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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May 20. 2023

인생은 돌고 돈다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한  강물처럼 흘러갔다. 예나 지금이나 고등학생은 대학입시 경쟁 속에서 쉽게 헤어날 수가 없다.

   책상머리에 고진감래(苦盡甘來)를 크게 써 붙이, 공부하다 들면 이 글을 쳐다보며 긴장의 끈을 조여 매곤 다. 지금은 힘들고 괴롭지만 향후에는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견뎌냈던 것 같다. 이 고사성어 덕분인지 내가 희망하학교에 합격하여 '고진감래'는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 흥진비래(興盡悲來)라는 고사성어에도 관심이 생겨났다. 힘들게 얻어낸 즐겁고 좋은 일도 경우에 따라 오래갈 수 없다는 세상 이치를 조금씩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말과 비슷한 개념의 고사성어도 여럿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묘비에는 '우중유락 낙중유우(憂中有樂 樂中有憂)'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근심 가운데 낙이 있고, 낙 가운데 근심이 있다.'라는 뜻으로 퇴계 선생이 생전에 직접 쓰신 글귀다.


   중국의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골계열전에 다음과 같은 나온다.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이 술잔치를 벌이면서 '순우곤'이란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신하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술이란 얼마를 마시면 취하느냐?"라고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를 "술이란 분위기에 따라 한 말만 마셔도 취할 수 있고, 한 섬을 마셔야 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어서 "예로부터 술이 지나치면 난리가 나고, 쾌락이 극에 달하면 슬퍼진다고 했는데, 세상일도 이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때 한 말이 '주극생란 낙극생비(酒極生亂 樂極生悲)'라고 한다. 이 간곡한 충언을 듣고 위왕은 흥에 취해 며칠씩 벌이곤 했던 술 잔치를 그만두게 되었으며, 그를 큰 자리에 중용했다고 전한다.'


   고진감래는 괴로움참고 견디면 즐거움이 온다는 뜻이고, 흥진비래는 세상만사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차례로 일어난다는 말이다. 즉, 인생을 살면서 힘들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고, 권력이나 부를 잡았다고 자만하거나 겸손을 잃어서도 안된다는 인생 가르침이다. 사실, 어떨 땐 일이 잘 풀려 즐거움이 와도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직장을 정년퇴직하고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흥진비래'라는 말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살면서 즐거움이 왔을 때에 고통이 올 라고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 만일  즐거움이 와도 초심을 잃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간다면 슬픔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즐거움과 슬픔이 돌고 돈다 할지라도 내가 노력하기에 따라서 인간의 운명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처럼 예전, 학창 시절과 같이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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