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짐은 덤
날이 추워지고 통증의 강도가 세지는 요즘.
문제는, 그 뿐이 아니었다.
비염은 어려서부터 있었어서 크게 신경을
안쓰고 살았던 거 같은데,
몇 달 전부터였나? 갑자기 증상이 심해진 듯한
느낌이 들고, 어느 순간 냄새도 잘 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난 어려서부터 편도염으로 인한 고열로
자주 응급실에 실려가곤 했는데 근 10년 간은
열이 글케 오르진 않아서 안심했던 게 화근이었다.
2년 전부터 목이 부으면 또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며칠 전에도 목이 좀 붓는 느낌과 함께 칼칼한 기분이
들면서 으슬으슬 춥길래 열을 쟀더니 38.4...
살살 오르는 열을 보면서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라
바로 해열제와 일반의약품을 먹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썩 차도가 없다.
그러던 중 어젯밤부터 이상하게 목이 붓고
또 춥더니 안되겠다 싶어 아이스크림으로
응급처방(?)을 나름대로 하고 목아픈 약을
섬유근통약과 함께 먹고 잤다.
뭐, 대부분 그 담날은 좀 나아졌으니까
당연히 그럴 줄 알았지.
그치만, 아침에 일어나니 말을 하기 힘들고
침을 삼키기도 어려울만큼 목이 부었다.
안되겠다,
이대로 두면 또 40도 열에 시달릴 게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잠깐 누워있다가 기본적인 세안 후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선생님께서 목과 코를 보시곤
많이 부어있다고 하시면서,
특히 '비염이 심한 거 아시죠?‘ 라고
하시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걍 조금
비염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근데, 내 코는 이미 엄청 부어서
콧 속이 다 막혔다더라...;
이정도면 둔한 거다... 예민은 개뿔.
겁나 둔한거든 아님 무식하게 참은 거든
둘 다 문제다, 나에게 있어선.
게다가 담주는 대학병원 검사부터 진료까지
줄줄이 난리인데, 이런 상태면 혈액검사수치는
빼박 난리가 난다. 특히 염증수치가 3배 이상으로
뛰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데, 하필....
으휴, 나름 쉰다고 쉰 거 같은데 막상 컨디션은
내 맘 같지 않고, 이번주 3일 내내 은근 바빴다보니
면역력이 바닥인 상태라 더 이랬다 싶으면서
온갖 자책과 핑계가 난무했다.
근데 뭐, 어째. 이미 아픈 걸.
글서 주사 잘 맞고, 오자마자 뭐라도 주워먹고
약도 잘 먹고... 이러다보면 뭐 낫겄지 라는
맘으로 좀 쉬어야지 했는데.
왜 이런날은 이렇게 바닥의 먼지며,
머리카락은 더 잘 보이는지...
결국 승질머리를 이기지 못하고 일어나서
청소며 빨래며 다 뒤집어 엎기 시작...
거기다 색깔별로 나누어 빨래를 했는데,
하필 어두운 색 빨래를 하다가 누군가의
바지 속에 있던 휴지때매 대참사가 나고
나의 인내심도 대참사가 났다.
검은 옷들 사이로 보이는 하얀 휴지조각...
한숨과 동시에 스트레스 대 폭발로
혼자 소리지르고 난리 부르스...
엄마한텐 죄송하지만,
그렇게라도 안했으면 난 죽을지도...
이걸 다 하나하나 참자니 내 속에선
매 번 천불이 나는데,
그걸 알라나 몰라...
암튼, 수습한다고 옷 다 털고, 건조기에
넣으면서도 한숨 대잔치...
진심 스트레스.. 아직도 스트레스...
물청소부터 시작해서 세탁기 통살균 가동.
몸이 멀쩡하면 모르는데,
원래도 안 좋은 몸에 편도염으로 더 성치 않으니
작은 거에도 겁나 폭발하게 되는 오늘이었다.
화가 많은 것도 맞지만, 걍 오늘 몸이 넘 힘드니
그동안 쌓인 무언가가 터지는 기분.
속은 후련한데 맘은 안편하다.
에휴.
몰라몰라, 다 귀찮고 싫다 진짜.
피곤하니까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고 자버려야지.
진짜, 아무것도 안해야지.
(이래놓고 책 펼치고 있을 게 뻔하다.)
진짜 진짜... 그럴거야...!!(Nope...!)
마음은 이런데 막상 몸은 책상 앞에 있는 나 자신.
지겨워 증맬루.
(워커홀릭의 최후...백수여도 상황은 동일)
암튼...
뭘 하든 아프지나 말어랏,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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