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중대장님, 중대를 떠나고 싶습니다.

조직에서 분쟁이 생기면, 조정자가 되어야만 한다.

by 중대장 김상준

야간당직을 서는 도중에 정환이가 지휘통제실에 찾아왔다. 어쩐 일인지 영 표정이 좋지 않았다. 왜 왔냐고 물어보니 첫마디가

“중대장님, 중대를 옮길 수 있습니까..?”


였다. 순간 당황했다. 안 그래도 정환이는 전에 있는 부대에서 부적응으로 우리 중대로 넘어온 속칭 ‘굴러들어 온 아이’였다. 그런데, 여기서도 적응을 못하는 것인가?


사정은 이랬다. 같은 생활관을 쓰는 인원이 자신에게 ‘~요’체를 쓰고,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본인은 다른 중대에서 넘어오고, 중대 내에서도 소대를 한 번 바꾼 이력이 있어, 중대에서 적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쪽의 의견을 들었으면, 다른 쪽의 의견에도 귀가 열려있어야 한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에, 그가 피의자로 지목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건의 구성은 매우 입체적일수록 좋다. 그렇게, 잠깐 순찰 나간다고 당직부관께 말씀드리고 중대로 향하였다. 시간은 22시가 넘었기 때문에, 다른 중대원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그렇게 피의자로 지목된 우영이를 불렀다.


“우영아, 정환이가 이랬다는데, 네가 설명해 볼래?”


운을 떼며 시작한 물음은 금세 ‘아...’ 탄식으로 바뀌었다. 우영이의 사정도 있었던 것이었다.


먼저, 정환이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불침번 때, 자신이복장 정리를 한다고 다른 사람의 눈에 불빛을 비춘다는지, 또는 2층 침대에서 자는 정환이가 그대로 전투화를 신고 올라가 흙을 밑으로 탁탁 턴다든지, 일과 시간에 과자를 먹지 않기로 병영생활 ‘룰’로 정했는데 어긴다든지 등이었다. 그제야 정환이가 미운털이 박히어서 우영이가 정환이에게 툴툴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영이가 같은 중대원에게 ‘~요’체를 쓴 것은 잘못이었다. 그래서 혼을 냈다. 하지만, 우영이도 할 얘기가 있었는지


“중대장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정환이는 다른 중대와 소대에서 잘못을 저질러서 여기로 넘어온 건데, 왜 정환이를 보호하려고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영이 입장이 매우 이해가 갔다. 중대장인 나는 중재자로서 이 다툼에 참여해야만 했다. 단순히 명령으로 ‘~요’체를 쓰지 말고, 서로 싸우지 말라고 하면 겉보기엔 풀릴 일이지만, 용사들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해결책이었다.




여기서 나의 실수가 펼쳐진다. 다음날, 바로 대대장님께 보고를 드린 것이었다. 처음에 대대장님께서는 갸우뚱하셨다. 왜냐하면, 대대장님 입장에서는 용사들끼리 다툼만으로 중대를 옮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성 문제라든지 실제로 폭력을 행사했으면 모르겠는데(이는 병영생활 행동강령 위반이다.), 단순 다툼으로 중대를 옮기는 것은 작은 개미를 잡으려고, 커다란 파리채를 준비하는 격이었다. 오히려 나는 이 사건으로 대대장님의 7중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만 하였다.


어쩌면, 나의 처음 중대장으로서 용사들의 갈등이자, 급한 성격이 콜라보되어 발생한 일이었다. 그렇게 삼자대면을 하고자 했으나, 우영이가 원치 않아 했다. 왜 자신이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개인면담을 통해 그 사람의 입장을 전달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는, 그리고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위반하면 누구도 가리지 않고 다른 중대로 보내겠다는 경고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성급하게 상급자에게 일을 보고 드리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내가 처리하고, 지휘부담이 되는 일들만 보고 드리고자 다짐했다.


그리고 용사들을 절대명령으로만 다스리지 안 자고 다짐했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단체생활을 하며 고충이 많다. 그런 이들의 감정을 무시한 채로 명령만 하면, 그들은 따르겠지만 중요한 순간에 라포가 형성이 되지 않아 중대에 균열이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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