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영호야, 언성을 높여서 미안해

주객전도를 경계하고, 감정은 그때그때 풀어주기

by 중대장 김상준

어느 날, 당직근무 신고를 위하여 아침에 간부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중대 생활관이 독립 건물로 되어있어, 중대별 당직근무자가 있었다. 오늘의 중대 당직은 영호였고, 어제의 당직은 1소대 부소대장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부소대장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라며 남기고, 당직사령인 나는 내 자리에 섰다.

대대장님께서 나오시고, 빈자리인 사람들의 이유를 물어보셨다. 그때 영호의 대답이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 연락해 보겠습니다.”


였다. 순간 분노 게이지가 100으로 상승하며 내 뇌를 땅땅 울리었다. 대대장님께서는 다행히 알겠다고 하셨지만, 나는 용서할 수 없었다. 신고가 끝나자마자 영호에게 갔다.


“야, 전영호 너는 네가 모르면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서있기만 해?”


라며, 나의 온갖 감정들을 영호에게 쏟아부었다. 영호는 웬일인지 당황해하며 아무 말이 없다가 끝내 죄송하다고 했다. 평소라면 영호는 ‘죄송합니다’가 바로 나왔을 텐데 이 점은 조금 이상했다. 어찌 되었든 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되었다.




곰곰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너무 영호를 몰아붙였던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잘못은 영호보다는 부소대장의 크기가 컸다. 그래서 영호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호의 입에서는


“중대장님, 솔직히 제가 그때 이렇게까지 혼나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연락을 안 한 것은 잘못이라 죄송합니다.”


라고 하였다. 그렇다. 결국 최초 잘못한 것은 안 나온 부소대장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 화를 영호한테도 푼 것이었다. 결국 나는 영호에게


“중대장이 미안하다, 대신 오늘 아침 일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안 나빴으면 좋겠어”


라며 사과를 구했다. 그러자 영호는


“아닙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크고, 오히려 중대장님께서 제 감정을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어찌 되었든 훈훈한 마무리가 되었지만, 많은 생각을 남기는 사건이었다.


우선, 나는 화가 잘 일어나는 성격이고, 화를 곧바로 푼 뒤, 당사자에게 괜찮냐며 안부를 물어본다. 물론 이것이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자칫 서로의 감정만 상한채 아픈 상처로 아물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고질병인가 싶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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