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의 감정을 헤아려줄 수 있어야 한다.
2년짜리 당직, 2024년 12월 31일 당직을 서게 되었다. 그 해의 마지막 당직이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해가 바뀌기 때문에 몇몇 문서들을 새롭게 만들어야 해서 00시가 되면 손이 바빠진다. 그렇게 정신없는 당직을 보낸 후, 대망의 2025년 1월 1일 새해 첫 아침점호를 주관하러 나갔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연병장에 모인 용사들을 뒤로 돌게 시킨 다음, 구령조정을 시키었다. 아침점호 행사 때 중요한 애국가를 부르기 전, 목을 풀게 하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명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것이었다.
듣자마자 나의 분노 게이지는 100에 도달했다.
“구령조정하는데 장난친 사람 튀어와!”
소리를 질렀고, 본부중대에서 한 명이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지휘통제실 앞으로 튀어가!”
샤우팅을 쳤다. 그 친구는 부리나케 지휘통제실 앞으로 뛰어갔고, 나는 천천히 그의 뒤를 밟았다. 지휘통제실 앞에 도착하자, 연병장에 있는 인원들이 다 들릴만큼의 목소리로 크게 혼을 내었다.
“너는 생각이 있냐 없냐”
“너처럼 장난치면서 점호에 임하면 후임들은 뭘 보고 배울까, 나도 그렇게 해도 되겠구나 하겠지?”
“너는 점호를 주관하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았어, 앞에서 그렇게 소리 지르면 나는 무슨 감정이 들까?”
라며 쉴 새 없는 볼멘소리로 꾸짖었다. 그 친구 이름은 영태였는데, 영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연신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일단 점호를 마무리해야 하기에 다시 연병장으로 돌아가게 하고, 그렇게 새해 나의 첫 아침점호는 분노로 시작했다.
점호를 마치고 다음 당직사령에게 인수인계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상황병이 나에게 물어왔다.
“사령님, 본부중대 영태가 사령님께 직접 드릴 말씀이 있다고 지휘통제실 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냥 크게 한 번에 꾸짖고 털어내 버렸는데, 그 친구가 아직 마음에 담아둔 건가?”
일단 오라고 했다. 몇 분 뒤, 영태가 세상을 다 잃은 침울한 표정으로 지휘통제실의 문을 열었다.
“중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로 운을 뗀 영태는 중대장님의 감정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하며, 두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잘못됨을 감지한 나는 바로
“영태야 잠깐 바람 좀 쐴래?”
라며 상기된 영태의 두 뺨을 식히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서럽게 울기 시작한 영태. 연신 죄송하다며, 사실 후임들이 큰 목소리를 안내길래 며칠 전부터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고, 특이하게 행동했다는 얘기로 고백을 했다. 순간 나의 마음이 ‘쿵’ 했다.
“아, 내가 괜히 열심히 하려는 친구의 기를 꺾었구나”
어떻게든 영태의 기를 후임들, 그리고 중대원들 앞에서 살려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태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중대장이 너희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그런 장난치 듯한 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태가 나중에 나와 같은 위치에 올라서면,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며 교육할 것은 교육한 다음,
“그래도 영태가 먼저 찾아와 줘서 고맙다”
“영태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너의 의도와는 다르게 중대장이 받아들였는데”
라며 달래주었다. 계속 울길래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나도 기분이 침울해졌다.
“영태야 아무래도 너희 중대원 앞에서 영태가 이런 얘기했다는 걸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했지만, 영태는 마음을 가라앉히었는지,
“중대장님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라며 다시 씩씩하게 일어섰다. 그렇게 돌아갔다.
아무래도 찜찜한 새해였다. 하지만, 병력이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눈물을 흘린다 해도 그것에 마음 약해질 필요는 없다. 영태의 감정만큼 소중한 나의 감정이기에, 내가 잘못되었다를 인지하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으면, 그 사실을 영태에게 얘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 중대장, 관리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투닥투닥 2024년 마지막 당직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