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
저는 아무것도 없는 빈 벽이 좋아서 저희 집은 거의 텅텅 비어있다시피 하거든요. 각자 방이라도 하나씩 있으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방을 꾸미겠지만, 아무래도 집이 스튜디오 (한국식 원룸) 라 액자나 장식을 걸으면 제게는 집이 정말 숨 막히게 좁게 느껴져요.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장식도 벽에 잠깐 걸었다가 다 떼어내고 생일이나 발렌타인데이, 기념일, 할로윈,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뉴이어 등등 살짝 장식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또 다 떼어내고 했었어요. 남편은 장식이 있는 게 훨씬 좋다며 너무 희고 빈 벽은 institution (언덕 위의 하얀 집 느낌) 같다고 ㅎㅎ
저는 사실 미국인들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봤지 실제 미국에 살아보는 건 처음이에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들은 물건도 많이 쌓여있고, 수납장도 옷장도 꽉꽉 차있고, 벽이란 벽에는 전부 액자나 장식을 걸어놓는 장면을 봤어요.
그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시댁에 가니까 진짜 위층, 아래층, 화장실, 문, 할 거 없이 전부 액자나 장식품이나 뭐라도 하나 걸려있더라고요! 심지어 저희 친정이랑 찍었던 가족사진까지ㅎㅎㅎㅎㅎ 집이 커서 그런가 방이 남아서 그런가 저희 남편이 초등학교 때 냈던 숙제까지 '메모리 박스'에 고이고이 모셔져 창고에 한가득!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시댁에 가보고 나서야 남편이 어린 시절을 보낸 모습이 그려지면서,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남편의 생활 방식이 그제야 조금은 이해가 되었어요... 저희에게 자잘한 장식품을 선물로 보내주신 시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요... 그들이 살아온 삶의 한 방식이구나. 그들은 그렇게 행복했구나...
사실 저희 집은 저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공간이기도 하니 남편의 의견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했어요. 제가 미니멀을 원한다고 해서 남편도 같은 방식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남편에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지금 당장 넓은 집으로 이사 갈 수는 없어서 둘 다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어요.
저는 넓고 탁 트인 집을 원했고, 남편은 자신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집을 원했어요. 그래서
1. 현재 집에 빌트인 되어있는 장에 수납할 수 있는 양만큼만 물건을 소유하기
2. 밖에 물건이 최소한으로 나와있는 상태 유지하기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제 물건의 80% 이상을 처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물건이 있던 자리를 남편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양보했어요. 저도 물건을 상당히 많이 비웠지만 전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제게 꼭 필요한 물건들, 제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 제게 소중한 물건들은 아직 가지고 있으며, 물건들을 보내 주면서 시간을 충분히 들여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느껴질 때 바웠기에 가능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물건에 치여 사는 것보다 넓게 사는 것을 더욱 원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련 없이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빈 벽을 얻었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집은 공간이 넓은 집, 그게 안되면 적어도 좁아서 답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집이었어요. 그래서 모두 비웠습니다! 나와있는 물건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예요.
여전히 우리 집은 채워졌다 비워졌다 하면서 최대한 사용 중입니다! 물건이란 게 조금만 방심해도 순식간에 쌓이게 돼서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생활감 있는 미니멀 라이프로 실천 중입니다. ^^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