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30.폭설, 정기 진료 고군분투기

버스도 못 다니던 그 날

by jubi의 마음일기

10월 초에 검사와 다양한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벌써

11월 예약일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 전 날 엄청난 폭설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나는 담달 일정으로 인해 미루지도 못하고

그저 꼼짝없이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폭설로 인해 정밀 초음파를 해주셔야 할

교수님께서 사고를 당해 2주 이상 나올 수 없다고

나보고 진료를 미룰 수 있냐는 연락을

병원에 가기 15시간 전쯤 받게 되었다.

이게 무슨....

난 진료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상황 설명을 드리고 부탁 드리니 외래 초음파로

변경되는지 진료과에 여쭤보고 연락을 주신댔다.

한.. 한 시간쯤 지났을까?


다행히 진료과에서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해서

겨우겨우 다시 스케줄을 받아서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눈이 그칠 기미가 안보였다.

갈 때는 아부지께서 데려다 주신대서 걱정은

안했지만, 문제는 출발 시간이었다.

병원까지는 평소라면 30~40분 거리인데,

눈이 발목 위를 넘는 높이라,

거기다 밤사이 추워져서 얼면 이건 진짜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0시쯤 진료를 봐야했는데, 문제는 그 전에

혈액검사가 있었고, 무조건 3시간 전에는 가서

진행을 해야 진료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즉, 7시에는 접수하고 피를 뽑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넉넉잡아 6시 30분 까지는

병원에 도착해야 이것저것 하고

검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5시 20분쯤

나가기로 했다.


한 3시간쯤 잠을 자고 4시 반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하... 미쳤다ㅠㅠ’

겨울왕국 실사판이 밖에서 펼쳐지고 있고,

눈을 치우는 제설차보다 삽을 들고 치우는

경비 아저씨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진짜, ’나 병원을 갈 수 있는건가?‘ 싶었지만

약이 다 떨어져가기 때문에 무조건 가야했다.

섬유근통약이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렵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일어나는데까지

최소 1시간은 걸린다.

설사 그렇게 일어난다해도 종일 근육통과

근육강직으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여튼, 그래서 우린 비장하게 5시 30분쯤 출발을 했고,

생각보다 밖엔 차들도,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었다.

행여 차가 막히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다만 지나가며 보이는 바깥 풍경엔

차가 눈에 콕 쳐박혀 있거나,

바퀴가 헛돌아서 약간의 언덕도 못 올라가거나,

평지임에도 눈이 높게 쌓인 부분은 지나가지 못해

다들 허둥거리는 모습들이었다.


심지어 새벽배송 중이었던 이마트 차가

한 바퀴 돌았는지 차도와 인도 사이에 대각선으로

걸쳐서는 하염없이 눈을 쓸어내는 기사 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모두가 다같이 재난영화를

찍고 있는 듯했다.

아니, 실제 재난이긴 했지...

조심조심 30키로도 안되는 속도로 고속도로까지 타고

국도로 지나 겨우 병원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게다가 이 날은 내가 너무 바쁜 날이었기에,

사람들이 많이 올까봐 미리 가있어야 2개 과의

진료와 검사를 모두 해낼 수 있었다.

각 과에서 해야할 검사들이 2개씩있다보니

이 스케줄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 전날 금식으로 인해 현기증은 난리고,

몸은 너무 피곤한데 스케줄은 빡빡해서

이리저리 본관 신관을 누비벼

피를 뽑고 초음파를 하고 골다공증 검사를 하고

등등... 진료를 하나 보고 뛰어가서 등록하고

다시 대기하고 진료를 봐야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준비를 다했는데

내가 그 병원을 다닌 이래로 역대급으로 한산했다.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진료 취소 전화였고,

미뤄진 검사나 진료도 오히려 예정보다 더 일찍

진행되고 있었기에 나도 가자마자 검사하고,

또 다른 곳을 가도 마찬가지로 바로 검사하고

진료하고 바로바로 샤샤샥 다닐 수 있었다.

이렇게 하고 나니 11시가 좀 넘은 시각.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12시 반은 되어야 끝났을텐데

생각보다 엄청 일찍 끝났다.

나이스!

근데 잠깐 생각해보니, 약을 받으려면 외부 약국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지?

거기다 아부지께서 톡을 보내셨길래 보니

버스 조차도 제대로 운행을 하지 못한다고 하셔서

집에는 또 어떻게 가야하나 정신이 없었다.


일단, 약은 받아야하니 거북이보다 느리게,

그리고 조심히 살살 걸어서 약국에 겨우 도착하고

집엔 아부지께서 와 주신대서 걱정이 다 해결!

눈이 와서 컨디션도 좋지 않은 상태라 그 소식이

얼마나 반갑고 감사하던지...

다행히 돌아올 때는 기온이 좀 올라서 눈이 녹았는데

바로 그날 오후부터 또 눈이 오더니 얼었네;


언젠가부터 눈을 보면 ‘와~예쁘다!’가 아니라

‘하...예쁜 쓰레기네...’ 이러고 아이들 신발 털 박스랑

매트 준비해놓고 하며 싫어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날씨가 흐리고 기압이 낮으면

온갖 근육통과 관절통 때문에 ‘윽’ 소리 말고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진다.

재밌는 건 이모양이어도 모든 검사 수치는 정상이다.

이게 더 이상한거지... 다른 과 교수님께서도 이런 사정을

아시다보니 면역체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이걸 의사선생님들도 모르니 답답하겠다고 위로해주시는.


꽤나 위로가 되고 감사한 관심 덕분에

춥고 힘들었다만 그래도 나름 잘 버티고 돌아왔던

진료의 날. 이제 5,6개월 뒤에 가게 되는데,

2025년도엔 내가 너무 바쁠 예정이라, 제대로

때에 맞춰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2025년도 1년치의 대략적인 청사진은 다음 글에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파도,

무언가 끊임없이 찾아서 해 나가는 1인의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

Happy 12월의 시작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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