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
글테기 일까? 며칠 째 아무 글도 발행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 문장을 채 완성하지도 못하고,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나의 인생은 글쓰기를 시작한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만리 타국으로 이민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지냈던 나에게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숨을 틔워주는 탈출구였다. 친구들과 수다 떨고 싶은 말들이 한가득 있는데 대화할 친구가 없어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흘러넘치는데 정작 내 말을 들어줘야 할 단 한 명과 말이 안 통하니, 구구절절이도 적었었다. 나의 펼쳐놓은 일기장, 약간은 일방적인 소통의 장이자 누군가와라도 간절히 연결되고 싶은 마지막 정신줄.
글쓰기는 나에게 한없이 아래로 꺼져내려갈 때, 내 두 발 밑에 단단한 땅을 만드는 것과 같다. 힘들 때 나를 재정비해주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싶어서 글을 썼다. 그 땅에 두 발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 나만의 먹먹한 사연과 방황의 흔적이 쌓여갔고, 나는 훨씬 더 안정적이어졌다. 내가 중심을 잡고 두 다리로 딱 서있으니 주변이 흔들려도 나는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홀로 설 수 있었다.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의 글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응에 허를 찔리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 동정과 위로를 받을 때도, 의도치 않게 '답정너'가 되어 나와 다른 의견의 반응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책 내용이 너무 마음이 아파 제대로 읽기가 힘들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내 글을 되돌아보니, 지나치게 솔직했던 부분도, 너무나도 어두웠던 부분도, 감정적으로 부담스러웠던 부분도 이제와 보이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의 불행이 남에게 위로가 될까?
남의 동정이 나에게 위로가 될까?
어느 순간, 호흡기처럼 나에게 숨을 쉴 수 있게 기회를 줬던 글들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날들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호흡기가 필요 없어진 걸까? 내가 적은 글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나의 상처의 증거로 남았는데, 나는 단 한 번도 불행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의 과거를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그 글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쓴 글이, 곧 내 자신이 됐다. 내 글의 고민과 상처와 실망과 아픔이 곧 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고통 속에 살고 있지 않았다. 나는 성장하고 변화했는데, 아니 그랬다고 믿었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은 정체된 느낌이었다. 읽기 힘든 부분을 모두 지울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 글을 쓸 때의 감정과 생각은 글을 지운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것도 나의 한 부분이었으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계속 글을 써야 한다고 깨달았다. 내가 단단하게 땅을 만들고 그 땅 위로 두 발로 섰으니, 이제는 앞으로 걸어 나아갈 차례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변화무쌍했고, 덕분에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었다. 이제는 안정 궤도에 들어서면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한결같은 노력을 들여야 하고,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길을 닦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도 글쓰기로 단단하게 다져둘 것이다.
이전에는 감정을 해소하고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썼다면, 이제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단순한 일상의 기록에 더해서,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을까? 내가 쓴 글이 곧 내 자신이 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올해 다짐으로 행복 가득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그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트레스받거나 화났던 일화는 술술 타자가 쳐지는데, 왜 행복한 글을 쓰기에는 주저하고 있을까?
지금의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 글을 쓸 것이다. 행복의 증거를 찾는 글, 행복을 연습하는 글, 행복이 전해지는 글. 그리고 내가 쓴 글들이 곧 나 자신이 되어, 내가 마음에서 우러러 행복할 때까지!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은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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