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직장인이 환영받는 날
미국 법원에 이서진의 사진이?! 당연히 머그샷이나 법정사진 같은 건 아니고 팬심 가득한 사진이 법원 사무실 어느 직원의 책상 위에 오래오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은 이병헌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 함정. 그리고 매일 앉는 사무실 책상에 손녀 사진과 함께 붙여두고 잘생겼다고 좋아하셨다. 지금은 이미 은퇴하셨지만, 이 분께서 이병헌을 좋아하시는 줄 알고 이병헌 나오는 라디오에 수술 잘 하고 회복 잘하라는 멘트 부탁하는 사연도 넣고, 은퇴하실 때 쯤에는 이서진 스케줄 찾아서 은퇴 축하한다고 해달라고 사연 올리고 그랬는데 되진 않았다.
그 옛날 머나먼 미국에서 이 사진 당시 이 사진 한 장 구하기가 참 어려웠을 것 같다. 사진도 왠지 2000년대 감성 같아 보인다. 인터넷도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을 시절, 당시에는 해외에서 스카이라이프가 유행이었고 나도 엄마한테 우리집도 한국 티비 좀 보자고 그 위성접시 달아달라고 난리쳤던 기억이 난다. 10년 20년 전, 외국방송에서 뜨문뜨문 해주는 한국방송만으로 그렇게 한류가 시작되었다는 게 진짜 대단하다.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하거나 나중에는 DVD 전집처럼 나왔던 거랑 기억이 난다. 옛날에는 막 더빙부터 자막도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고 그런데도 재밌게 봤다고 그렇게 몇 년을 한국드라마에 빠져서 한국드라마만 본다고 말씀해주셨었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한국인이 왔다고 다들 환대도 해주시고 한국드라마, 케이팝, 한국 연예계 뉴스, 한국음식, 한국여행 한국어공부 등등 한국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정말 깜짝 놀랐다. 옛날에는 노스코리아? 사우스코리아? 이 질문이 기본이었다면 지금은 BTS며 블랙핑크, 그리고 요즘 인기많은 아이돌들 이름도 모르는 아이돌의 이름을 줄줄이 외며 이 사람들 너무 좋다며 나에게 설명해주신다. 또 한국 드라마 나도 보지 못한 드라마 줄줄이 내용까지 다 알고 오히려 내가 한국 드라마 추천을 받고 한국 연예계 소식을 듣고 있다. 심지어 누가 성형했고 누구 졸업사진이 어떻고 누가 이혼했고까지, 김치싸대기도 알고 K시어머니 욕도 하고, 한국에서 진짜 그러냐고 진지하게 물어보신다. 그래서 참 재밌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그 위력이 그 문화의 힘이라는 것이 그렇게 동방의 작은 나라를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큰 나라로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뭔가 기분이 웅장해진다. 그리고 내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의 한국인들이 덕분에 정말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여기서 내 최고 자랑은 학교에서 송중기 봤다는 걸 백번은 울궈먹는다. 그리고 그때마다 매번 반응이 좋다.
빈센조와 캡틴리 얘기로 떠들썩했던 적도 있고 (한국인은 못 본 한국드라마 이야기), 송혜교 송중기 커플의 이혼이야기와 시댁이야기가 물망에 오른 적도 있고, 손예진 현빈 커플의 열애설과 결혼설이 핫했을 때도 있었고, BTS 맥도날드 세트를 한정판매했을 때 그거 사려고 줄스러 가야된다고 한참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다. 그게 전세계에 판매되는 거라 모두 먹을 수 있는 치킨버거세트라고 했었나 그런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챙기시며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에 대해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요새는 2PM 준호가 섹시하다고 군대 갔다오더니 이미지 완전 바뀌었다고 한국 군대가 그러냐고 니 동생도 군대 제대하면 그렇게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고, 그리고 이 지역에 송중기가 매입한 아파트 찾아내가지고 그 앞에서 팬미팅 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한국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