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가장 찬란한 순간
‘쪽팔리다’라는 표현의 사전적 의미는 부끄럽다, 창피하다, 체면이 깎이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 ‘쪽’의 어원은 얼굴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요.
사람에게 얼굴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눈 코 입 귀가 모두 얼굴에 위치해 있어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도,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얼굴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시각, 후각, 청각, 미각으로 세상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받아들일 수 있고, 그 감각을 온전히 느끼는 경험치가 쌓여 나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해요.
더해서 한 사람의 눈빛이나 외모,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감정 등 한 사람만의 독특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눈코입과 얼굴의 조화로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기도 하여 화장이나 미용으로 가장 많이 꾸미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얼굴로서 자신을 알려 상대에게는 나에 대한 판단을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줍니다.
그런 얼굴이 팔리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팔리는 행위는 값을 받고 물건이나 권리 따위가 남에게 넘겨지거나 노력 따위가 제공되는 것을 말합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얼굴 자체를, 누군가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표정을, 누군가는 달콤한 말을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팔린 쪽은 구매자에게 평가받고 판단받기도 하죠. 특히 입으로 나오는 말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가장 영향력이 클 것이라 생각돼요. 유명한 가수의 목소리도, 능력 있는 연예인의 연기력도, 인기 강사의 강의도, 정치인의 실력도... 모두 쪽이 팔리고 대중에게 소비되어 평가받는 입장일 테니까요.
만약 제 얼굴이 팔린다면, 저는 제 얼굴에 어떤 가치를 드릴 수 있을까요? 제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저의 글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 일상을 담은 글을 많이 쓰기 때문에, 제 글이 곧 제 얼굴이자 저 자신이에요. 제 글이 많이 읽힐수록, 제 글에 댓글이 달릴수록, 정말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많이 쪽팔립니다. ^^;
글을 쓰면 쪽 팔려서 독자님의 판단과 해석을 얻습니다. 모든 사람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좋은 평을 받기는 어렵겠죠. 저의 노력은 부질없는 일로 평가받고, 저의 아픔이 가십거리가 되고, 저의 일상이 물망에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쪽 팔려서 독자님께 응원과 공감을 얻습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겪으신 분께 제가 쓴 글이 희망이 되기도 하고, 제가 적은 깨달음을 참고하시며 자신의 상황에 반영해보시기도 하고, 글로 가까워진 사이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기꺼이 읽어주시기만 하는 것으로도 정말 감사할 일이에요 : )
살면서 가장 쪽팔렸던 순간, 어쩌면 저에게는 지금일 것 같아요. 제 얼굴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더해서, 그에 대한 저의 양가감정을 포함하여 가장 쪽팔렸던 순간이요 ㅎㅎ 브런치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일평생 글을 제일 많이 쓰는 시기예요. 저라는 사람과 제 글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행복을 찾고 대화법에 대해 같이 고민할 수 있도록 저를 열어두고 있어요.
쪽은 팔렸지만, 저는 여전히 정답이 무엇인지 찾고 있어요. 스스로의 중심을 잡고, 제가 선택하는 방향으로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 있어요. 아마 중간에 시행착오도 겪고 길을 잃기도 할 거예요. 그때마다 또 쪽팔리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살면서 가장 쪽팔렸던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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