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나에 대한 태도
우리 자매는 둘 다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같이 식당에 갈 때면 메뉴를 선정한 뒤 후보군을 고르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 예약까지 해 놓는다. 계절마다 제철음식은 꼭 먹어야 하고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이는 것은 필수다. 어디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지역별 명물 음식부터 핫한 카페까지 스마트폰의 지도 안에 모두 별 표시를 해 놓는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각별한 태도가 어느 순간 달라지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각자의 부엌 안에서다.
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직접 만든다. 라구 소스, 당근 라페, 이름도 낯선 빠삐요트.. 그녀의 집에 가면 난생처음 보는 조리도구들이 즐비하다.
“이건 채 써는 것, 저건 다지는 것, 저 포트는 전기를 쓰는 거라 수프 끓이기에 좋고, 여기에는 파스타 면 삶기 좋아. 있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다 쓴다니깐!”
그녀와 홈파티를 준비하는 일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한다. 우선은 장을 봐야 하는데, 가까운 마트에 재료가 없다면 두 세 블록은 떨어져 있는 대형마트까지 가야 한다. 희한한 소스와 채소들은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해 둔다.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은 보통 오후 5시. 씻고 다듬고, 요리 주제에 맞는 모양으로 잘라주어야 하는데, 같은 파프리카라도 채 썰기와 다지기로 나누고, 초록색 파프리카와 섞이지 않도록 구획도 나누어야 한다. 이렇게 다듬어진 재료들은 알맞은 조리도구 속으로 순서에 맞춰 투입된다. 어떤 것들은 냄비로, 어떤 것들은 전기 포트에서 익혀진 후 다시 프라이팬으로, 어떤 것들은 바로 오븐으로..
“이제 거의 다 됐다!” 시계를 보니 벌써 8시다.
그렇다면 나의 식탁은 어떠한가? 그녀는 원재료를 주로 사지만, 나는 완제품을 주로 산다. 내가 하는 요리는 조리에 가깝다. 데우기, 굽기, 끓이기.
가끔 그녀가 우리 집에 올 때 대접하는 것들은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는 생선회, 구운 소고기나 돼지고기, 육수가 동봉된 샤부샤부 정도이다.
한때는 이러한 차이가 자존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왜,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혼자 먹는 밥 하나에도 정성을 쏟는다고 하지 않던가. 언니는 똑똑하고 당당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가득한 사람, 나는 언제나 감정에 치여 살고 의뭉스럽고 자존심만 강한 약해 빠진 인간.
이런 생각은, 술 취한 대화들과 울면서 보낸 수많은 밤들과 힘들 때마다 읽어댔던 책들로 조금씩 변했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직접 마트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핸드폰으로 장보는 게 편하고, 요리에 시간 쓰기보다 소파에 늘어져 영화 보는 게 좋고, 직접 한 음식보다 사 먹는 게 더 맛있는. 감정적이고, 잘 울고, 나약한.
그래서, 오늘 저녁엔 좋아하지 않는 요리를 억지로 하지 않기로, 내일 아침은 빵집 샌드위치를 먹기로, 이번 주말은 배달 앱을 켜기로, 이런 나를 그대로 인정하기로 한다.
그렇게 먹고살아도 즐거운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