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 태형아, 네가 자살할 사람이야?

필요하다면, 조직원을 꾸짖을 수 있어야 한다.

by 중대장 김상준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한 뒤, 저녁을 먹던 도중 당직 근무를 하시던 선배 중대장님께 연락이 왔다. ‘상준아, 너 중대원 한 명이 팔뚝 그었다. 일단 후송 보냈어’ 처음에 듣고, 별로 깜짝 놀라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을 벌인 인원은 태형이었는데, 평소에 군 생활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중대원들과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었던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나의 오판이 시작되었다. 누가 팔을 그었던, 대대장님께 보고를 바로 드렸어야 했는데 하루 지나 보고를 드렸다. 이미 대대장님께서는 당직 계통을 통해(선배 중대장님을 통해) 나의 중대원이 팔뚝을 손톱깎이로 그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런 것은 예민하게 생각하고 보고해야 한다고 나를 꾸짖으셨다. 나 또한 너무 내 선에서만 처리하려고 했구나 스스로 깨닫고, 다시금 보고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다음과 같다. 대대장님께 늦은 지휘보고를 드리기 전, 그러니까 선배 중대장님께서 보고를 드리고, 다음날 팔뚝을 그은 태형이를 중대 야외 쉼터로 따로 불렀다. 괜찮냐며 위로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화를 내기 위해 부른 것이었다.


“태형아, 네가 자살할 친구야? 네가 그만큼 힘들어? 너 진짜 마음이 힘든 친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모르지? 자살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마라”


라며 진심으로 태형이를 다그쳤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의미였다. 내가 아는 태형이는 동기들과 후임들하고 거리가 약간 있지만, 그렇다고 팔뚝을 그으면서 자살할 친구는 아니었다. 나는 속상했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친구인데, 잠깐 든 힘든 감정으로 자신의 몸을 해하다니 이건 중대장으로써 용납할 수 없었다.


“태형아, 네가 잠깐 힘들었다고 이렇게 너 몸 상하게 하면 안 돼. 너는 중대장의 자식인데 이렇게 몸을 함부로 다루다니 안타깝다. 다음부터 절대 그러지 마라. 다시 얘기하지만, 너는 절대 자살할 친구가 아니다. 마음속에 되새겨, 너는 절대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태형이를 향한 나의 볼멘소리는 끝이 났다.


지금 태형이는 매우 매우 잘살고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발표도 열심히 하며, 훈련도 열심히 한다. 걱정이 기우였던 듯, 다행히 적응을 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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