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 화내서 미안하다 석우야.

필요하면, 관리자는 조직원에게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by 중대장 김상준

오랜만에 신병 두 명이 왔다. 동반입대였는데, 각자 다른 소대로 떨어뜨리고자 했다. 왜냐하면, 동반입대 친구들을 같은 소대에 붙여놓으면, 마치 고등학교의 연장선처럼 행동할 수 있고,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신병이 오면 항상 해야 하는 중대장 초도면담을 실시했다. 특이사항이 없었다. 그렇게 무사히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회의 중에 2 소대장 영호의 다급한 호출이 있었다.

“중대장님, 석우가 자살하고 싶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의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었다. 왜냐하면 자살을 핑계로 군생활 처음부터 편하게 생활하려는 그런 용사의 모습이 나의 머릿속에서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바로 석우를 중대장실로 호출했다. 그렇게 석우가 중대장실 문을 두드렸고, 들어오게 했다. 두 손을 전투복 주머니에 집어넣고, 쏘아붙였다.


“야, 너는 중대장과 면담할 때는 아무 말도 없었으면서, 왜 소대장님께 자살 이야기를 하냐?”

“너 자살을 쉽게 생각하지 마라”




그런데, 석우의 표정이 계속 어두워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야기를 걸어보았다. 그랬다. 석우는 입대하기 전부터 자살을 생각하고 있던 친구였다. 본인의 사정과 가정 사정이 여러 가지로 겹쳤고, 그래서 힘든 순간을 군 입대 직전에 보내고 왔던 친구였다.


“석우야 중대장이 화내서 미안하다. 너의 이야기를 나에게 차근차근 들려줄 수 있겠니?”


바로 상담 모드로 들어갔다. 석우의 이야기는 구구절절했다. 결국, 석우의 우울함을 나누고자 나의 이야기도 들려줄 수밖에 없었다.


“석우야, 중대장도 너랑 비교할 수 없겠지만, 힘든 시절이 있었어. 나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이겨내서 중대장인 여기까지 왔잖니.”

“석우도,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군 생활에 집중해서 나중에는 후배에게 너의 힘듦을 이겨냈던 경험을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석우는 용기 내어서


“중대장님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했고, “저도 중대장님처럼 군대에서 열심히 생활해 보겠습니다”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석우는 잘하겠다고 했지만, 상담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자살징후가 보이면 바로 보고를 해야 하기에, 대대장님께 바로 보고 드렸다. 대대장님께서는 어떻게든 석우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라고 지시하셨고, 이제 내가 주의 깊게 돌봐야 하는 인원도 한 명 늘어나게 되었다.




자살은 예민한 부분이기에 얘기하기가 사뭇 망설여지지만,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석우는 현재 우리 부대에서 ‘적극적’으로 부대생활에 임하는 친구다. 예전의 의기소침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오히려 중대장도 석우를 다른 동기들에게 롤모델로 삼으라고 얘기할 만큼 잘 적응했기에 대단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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