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축제 자랑/경양식집에서

알고 싶은 축제와 돈까스

by 김오 작가

전국 축제 자랑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 박태하 지음


소심, 수줍음, 어색함을 온몸에 덕지덕지 붙인 채 어울림, 나눔, 스스럼없음이 어울리는 축제에 다녀온 작가 둘. 왜 그곳에서 이런 축제를 하게 됐는지, 축제 글을 읽어야 되는 이유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목부터 봐라. 너무 신선하다. 전국의 축제를 보여주겠다니. 그것도 잘 놀지도 못하는 두 양반이 말이다. 이쯤에서 놀아본 적 없는 사람이 생전 처음 축제 구경 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떠올라서, 그 모습이 나 같아서 시원하게 웃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축제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그 축제와 상황과 그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여행을 가려고 찾아보는 여행서나 여행을 가기 전에 숙지해야 할 중요 문장들을 보기 위한 정보 제공 책들과는 거리가 멀다.


신기함으로 보면 된다. 축제 이야기를 써보자는 이유는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데, 납득이 안 간다. 그래서 비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 당기듯이 글들이 당겨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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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집에서

조영권 지음/이윤희 그림


오래된 추억의 돈까스집. 돈까스에 소주를 시켜서 먹는단다. 돈까스에 소주라니. 다시 들어도 생경한 조합이다. 그런데 경양식집에서 돈까스와 소주를 시켜 먹는 이가 있으니 메뉴에 있겠지?


목차에는 어느 지역인지 알 수 없다. 경양식집 상호와 먹은 메뉴를 적어놓고, 그 챕터에 가서야 어느 지역에서 먹었는지 알 수 있다. 아쉽다.


책 초반에는 신선했다. 동네에 있어도 잘 가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돈까스집, 외진 곳에 가서 맛을 평가하는 게 말이다. 그리고 여행을 간다면 나도 그곳에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후식에 대한 생각의 차이도 매우 신선했다. 식사를 마치는데 후식 이야기가 없어서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식사를 하기 전에 후식 주냐며 먼저 달라고 해서 먹는다고 하는 대목이 매 챕터 나온다. 후식을 밥 먹을 때 미리 달라고 할 수 있구나. 왠지 후식은 메인을 먹고 가게의 선심으로 먹는다고 생각해서 물어봐주면 고맙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인드가 다르다. 밥값에 포함된 거니 물어보고 밥과 함께 먹는다. 대단한 생각이다.


글은 밋밋하다. 밋밋한 글이 나까지 밋밋하게 만들 정도였다. [참 저렴한 느낌의 맛이면서도 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익숙하니까. 결혼식장 뷔페에서 맛볼 수 있는 맛이다.] 저자의 글도 그랬다. 저렴한 맛이 났다. 그런데 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익숙한데 말이다. 글이 기계식으로 쓰여 있어서 더 그렇다. 글의 구조가 정해져 있어서 구성이 반복되는데, 같은 이야기가 연이어 나올 때도 있다. 비평가의 입장에서 써 내려갔는지, 값이 싼 곳에 가서 갑질 글을 쓴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대목도 있었다. 긍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담백하게 쓰고, 옷에 무엇이 묻었거나, 사다 쓰는 수프라서 치워놨다거나 하는 말들은 담대하게 썼다.


책 속에 아저씨 돈까스가 나와서 반가웠다. 나는 오래된 천소파의 크룸 크룸 한 냄새가 섞인 것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경양식집을 떠올리면 그 소파 생각이 난다. 약간 으슥하면서도 스산한 그 느낌.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세월과 함께 옛날 돈까스가 다시 먹고 싶어졌다. 집 근처이니 살방살방 걸어가서 돈까스를 시켜볼까. 그리고 맥주가 있나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시켜봐야지. 캬~ 맥주에 돈까스. 은행동은 젊은이들의 거리를 넘어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청소년에 포커스를 맞춘 가게들이 많다. 거기에서 대낮에 돈까스와 술을 곁들이고 걷는다니. 생각만 해도 오징어 다리가 구워지는 것 같다.


저자는 피아노 조율사로 전국에 일을 하러 다니면서 맛집을 방문한다. 그래서 피아노 조율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첫 아이를 낳고 피아노를 구입했다. 아파트 소음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다가 디지털 피아노를 선택했다.


피아노 가게가 생각보다 없었다. 외관이 허름한 가게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들어가니 생각보다 넓고 피아노가 꽤 있었다. 디지털 피아노와 일반 피아노의 가격차가 크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피아노가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클래식 피아노는 조율이 문제다. 주기적으로 조율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음색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 결정대로 디지털 피아노를 샀다. 디지털은 야마하인 줄 알았는데, 커즈와일이라는 브랜드를 거기서 처음 알게 됐다. 영창에서 커즈와일이라는 브랜드를 사서 국내에 들여왔다는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에 계약서를 썼다. 그리고 디지털 피아노는 조율이 필요 없는 대신, 소리가 한 개만 나지 않아도 모든 판을 갈아야 돼서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도 알게 됐다.


이 피아노가 어느새 5년이 넘어간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마다 잡음이 들린다. 그리고 클래식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느끼는 그 묵직함도 없다. 얼마 전부터 코로나로 인해 피아노 학원에는 보내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 레슨을 받고 있다. 아이의 손에 디지털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게 하니 마음이 좀 그렇다. 아이가 클래식 피아노 건반의 그 느낌을 알면서 배우면 더 좋았겠다. 싶다. 이사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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