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싫어한다. 두렵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정도로 경계한다. 계절을 타는 성향 탓인지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면 동면에 들어간 곰처럼 집에서 꼼짝을 않는다. 외출은 정말 필요할 때만 아주 간결하게 한다. 살풍경한 거리를 걷는, 추위에 웅크린 사람들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아려온다. 짙고 흐린 회색의 종자들. 나에게 있어 겨울은 외로움이고 우울이다.
어느 날이었다. 지인과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냐는 시답잖은 질문 따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사이었음은 분명 하나 그녀가 꽤나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건 기억한다. 그녀는 겨울이 가장 좋다고 했다. 겨울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화들짝 놀라며 어떻게 그 계절을 선택할 수 있느냐 반문했다. 그녀의 대답은 실로 놀라웠다.
"겨울은 따뜻해서 좋아."
내 귀를 의심했다. 뭐가 어떻다고?
거의 따지듯 그녀에게 물었다. 춥고 시린 겨울이 어떻게 따뜻할 수가 있느냐고. 날 선 나의 어투 따위 가볍게 무시하며 그녀가 말했다.
"겨울은 밖이 추우니 사람들이 따뜻한 실내에 옹기종기 모여 몸을 녹여. 그 따끈따끈한 공기가 얼마나 좋은데. 게다가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새해도 모두 겨울이야. 이벤트가 많은 계절이잖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이 한가득이야!"
머리가 아찔했다. 하나의 계절을 두고 이렇게나 다른 해석이 있을 수가 있을까.
감히 생각지도 못한 영역의 것들을 전하던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녀가 누구였는지 어떤 생김새였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지만, 그 순간 포근한 온도가 곧 그녀 그 자체로 기억에 남았다.
나에겐 우울한 계절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시간이었다.
인생이구나. 삶이구나.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모든 건 생각 여하에 달렸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건 내 마음으로부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겨울을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