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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19. 2022

10 나에게 있는 큰 힘을 인정하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기

매주 일요일 오전, 나는 어린이 센터에 봉사활동을 간다.


집안에서는 숨도 못 쉴 정도로 살얼음판이어서 이리저리 밖으로 나가야 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어딘가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행복한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 웃고 떠들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와 저 사람들 정말 좋아 보인다 부럽다 하는 마음이 들 수 있기를 바랐다. 내 세상은 어두웠지만 밝은 사람들 곁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빛이 들어올 수 있길 바랐다.


투잡이든 알바든 열정 페이든 뭐든 일단 물리적으로 어딘가로 나가고 싶었다. 누구라도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찾아다닌 곳은 카페 알바, 스냅 촬영 알바, 동물보호소 봉사활동, 동물원 행사 보조, 그리고 어린이 센터 봉사활동 등등이었다. 그중 제일 먼저 합격한 어린이 센터! 이곳에서 일하는 게 신의 한 수였다.


초등학생 1200명의 양기라면 사탄도 기가 질릴 것이라며 공동묘지였던 곳에 음기를 누르려고 일부러 초등학교를 지었다는 썰도 있는데 (실제는 해당 지역에 거주 시설을 놓으면 말이 많아서 학교를 주로 지었다고 함) 이곳도 원래는 소각장이었다가 어린이 센터로 바뀌었다고 한다. 매일매일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장난감 던지는 모습을 보면 뭔가 살아있는 활기찬 느낌이 든다.


그렇게 두 시간 기가 빨려서 봉사활동하고 집에 오면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한 집안에서도 평화를 찾게 된다.




인생이란 게 어디로 갈지 몰라 살 만하다고 누군가가 그랬다. 그리고 정말로 어디로 튈지 몰라 내일이 기대되는 날이 왔다. 맙소사 내가 그렇게 까지 했다니 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내고 예전 같았으면 자신 없어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도전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항상 작가라는 직업을 선망했었다. 지식을 글로 풀어쓰고 후대에 까지 남길 수 있는,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나는 우리 남편이 정말 자신의 업무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라 언젠가 자신의 책을 출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책의 첫 장에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적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모르게 남편을 위한 선택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나를 희생하고 남편이 잘 되면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나는 남편이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나만큼 원하는 줄 알았다. 아니, 그것이 나만큼 빨리빨리 이루어버리고 싶어 하는 줄 알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인생 기니까 언제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마는 정도만 원하고 있었나 보다. 남편이 책을 쓸 수도 안 쓸 수도 있었고, 심지어 책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쓰고 싶은지 아닌지도 고려대상이 되질 않았다. 결국 그것은 나만의 이상한 꿈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꿈을 내가 이루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애초부터 당연히 그랬어야 했는데, 그래도 늦게라도 깨달으니 다행이다. 투고도 했었고, 글쓰기 수업도 듣고 있고, 브런치 작가 신청도 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내 책이 출판되었을 때, 내 책의 첫 장에 사랑하는 남편, 가족, 친구들을 위한 책이라고 쓸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어떤 분은 종교로 귀의해서 하루 108배를 하며 깨달음을 찾는다고 한다. 절을 한번 할 때마다 나에게 묻는다. 나의 마음은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그렇게 108배를 몇 년째 하신 분도 있다. 마찬가지로 신께 기도하거나, 자연으로 돌아가 치유하거나, 다른 여러 방법으로 답을 찾을 수 있다.




가끔은 너무 가난한 기분이 들어  속으로 굴을  때가 있다. 가끔은 너무 외로운 기분이 들어 내가 물방울되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에 상상이 꼬리를  때도 있다. 그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하루종일 함께 땀흘려 일하고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는 곳으로, 나의 일과 정성을 알아봐주는 곳으로, 나의 열정과 노력과 넘치는 관심을 잘 받아주는 곳으로. 왜냐면 내 곁의 가장 가까운 사람은 안해주니까.


암울의 구렁텅이에서 본 세상과 땅 위로 나를 끌어올려 보는 세상과 긍정적인 마음 가볍고 따뜻한 마음에 날아갈 것 만 같은 높이에서 보는 세상과 내가 본 세상들이 그렇게 다르다. 나 스스로도 물론 충분히 노력해야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를 자꾸 내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세상과 단절되어 나만의 세상에 갇혀 있지 말고 다른 사람들은 뭐하고 사나 요새는 뭐가 유행인가 뭐 재밌는 거 없나 기웃기웃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끼고 좋은 기운을 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의 그릇에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담다 보면 물이 넘치도록 채워내다 보면 나도 정화될 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문을 닫았던 사람들과도 화해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기로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밝은 기운을 전해주고 도움이 되어주고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친구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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