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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21. 2022

남편의 개인주의

받을 수 없는 이유 1

내가 남편과의 연애 초기, 친한 언니께서 자신은 외국에서는 문화 전반적으로 결혼에 대한 책임을 한국처럼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결혼은 꼭 한국인과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또 다른 언니는 미국에서 나고자란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정도가 심해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씀해주셨다. 이 현명하고 지혜로우신 언니들께서 해주신 말씀이 인생 교과서였는데! 내가 못 알아 들었었다.


이렇게 사람의 성향을 관철하는 이야기들을 들었어도 나는 우리는 괜찮아 우리는 특별하니까 이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야 라는 콩깍지가 쓰여있었다. 이기적이면 좋지 이제 나와 가정을 이룰 것이니 그의 이기심과 개인주의에 내가 포함될 것이라는 착각을 한 것이었다. 우리는 부부니까 우리는 일심동체이니까.


근데 아니었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결혼 전부터 그냥 남편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남편의, 남편에 의한, 남편을 위한 그 만의 인생. 남편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잘못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인생 독고다이 아닌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우리 남편이 이렇다 해서 모든 미국인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친구들은 또는 내 지인들의 남편들은 엄청 다정다감한 분들이 많아 보이지만 또 그들만의 이야기는 나는 모르므로...)




그러니 한국 미국 드라마와 실제 사례들을 보면서 극단적으로 나뉘는 너와 나의 반응을 통해 이 사람의 관점을 학습하고 더 이해하기 위한 기록.




          언어감지          ⇌          남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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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 집에 바래다준다는 남자 주인공과 왔다 갔다 하기 힘들까 봐 예의상 거절 혼자 갈 수 있어요 하고 조용히 뒤돌아 가는 여자 주인공. 하지만 여자가 너무 걱정되는 나머지 한 다섯 걸음 뒤에서 따라가 그녀가 집안으로 안전히 들어가 불이 켜지는 것까지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는 배려 깊은 남자 주인공의 뒷모습

>>> 혼자 간다는 여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혼자 가게 보내줘야 함 (여자가 혼자 간다 했으니까 걱정되는 것과 별개로 여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남자의 마음!) 저렇게 여자의 의사에 반해 따라가는 것은 스토커임 신고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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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첫사랑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친구로 지내거나 몇 년 동안 한 사람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사랑.

>>> 좋으면 고백하거나, 상대가 싫다고 거절하면 포기하고 다른 사람 찾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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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는 사이에서 잠시 시간을 갖거나 (헤어진 것 아님), 사귀다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상대를 그리워하고 다가오는 어느 누구라도 만나지 않는 일편단심 민들레

>>> 잠시 시간을 갖는 것도 사귀는 것은 아니고 헤어졌다면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잘못이 아님! 예를 들어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별거 중이었던 샬롯이 새로운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신혼집으로 데려와 밤을 보낸 것처럼.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좋다면 다시 고백하거나, 거절당하면 다른 사람 만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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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다가오는 남자 주인공과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막혀 수줍게 눈감아버리는 여자 주인공의 가슴 떨리는 첫 키스 장면

>>> 여자 주인공도 표현하고 행동해야 남자가 여자가 원하는 것을 알고 다가갈 수 있음. 여자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벽에 막혀서 키스를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 성추행으로 신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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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에는 거칠게 들리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투리, 가족 또는 연인 간에 낯간지러운 애정표현이 없어도 서로에 대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이 있고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이 있는 관계

>>> 거칠게 말하고 큰소리 지르는 모습은 싸우는 것처럼 보임 (그래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강력히 거부함) 가족 간이라도 사랑한다 표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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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남편을 위해 예쁜 도시락을 쌀 때 제일 맛있게 요리된 부분만 챙겨서 만드는 또는 따뜻한 밥 맛있는 반찬 먼저 먹으라고 챙겨주고 그러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

>>> 똑같이 공평하게 맛있는 거 맛없는 거 같이 먹으면 됨. 더 맛있는 걸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불필요한 희생을 할 이유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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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어서 이혼이나 재혼을 고민하는 상황

>>>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이혼했다면 부모의 역할을 법적으로 정해진 범위 내에서 수행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연애를 하던 뭘 하던 자신의 선택이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상대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존중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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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생각하는 상대가 이혼전력이 있고 아이가 있어서 고민하는 상황

>>>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과 재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아이에게 부모가 되길 기대하지도 노력하지도 않고 부모의 역할은 친모와 친부에게 맡기는 것. 만약 재혼을 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아내/남편이 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아이의 엄마/아빠를 대신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아님. 그러나 상대가 엄마/아빠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하도록 존중해주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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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 앤 테이크에서 테이크는 확실하신 분. 기브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해서 요구할 때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해 줄 수 있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싶어 하나 내가 은연중에 표현해도 그것을 알아채고 기억할만한 눈치나 센스가 결여. 문화적 정서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들만 완벽하게 여과시켜 자신만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다. 사실 그게 당연하긴 하다.


글을 쓰며 얻은 깨달음은 결국 내가 이 사람과 함께하게 된 계기가 그의 이런 성격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와 결혼할 건데 인종이나 국적이 다른 것이 무슨 상관이야.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쓰이지 않아.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나는 너를 믿어. 나는 너의 지금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르고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고. 변한 것은 너일까 나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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