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목공 별책부록 : 그것도 알고 싶다.
줄눈이 있는 노트에 연필로 쓱쓱 대강의 밑그림을 그리고 치수를 기입하면, 서툴지만 하나의 도면이 완성된다. 숫자에 따로 단위를 기입하지는 않는데 목공에서는 거의 밀리미터(mm)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도면을 멋지게 그려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게을러서인지 배워지지가 않는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입력한 치수대로 모양이 만들어지니, 내가 만들 작품의 크기와 비율을 미리 알 수 있다. 나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라야 하는지 계산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것도 잘 사용하지 않는데, ‘배움이 점점 어려워지는 나이가 돼서 그런 거야’ 라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실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대강의 비율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둑판 모양의 모눈종이 노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모눈 한 칸이 10mm나 100mm라 생각하고 도면을 그리면 만들어질 작품의 모양이 얼추 비슷하게 나온다. 여기에다 연필로 선을 그을 때 느껴지는 흑연의 질감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것도 이 방법을 고집하는 좋은 핑곗거리다.
처음 목공을 시작하고 벌인 다양한 실수 중에 하나가 치수를 센티미터로 기입한 것이었다. ‘3.5cm’ 이런 식으로 적은 건데, 연필로 적어 놓은 저 점(.)이 지워져서 10배인 35cm로 목재를 재단해 버리고 말았다. 자르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느꼈는데 이미 늦어버린 일이었다. 이후로는 무조건 밀리미터 (mm) 단위로 적는다. 사실 목공에서 사용하는 모든 길이를 재는 도구가 밀리미터(mm)가 기준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이렇게 밀리미터나 센티미터 등으로 단위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발의 길이를 기준으로 했다는 '피트(feet)'나, 손바닥을 펼친 한 뼘을 기준으로 한 ‘자’ 같은 단위라면 말이다. 당신 발, 내 발이 서로 크기가 다르고, 나처럼 손 큰 사람은 한 뼘도 크니 같은 도면을 보고 물건을 제작한다고 해도 서로 다 다른 크기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미터法’은 프랑스 혁명정부가 만들었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그 프랑스 혁명이 맞다. 18세기 말 '라 마르세이에즈(La Marseillaise)'를 부르면서 파리를 행진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도량형을 통일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귀족들이 길이, 부피, 무게 등의 도량형 단위가 여럿인 것을 악용해 탈세를 하거나, 거래에서 눈속임으로 평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혁명 정부는 파리과학아카데미에 도량형 통일을 주문했다.
과학자들은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길이의 1천만 분의 1을 ‘1미터’로 정했다. 정확성과 공정을 기하기 위해 프랑스의 ‘덩케르크’부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까지 실측을 했다. 무려 8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여정이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터’라는 단위는 1875년에 세계 17개국이 모여 국제협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공통 단위가 되었다. 지금은 당시보다 과학이 훨씬 더 발전했기 때문에 이 미터의 기준도 조금 달라졌다. 1983년에 열린 국제도량형 총회에서는 새로운 '1미터'를 ‘빛이 진공 상태에서 299,792,458 분의 1초 동안 이동한 길이’라고 아주 어렵게 정의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목공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측정 공구들>
① 직각자
말 그대로 직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목공에서 직각은 무조건 존재해야 하는 기준이다. 부재의 직각이 맞지 않는다면 여기서 출발하는 길이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미세하게는 눈금선의 두께도 영향을 준다. 눈금선의 딱 중앙에 기준을 둘지, 아니면 눈금선 앞이나 뒤에 기준을 둘진 자신의 선택이지만, 한 가지로 통일해야 일정하게 정확한 길이를 측정할 수 있다.
② 삼각자
길이 측정, 각도 측정, 각도선 긋기 등등 삼각자의 용도는 아주 다양하다. 이중에서도 요긴한 기능은 연귀 맞춤을 할 때 45도선을 정확하게 그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목공용 삼각자에는 기준면을 따라 직각으로 돌출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목재에 붙이고 선을 그으면 된다.
③ 각도자
삼각자에 여러 각도를 재거나, 각도 선을 그을 수 있는 기능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많다. 의자나 위아래의 크기가 다른 상자 같은 것을 제작할 때 유용하다.
④ 줄자
돌돌 말려 있어 사용하기 편리한 줄자도 목공에서 많이 사용한다. 특히나 긴 부재의 측정에 편리하다. 줄자 앞부분에는 유격이 있어 살짝 움직이는 고리가 달려 있다. 이 고리의 두께만큼 움직이는데 목재에 이 고리를 걸어서 측정하는 것과 기준면에 대고 측정하는 오차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⑤ 이동 직각자 (콤비네이션 스퀘어)
직각 측정 부분을 이동시킬 수 있어 내외부의 직각 측정은 물론 깊이 측정이나 45도 측정이 가능하다. 수평계가 달린 제품도 많아 제작품의 수평 여부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⑥ 테이블쏘의 디지털 게이지
우리 뚝딱이 목공방에는 디지털 게이지가 달려있는 테이블쏘가 있다. 원하는 크기로 목재를 재단할 때 대단히 편리하다. 주의할 점은 누군가 영점을 리셋해 놓으면 측정값이 다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재를 재단하기 전에 톱날에 조기대를 붙이고 게이지를 리셋해서 영점을 잡아주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 가급적이면 제작 가구 전체에 쓰일 목재를 한 번에 다 재단하는 게 미세한 오차를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