 다시 수분이 닿으면 팽창한다. 그래서 조금 먹어도 뱃속에서 부풀어 포만감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빵이 그래서 비상식량이다.)


이 ‘나무 비스킷’도 ‘먹는 비스킷’처럼 수분이 공급되면 부푼다. 그래서 목공 본드를 발라 홈에 끼워 주면, 본드의 수분을 흡수해 팽창하게 돼서 연결된 목재를 더 꽉 조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드의 접착력도 더 강해지게 된다. 그래서 진짜 비스킷의 원리를 이용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비스킷 조이너 사용 가이드>


우리 목공방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makita사의 PJ7000 모델이다. 크기는 302mm, 중량은 2.5kg으로 가벼워서 누구나 사용이 편리하다.


① 홈 깊이 조정

포인터, 스토퍼, 조정 나사를 이용해 6단계로 홈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사용한 비스킷의 크기에 맞춰 조정해 주면 된다.




② 각도 가이드 상하 이동

각도 가이드를 위아래로 이동해서 날의 위치를 조정한다. 잠금 레버를 풀면 각도 가이드가 상하로 움직인다.




③ 펜스 각도 조절

펜스를 움직여 각도를 조절한다. 45도 각도의 맞춤을 할 때 편리하다.




<정확한 수평 가공을 위한 팁>

편리하고 쉬운 작업을 위한 공구이지만 수평 작업이 중요하다. 목재가 움직이지 않도록 잘 고정하고 각도 가이드를 목재 작업물의 윗면에 밀착해 사용해야 한다. 스위치를 놓는 동시에 몸체를 앞으로 밀어 작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몸체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위치를 작동시키고 톱날의 회전이 정속으로 유지된 후에 앞으로 밀어주면서 작업하는 것이 요령이다.


<비스킷에 본드 도포>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스킷이 수분을 흡수해 팽창하는 게 원리이므로 비스킷 앞뒷면, 또는 홈 안쪽면에 본드가 골고루 도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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