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May 23. 2023

내가 글밍아웃을 못하는 이유

옷장 안이 내 세상~~!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글쓰기는 제게는 또 다른 세상입니다. 마치 영화에서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나니아가 펼쳐지는 것처럼. 제가 알고 있던 범위보다 훨씬 크고 전혀 다른,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존재조차 몰랐던 세상, 내 안의 또 다른 세상! 그 옷장은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신기한 문이었고, 그렇게 그 안에서 나만의 나니아가 탄생했어요.


저는 제가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쓴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아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굳이 말하고 다니지는 않는... 비밀로 하는 건 딱히 아니라 간간이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전체공개로 쓰니 검색하면 결과에 뜨기도 하겠지만... 말이죠^^;




저의 비밀스러운 작가 생활의 첫 번째 이유는 남편입니다. 


남편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면 글 쓰는 일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제 글은 저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은 생각들을 털어놓는 펼쳐놓은 일기장이기 때문에,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적어요. 그리고 많은 부분 남편에 대한 저만의, 아내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쓰며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거든요. 


제 글은 저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제가 서운하게 느끼거나 상처받은 일화들만 쓰게 되고, 당연하게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남편에 대한 저만의 생각이에요. 남편 덕분에 저 자신에 대해 많이 배우고 많이 변화한 저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의도였는데, 그런 부분이 왜곡되고 남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거나 남편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요 ㅠㅠ




저의 비밀스러운 작가 생활의 두 번째 이유는 남편의 친구입니다. 


저는 누군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괜히 저라는 존재만으로도 눈치 보이거나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면서 제게 억지로 맞추려는 노력을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마치 제가 남편의 ‘특별한 친구’이신 여사친 분의 존재만으로 괴로워했던 것처럼, 그런 존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도 상대에게도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 트라우마로 인해 선량한 다른 사람들까지 불신하게 되고, 특정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쌓이는 것 자체가 저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란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해요. 


남편의 ‘특별한 친구’ 분께서 나를 위해 하셨다던 모든 행동이 그분의 세상에서는 진심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 입장과 달랐다 뿐이죠. 그분은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을 것이고, 최선을 다해 그분의 진심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런 모습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누군가가 배려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배려있는 행동이라 믿고 했다면, 저는 그 진심만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를 포함한 누구에게나 스스로에게 바라는 자신만의 모습이 있고 그렇게 자아실현을 하며 살아가는 것일 텐데, 그 기회가 많이 주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 배려를 거절해 버리고, 거짓말이나 부정행위로 치부해 버리면,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저를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스스로 정확하게 알고, 상대에게도 알려줄 것 같아요. 만약 상대가 저를 위해 배려해 주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것이고, 만약 상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려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똑같은 행동을 하겠죠^^ 그 뒤에 제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상대가 어떤 배려를 하던 스스로 중심을 잡고 그에 영향을 받지 않기로 선택할 것이니까요.




저의 비밀스러운 작가 생활의 세 번째 이유는 저입니다. 


글쓰기는 저에게 단단한 땅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다고 믿어요. 사실 저는 뿌리 없는 나무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가치관을 스스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저의 글 속에서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안정적이어지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고 싶은 바람은 없습니다. 만약 남편이 한 술 더 떠서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또는 남편의 친구가 남편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 선택을 막고 싶지는 않아요.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그들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유를 인정합니다.


다만 제게 남은 선택을 저를 위해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잘 보내줄 줄 알고, 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선택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저의 선택이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아마 저와 가까운 사이인 경우에는 저를 위하는 마음이 더욱 커서, 더 나은 방법이나 더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할 수도 있지요. 저 역시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말 한마디에 흔들리거나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게 될 때도 있죠. 


그래서 오히려 저만의 공간이 필요해요. 혼자 있을 때 중심을 더 잘 잡을 수 있어요. 제가 원하는 삶, 제가 바라는 인생을 생각할 수 있도록 오롯이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것이 제게는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제 친구들이나 저와 가깝게 지내는 지인 분들께는 다 말하고 다녔다는 거 ^^; 이번 출간 때에도 정말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았어요! 


물론 제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저만의 과대망상일 수도,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지요. 이미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 분께서는 제 글을 읽는다고 좌지우지하지 않으실 것이고, 제 주위에는 현명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분명 스스로 판단하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그래도 이 옷장 안은 제 세상입니다! 제 세상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내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도 보지 못하고, 나뭇잎에 붙은 애벌레를 떼고 있었다. 이제는 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시야를 키워야 한다.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중


숲을 보라 닝겐!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https://class101.net/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744364


매거진의 이전글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면 어떤 느낌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