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가면 딱 좋은 곳
‘산막이마을’은 산이 마을을 감싸 안은 지형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산막이 마을은 본래 괴산호 인근에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이었는데 댐 건설로 인해 마을 전체가 수몰되어 주민들은 이주해야 했고, 지금은 호수 아래 잠긴 마을의 흔적만 남아 있다. 현재 산막이옛길은 이 수몰된 마을의 추억과 역사를 기념하는 산책로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가을빛이 번지던 날, 괴산호를 품은 산책길을 걸었다.
바람은 부드럽고, 물결은 잔잔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길,
그곳이 바로 충북 괴산의 산막이 옛길이다.
산막이 옛길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에 위치한 약 7km의 자연 산책로이다.
옛날 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길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해 만든 코스로, 괴산호를 따라 데크길과 흙길이 이어진다.
난간을 따라 데크길이 이어지고, 물결이 손 닿을 듯 가까워진다. 형형색색의 조형물 의자가 놓인 쉼터는 이 길의 작은 포인트이다. 여기에 잠시 앉으면, 산과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 중간쯤, 빨간 우체통 하나가 여행자들을 멈추게 한다. ‘산막이 옛길 느린 우체통’이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누구든 엽서를 써서 마음을 남길 수 있다. 1년 뒤에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 줄 두줄 적다 보니 은근 이 엽서가 언제 올까 기대도 하게 된다.
하루의 감정을 적어 넣으면,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흔적이 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손맛이 있다.
강가에 서 있는 세 개의 바위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 있다. 잠시 앉아 바위를 바라보면, 마음속의 무거운 생각도 함께 내려앉는 듯하다.
수월정(秀月亭)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한옥 한 채가 고요히 서 있다.
이곳이 바로 수월정, ‘맑은 달을 머금은 정자’라는 뜻을 가진 고택이다.
조선 시대 유학자 김흥락 선생이 학문을 닦고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괴산 지역의 정신적 쉼터이자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다.
돌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작은 초가지붕 아래 외양간이 나타난다. 지금은 소가 살지 않지만, 예전 마을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둔 공간이다.
낡은 나무기둥과 짚지붕, 한쪽에 놓인 물레방아가
그 시절의 숨결을 전해준다.
노을이 산을 붉게 물들이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흩어진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산막이의 풍경은 황홀하다. 이 시간의 호수는 유난히 고요하고, 바람마저 숨을 죽인다.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산막이옛길 정보
■위치: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산막이마을 일대
■길이: 약 3.9km (왕복 약 7.8km)
■소요시간: 천천히 걸으면 2시간 30분~3시간 정도
■난이도: ★★/5 (걷기 좋은 완만한 코스)
■주요 코스: 주차장 → 돌탑 포인트 → 나무데크길 →물레방아 → 느린 우체통 → 옛 마을터
■특징: 괴산호를 따라 이어지는 호수길로, 데크길과 흙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포인트: 호수 전망대, 바위 조형물, 빨간 우체통, 옛집과 돌길, 노을 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