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니멀라이프, 그 대장정의 시작
저는 미니멀라이프를 해야겠다!라고 다짐한 순간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미니멀하게 살고 있게 되었어요 ㅋㅋ 저는 이사도 자주 다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많이 해서 그때마다 딱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움직이니 더 필요할 게 없더라구요. 그래도 욕심나는 것은 모두 사보고, 어쩔 땐 맥시멀 하기도 했다가, 다시 비우고 돌아오기도 하고 하면서, 꼭 필요한 것들은 남는 게 눈에 보였어요. 제가 싫증을 잘 내는 편이라 버리는 데에 별 미련이 없어서 잘 비우기도 했는데, 물건을 하나 사면 오래오래 애지중지 하는 주변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 하기도 했어요.
저의 그 시작은 바야흐로 스무 살,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국가에서 한국으로 캐리어 두 개를 들고 돌아오면서 시작합니다... 20년 간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우리 엄마는 너는 한국으로 대학을 가라 라는 냉철한 판단을 해주시면서 저를 서울에 계신 할머니 댁으로 보내셨어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딸이 자취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보수적인 부모님의 의견에 엄마한테 흙을 뿌릴 수는 없어, 그리고 성인이 되자마자 용돈을 끊어버린 부모님 덕분에 알바몬의 월급으로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저는 할머니 댁에서 결혼 전까지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생은 자취시켰다는... ㄷㄷ)
여느 할머니 집이 그렇듯이 우리 할머니 집도 친척들의 짐이 잔뜩 맡겨져 있었고 방은 많았지만 쓰지도 않는 물건이 더 많아서 저는 따로 방도 없이 지내야 했어요. ㅜㅜ 얹혀사는 자의 설움 ㅜㅜ 그래서 안 쓰는 물건을 이리저리 치워서 옷장 한통에 공간을 마련했어요. 그리고 이 옷장을 요리조리 엄청 잘 활용하면서 제 모든 옷과 소지품을 보관했었더랬죠. ㅋㅋ 특히 20대니까 겨울옷 여름옷도 많고 자잘한 물건들도 많아서 어쩔 때는 상자를 구해와서 수납하기도 하고 가운데에 선물 받은 인형들을 전시해놓기도 하고 옷을 만들 거라고 덜컥 재봉틀을 사서 옷장에 처박아 두기도 하고 ^^; 아무튼 안 그래도 오래된 옷장인데 아주 본전에 본전을 다 뽑아 잘 사용했어요
그러다가 대학생 때 친구와 내일로 를 통해 처음 국내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저는 배낭여행이라길래 그냥 책가방 안에 들어갈 만큼만 진짜 조금 대충 챙겨서 잘 다녀왔습니다!
그다음 해 저는 캐리어 하나, 배낭 하나로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어요! 누군가에게는 기숙사가 좁았을 수도 있지만 내 전용 침대, 내 전용 책상, 내 전용 옷장이라니 정말 좋았습니다 ㅋㅋ feat. 추억의 넷북
사실 이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바로 유럽여행이었는데요!! ㅋㅋㅋ 당시 고지식하셨던 저희 부모님이 여자 혼자 해외여행은 안된다 하셔서 교환학생을 신청해버렸던 ㅋㅋㅋㅋㅋ 그래서 저 배낭만 들고 곳곳으로 유럽여행까지 다녀왔어요!!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묵으면서도 필요한 건 다 들어가는 마법의 가방이었어요 ㅋㅋ 진짜 몰랐으니 했지 지금 하라면 절대 못했을 강행군으로 구경하고 왔습니다 ㅠㅠ 사진에는 없지만 이 가방으로 캄보디아까지 잘 다녀왔어요!
요거는 대학 졸업 기념 부모님을 찾아뵈러 갔던 미국 배낭여행 때입니다! ㅋㅋ 유럽여행 다녀와서 내 인생에 배낭여행은 더 이상 없어! 하면서 배낭을 팔아버렸는데요 ㅠㅠ ㅋㅋㅋㅋ 어쩌다 보니 다시 배낭여행을 ㅋㅋㅋㅋㅋ 케리어보다 내 몸에 붙어있는 배낭이 뭔가 더 안심되게 느껴졌나 봐요 저는 여행 다닐 때 굉장히 후리(?)하게 하고 다녀서 딱히 자물쇠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았어요 분실되면 그냥 새로 다 살 수 있는 정도로 간소하게 챙겨 다녔습니다. 이 때도 한 달 동안 잘 메고 왔어요!
큰 캐리어 하나로 워킹 홀리데이까지 다녀왔습니다~~ 이 미모의 냥이는 홍콩에서 룸 렌트했던 집의 주인아주머니께서 키우셨던 고양이입니다. ㅋㅋ 내내 아는 척 안 하다가 이사 갈 때 갑자기 가방에 올라오다니 ㅠㅠ 떠나는 걸 고양이도 느낌으로 알았을까요
이 짐들은 제가 미국에 복수학위로 석사 유학 왔을 때 가져온 짐 + 공항에서 산 기념품 (결국 쓸데없어 버렸지만 ㅋㅋ) 영국 유학 다녀왔을 때와 짐이 비슷해요 ㅋㅋㅋ 공부하러 오긴 했지만 놀 생각이 더 컸던 ㅠㅠ
미국 출장 때 가져갔던 캐리어와 가방입니다 : ) 사실 제 짐은 저 숄더백 안에 다 들어있고 배낭이랑 캐리어에는 행사용품이 들어있었어요!! 최대한 빨리빨리 이동하기 위해 수화물로 보내지 않고 기내용 사이즈로 준비했어요. 행사를 진행해야 해서 중간에 제 동생 집에 출장 용품을 세 박스나 미리 보내 놓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당시 직장인 오피스룩에 꽂혀서 가방이랑 정장을 많이 사다 날랐는데 ㅠㅠ 금방 식긴 했지만 신입의 그 패기! 그 열정! 이 그리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이민 올 때 가져온 가방입니다 : ) 초록색 캐리어와 큰 이민가방만 제 물건이고 나머지는 남편 거예요. 저는 자취를 한 것도 아니고 한국에 친정집이 있어서 제 방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 ㅠㅠ 물건이 쌓이고 고이고 할 시간이 없었어요 ㅋㅋ 남편이랑 함께 입국하는 거라 수화물 4개를 부칠 수 있었는데 자리가 넉넉해서 생필품이며 샴푸며 인스턴트 음식들 잔뜩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큰 캐리어 하나 필요하다면 작은 캐리어까지 간소하게 어디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목표예요 ^^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