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월 7일, 서울시장선거일이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팝송, '바람 속에 먼지(Dust in the Wind)'를 감상하고 옛 추억을 떠올려보았다. 이 노래는 캔사스(Kansas) 그룹의 감미로운 보컬이 바이올린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자아내는 곡으로 1970년대에 한창유행했다. 영국의 소프라노 겸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을 비롯하여 여러 가수들도 이 노래를 불러서더욱 유명해졌다.
나는 이 노래를 학창 시절부터 즐겨 불렀다. 모든 것이 보잘것없는 '바람 속에 먼지'라는 가사가 가슴에 와닿고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니 먼지로 돌아가라."
성경에서의 먼지란 흙을 의미하고, 바람이란 대자연을 뜻하는 것으로 인간은 우주 속에서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독교 성경 전도서에도 "헛되고 헛되니 헛되도다. 태양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이 헛되고 마치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인생은 허무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죽음 앞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라는 구절도 있다.
동양 철학은 인간이 모든 사물처럼 지풍수화(地風水火)로 생성되었으므로 죽어서도 역시 지풍수화, 즉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성경말씀이나 동양철학 모두가 인생의 덧없음을 일깨워주는데 기독교는 절대자인 하느님을 믿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고, 불교 역시 깨달음을 통해 모든 중생도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설하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수행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어느 팝송은 인생이 즐거운 것이라고 노래를 했다. 비틀스(Beatles)가 부른 '오블라디(Ob-Ra-Di) 오블라다(Ob-Ra-Da)'노래 가사는 인생이 아름답고 즐겁다고 했으며 경쾌하고 신나는 멜로디는 7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다니엘 분이 불렀던 '뷰티풀 선데이(Beautiful Sunday)'도인기 좋았던 팝송 중 하나다.
젊은 시절, 이 팝송을 여러 번 들어봐도 그 가사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의 본질은 보잘것없는 바람 속의 티끌 같은 존재일지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위대하기도 하고 하찮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 같은 존재일 수도 있겠다.
삶이란 기본적으로 슬프고 허무함이 존재하지만 인간의 생활 속에 기쁨과 즐거움도 있기에 세상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사계절 중에 각자가 좋아하는 계절이 다르다. 내가 어느 것을 좋아한다고 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다. 같은 이치로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만족과 즐거움이 있을 수도 있기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행복하게 살아야만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고 때가 되면 천국이든 극락이든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바람 속에 먼지처럼.
내가 좋아하는 노래, '바람 속에 먼지(Dust in the Wind)'를 들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곰곰이 새겨보는데,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아내가 문을 열고 "여보, 오늘이 무슨 날이지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하는 날이지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을 슬며시 닫아버렸다. 한참을 다시생각해 보니 오늘은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내가 바람 속에 먼지에 너무 빠졌나?'하는 생각에겸연쩍은 미소가 입가에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