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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08. 2021

직장에서 부의금을 내며 밀려든 생각들

사람이 먼저다


몇 달 전, 직장 동료에게 부의금을 드리게 된 적이 있었다. 부의금을 얼마 정도가 적당한지 팀장님께 여쭤보니, 카드, 편지, 꽃, 부의금 모두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만큼만 하는 것이며 절대 강제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에서는 홀수 금액으로 내고, 액수는 만 원 단위, 친하면 얼마 이상 등등 비공식 규칙에 더하여 경조사 참석도 어느 정도는 의무적이라 정해진 만큼 하면 쉬웠는데. 막상 모든 의무를 벗어던지고 진심이 가는 만큼 하려니 얼마를 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됐었다.


우리나라는 '자격'이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절대적이다. 결혼식 하면서 친구를 거를 수 있는 자격, 축의금이나 부의금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자격, 노후준비나 경제적 지원이 준비되어 있어야 임신이나 출산 육아할 수 있다는 자격, 자녀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자격...


결국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은 표현조차 못하게 된 것 같다. 진심 어린 마음이 거절당할까 봐 아니면 비웃음거리만 될까 봐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게 된 것 같다. 손절당할까 봐, 예의가 아니니까, 맘충이 될까 봐, 거지 취급받을까 봐... 그런데 그런 마음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 아닌가? 돈이 더 우선인가? 마음을 돈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건가? 마음만으로 충분할 수는 없을까?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목적지만을 지나치게 갈망한 나머지 우리는 모두 길을 잃은 게 아닐까.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남은, 진심이 생략되고 형식만 남은 건 아닐까? 일을 할 때에도 우리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예의에, 의무에, 실적에, 조건에... 경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한국은 업무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곳은 직원에게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마인드가 손님이 왕이다! 보다는 직원도 사람이다 이런 느낌이다. 예를 들어 인력 감축이나 업무 증가로 인한 개인이 처리해야 할 일의 양이 많아지게 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일에 맞춰서 사람을 갈아 넣어 어떻게든 마감일에 맞춰서 정말 불가능한 일을 기적처럼 해낸다면, 여기는 한 사람이 업무시간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업무량 +/- 휴가나 병가 등 사용하는 기간에 맞춰서 업무 마감일이 늦춰지게 된다.


만약 신입사원이 수습기간에 일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경우라면 공부하는 시간에는 업무를 주지 않는다던지, 근무시간 내에 복습을 할 수 있도록 또는 새로 받은 업무를 정리하고 확인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일을 받는 시간을 조정하여, 예를 들어 카운터에서 일한다면 그 카운터를 일찍 닫고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정시 퇴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기에 이곳은 거의 모두 예약제로 진행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숫자의 고객을 응대하며 최대한 예약자에게 집중해서 맞춤형 서비스로 필요한 것을 미리 준비하고 그 시간 동안 고객이 충분히 알고 싶은 것을 또는 해야 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기에 그 한정된 시간에 예약하려는 사람은 많으니 예약을 잡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 한국은 가면 바로바로 처리해주지만, 어떻게 보면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빨리빨리가 정상이 돼버려 이것저것 미리미리 공부하고 알아보고 가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래서 내가 질문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답답해한다거나 내가 조금만 어리바리하면 바로 짜증 섞인 응대를 한다거나 나에게 신경 써주는 시간은 단 몇 분도 없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사람을 갈아 넣어 마감일을 맞추고 일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애초에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받고 기한을 넉넉하게 잡아서 진행하는 것이 나을까? 많이 벌지만 빡센 직장이 나을까 적게 벌지만 편한 직장이 나을까? 민원인들에게 응대를 할 때에도 사담을 나누면서 사람 자체에 관심을 보이고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이것저것 도와드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기다리는 사람이 밀려있으니 필요한 업무 위주로만 신속 정확하게 빨리빨리 처리해드리는 게 나을까?







내가 꼰대인가? 우리가 자문하는 이유

몰라서 못하는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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