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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연 Jan 27. 2024

비가 조금 온다고 했다

Someone like you

서울 가기 전...
일기예보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비는 몇 미리밖에 안 온다고 해서 안심하고 차를 가지고 둘째 아이를 픽업하러 학교 앞으로 향했다.
'차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심상치 않은데;' 하며...
서울에 가까워 갈수록 빗줄기는 거세지는데 매일 막히던 고속도로는 왜 이리도 뻥뻥 뚫리는지...
도로흐름을 따라 빗길을 반강제로 100km로 달리느라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경차의 핸들을 꼭 쥐고... 역시 일기예보는 믿을게 못되고 삶은 예측한 대로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이 수업 마치고 집에 오는 밤.
여전히 비가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올해 어느 날
"비 오는 밤 고속도로 운전까지 할 수 있게 되면 초보운전 딱지 떼도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날이 드디어 온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완벽주의라 못하는 건 죽어라 하기 싫은 나라서 은찬이와 수없이 병원을 오갈 때도 한 번을 하지 않았던 운전이었다.

쏴~ 소리를 내며 어두운 빗길에 검은 물을 뿌리며 달리는 차 안.
무심히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낯익은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헉, 안돼~ 지금 눈물 나면 큰 일 나는데~"
중얼거리는 나와 거의 동시에 딸 역시
"아~~ 오빠노랜데~~ 힝~"
웅얼거린다.

아델의 <someone like you>.
은찬이가 자주 부르던 잔잔하고도 애잔한 노래가 작은 차 안을 고요히 가득 채운다.
차 안은 금세 습기로 뿌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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