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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i의 마음일기 Apr 23. 2024

[투병의 시작]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다.

- 난 너무 아픈데, 왜 아무것도 나오지 않지?-


언젠가부터 몸에 알 수없는 통증들이 찾아왔다.

신기한 것은 응급실에 실려가도,

온갖 검사를 다 해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중학교때부터였나...?

나는 생각보다

꽤 자주 아팠고,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열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때는 단순히 편도선 비대증으로 인한

고열인 줄 알았는데 ...

점점점 아픈 곳들이 늘어나더니

편도선 뿐 아니라 위염과 위경련 등으로

한 달에 한 번씩은 응급실에 실려갔다.


열이 한 번 오르면 40도에

육박한데다가 이 열이

지독히 떨어지지도 않는다.

여전히,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밤새 양쪽 겨드랑이에

얼음 주머니를 2개나 끼고

병원에 가서 포도당에

해열 링거를 맞아도

좀 내린 게 39도 정도?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주일, 이주일...

그렇게 한 달 내내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점점 내 몸은 더 약해졌다.


그런데도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건지

그런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뭐든 더 해야할 것들을 찾았다.

(학생이니까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기도 했다.)


너무도 철.저.히.무.시.한.채.로.


또 그렇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며

나는 아파도 아프지 않았고,

아니 아프지 못했다.




대학을 가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더욱 바빴다.


전공에, 부전공에, 복수전공에,

교직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며 자격증 준비까지...

(아무리 20대 초이지만 미친 게 확실하다..)


또 잠을 안자고, 안 먹고

그러면서도 술을 마시면서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니

더 자주 아팠고,

실려가는 날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간격 역시 짧아졌다.


기본적인 혈액검사,

X-ray, MRI, 뇌파 검사,뇌혈류검사 등

안해본 검사가 없었던 것 같은데...

낫지는 않았고 점점 더 통증은 심했다.


재밌는 건,

그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정상입니다.”

.

.

.



학창시절에도 자주 아프다보니

사춘기 여자아이들 눈에 나는

“쟤, 또 꾀병부린다. 멀쩡해보이는데

맨날 아픈척.“ 하는 사람이었다.

겉으로 티가 안나서인지

이런 말을 너무나 지겹게 듣고 살았다.


내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모르면서

그렇게 가볍게 얘기하며 나를

은근히 따돌리는 그 시선과

행동들에 너무나 충격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 때부터

아파도 죽을 힘을 다해 참았다.


그래야 그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돌이켜보면, 그냥 다 무시하고

나를 좀 더 돌볼 걸 하는

후회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해야만

살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10대의 어린 나이부터

참는 게 너무나도 익숙해졌고,

여전히 참을성 하나는 끝내준다.

(이게 자랑은 아닌데 말이지...)

오죽하면, 의사선생님들께서

어떻게 참았냐고 하실 정도로..


가끔 이런 내 자신이 한 없이 가엾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덕분에 아픈 몸으로도

내가 이렇게 버티고 사는 걸지도...?


그래도 예전만큼  말 한 마디 못하고 속 끓이며

나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들에게까지

참아내지는 않는 것이

장족의 발전이라면 발전이랄까?

(강강약약이 되어버린 1인은 불의(?)를

못참고 쌈닭모드가 되기도 한다)


이무튼,

나는 그렇게 나를 지키기 위해 나는

더욱 더 강해지고 냉정해져야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아직도 여전히 그런 상태로 사는 내가

한 편으로는 너무 무겁고 힘들다..)



그리고,

늘 강해져야 한다는 그 부담에

몸도 마음도 더 지치고

아프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

.

[투병일기는 계속됩니다.]



[굳이, 나여야 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https://brunch.co.kr/@richjub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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