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왔어... 통증의 계절이 와버렸다.
지난 글에 언급했던 것처럼 추워지면 내 몸은 어김없이
엄청난 통증을 몰고 온다.
그런데,
이번엔 좀 심하다.
관절통도 심해졌고, 근육통은 말할 것도 없는데,
비염도 심해지고, 감기는 낫지도 않는다.
저런...
아직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들은 더 많은데,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는데 이렇게 난감한 건
또 오래간만이네.
어릴 때 이렇게 매일, 매 순간 아프다보니
내 맘처럼 몸이 안 움직여지는 것에,
내 맘처럼 뭔가 할 수 없음에
늘 좌절하고 울던 시절이 있었다.
뭐...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만,
그럼에도 지금은 이 병과 통증에 익숙해져서인지
그럭저럭 데리고 살 수 있었는데...
최근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더니
세상에... 말도 안되게 상태가 안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 건 물론,
청소라도 하고 나면, 갈빗대부터 날개죽지까지
내 몸의 근육 하나하나를 누군가 다 당기고 있는듯
그렇게 통증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안하자니, 나 대신 부모님께
이걸 전가하기엔 너무 편하지도 않고,
엄마 역시 이제 연세가 드시니 청소기를 슬슬
밀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시니
내가 하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아파도 아플 수 없다.
그러다보니 걍 속으로 삭이고, 참고, 또 참는다.
이골이 나도록 참았는데도 참는다.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한 번씩 나가서
바람도 쐬고 여행도 하고 하는데,
어른들과 사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
내가 계획하고 맘 먹은 일이 내 맘대로
술술 흘러가는 것 같지도 않아서 괜시리
조급하게 느껴지고, 별 거 아닌 일에
눈물이 흐른다.
(갱년기는 아직 멀었다...)
게다가 다담주엔 새벽부터 검사가 줄줄이,
진료도 2개 과를 모두 가야해서 금식한 상태로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는데,
최근 현기증도 꽤 빈번해서 이 역시 또 신경이
안쓰일 수가 없다.
이래저래 걱정인형으로 살고,
예민보스로 살다보니 내가 날 너무 힘들게
하면서 사는 것 같단 생각이 또 머리를 스치고,
그렇게 자책하며 며칠을 보냈다.
그럼에도... 일상은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가고,
아니, 정확히는 돌아가야 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몸이 더 축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잘 먹고, 약도 잘 먹는데 점점 더 피곤하고,
더 힘들게 느껴지는 요즘.
겨울이 오는 것도 사실 너무 두렵지만,
내가 자꾸 나를 다그치는 것도 스스로
느끼기에 위험하다 느껴져서,
무얼해야 할까를 계속해서 고민한다.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데,
잡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더 힘들거나 ,
중간에 잠이 들어서 제대로 된 명상은
시작도 못해봤다.
글을 쓰는 게 그나마 숨쉬는 낙이었는데,
매일 같은 일상이다보니, 그리고 비슷한 상태다보니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또 괜히 쓰기가 머쓱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숨통이 좀 트였으면 해서 오늘은
이렇게 글을 써내려간다.
조용히,
혼자,
차분하게 앉아서.
이런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 자극도 주어지지 않는 그런 시간.
내게 너무나도 필요한 시간.
억지로라도 만들어야겠다.
매우 좋구나,
고요함.
이 고요함처럼 내 마음도 요동없이
고요하고, 잔잔하길 너무나 간절히
바라는 11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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