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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님 Jul 05. 2022

서울 가는 날의 특별식

감자샐러드 편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나서 거의 본가에 내려와 있어서 가끔 서울에 간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우리 집 상황을 이야기해서 적극 사용할 수 있었다.

점점 내리막길로 가던 회사라 우선 갈 데까지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이렇게 길고 가늘게 점점 살아나더니 재택근무까지 할 수 있게 되니 참 감사하다.

감사한 것을 더 크게 생각해야는데 그래도 서울로 가는 길은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가 몸이 좋을 때에도 집에 왔다가 서울로 가려면 항상 그날은  마음도 기분도 무거웠다.

집에서 재택근무하며 오래 있어도 올라가는 일요일의 울적함은 예외가 없었다. 역으로 가는 버스에 나를 배웅하는 엄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다 그렇게 울적하게 올라오곤 했다.


겨우 월화 있다 내려가는 거지만 일요일만 되면 먹을 거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코로나 시작 때부터였나  돈도 아끼고 식당 가서 밥 먹는 것도 불안하니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재택근무로 월화만 출근하니 집에서 올라가는 날은 엄마랑 감자 샐러드를 만들어 가서 먹는다.

엄마도 먹고 싶다고는 하지만 하나하나 재료 다듬고 만들기가 수고스러운데 나 올라가서 잘 먹으라고 만드는 거 같다.


[감자 샐러드]

주재료

감자 3-4, 당근 1, 오이 1, 양파 반개, 얇은 슬라이스 햄 손바닥만 한 거 5-6장, 달걀 3

마요네즈

달걀 1, 올리브유 종이컵 1, 설탕 가득 1 스푼, 소금 1/4스푼, 식초 1스푼


감자, 달걀은 삶고 당근은 길고 넓게 썰어서 끓는 물에 익힌다.

슬라이스 햄도 기름기 빠지도록 데쳐준다.

오이, 양파는 새끼손톱만 하게 썰어서 소금으로 절인다.


감자 달걀을  삶은  덩어리 없이 형체를 알아볼  없게 으깨준다. 뜨거울 때 진행해야 잘 깨진다.

사 먹는 감자 샐러드는 달걀의 덩어리들이 보이는데 우리 집은 면 건지는 채에 올려 하나하나 다 짓이기다시피 으깨는 것이 핵심이다.

익힌 당근도 오이 양파처럼 작게 썬다.

오이 양파는 소금에 절여져 물이 나오니 물기를 쭉쭉 짜준다. 면포가 있으면 편리하다. 물기를  제거해야 나중에 샐러드가 축축해지지 않는다.

마요네즈 재료는 천천히 도는 믹서에 하나씩 넣어가며 으면 수제 마요네즈가 된다.

이 모든 재료들을 큰 볼에 넣어 잘 섞는다. 소금 간도 하면서..

그리고 취향에 따라 식빵이나 모닝빵에 올려 먹는다. 혹은 그냥 먹어도 좋다.




어릴 때부터 특별식처럼 엄마가 만들어 주곤 했는데 같이 만들어보니 그 시절 엄마는 얼마나 수고스러웠을지 느껴졌다.

힘들게 만들어도 자식이 잘 먹으면 기분 좋다는 걸 엄마를 보면서도 조금 느낀다. 식빵 하나에 도톰하게 샐러드를 펴 발라 잘 먹는 엄마를 보니 자주 먹는 거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알면 좋겠다 생각도 많이 든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주면 그렇게 행복했는데 이제 차근차근 그 기쁨을 엄마에게 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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