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꿈꾸었어요. 살아오며 줄곧.
당신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늘 어릴 줄 알았죠. 오랜 시간을 함께할 거라 여겼어요.
기억해요? 우리가 처음 서로를 껴안았던 그 밤바다를. 처음으로 크게 싸웠던 한남동 단골 카페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마음을 공유했던 그 시간을.
많은 시간이 지나고 처음이 익숙함으로 변했을 때, 우리의 영원은 점점 빛을 잃어 갔어요. 눈이 마주치면 널뛰기 바빴던 심장은 기본 박동수를 지키게 되었고,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쌓여 갔죠.
모든 걸 공유했다고 생각했겠지만,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어요. 나는 당신을 만날 때면 항상 가면을 썼어요. 진짜를 알게 되면 그대가 날 버릴 것만 같아서 나를 숨겼어요. 비밀스러운 마음을 나누었던 그 순간조차 진실되지 못했어요.
내 거짓말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잖아요. 나를 사랑했기에 그대로 속아줬겠죠. 다정한 사람.
영원을 꿈꾸었기에 이별은 잔인할 만큼 고통스러웠어요.
사실 영원한 건 없어요. 젊음도, 아끼는 물건도, 사랑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갈망하는 거예요. 잃어버릴까 봐. 떠날까 봐. 그래서 잘할 수 있던 것도 못해요.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까 나 답지 못해져서 실수만 하죠. 가장 나 다운 모습으로 사랑을 할 때, 영원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