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욕구 :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한국어는 바로 부탁받을 때와 거절받을 때입니다.
부탁을 받아서 흔쾌히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해줬을 때에도
여력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만 했을 때에도
뭔가 상대를 만족시키기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어요.
“마음껏 해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어떤 일을 맡길 때 흔히들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래서 창의력이 요구되는 부분은 제 마음껏 해보고,
일정 부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최선인 대로 일처리를 해놓으면,
반응이 좋지 않았던 적이 있었어요.
중간중간 보고드릴 때는 아무 의견을 밝히지 않다가 일이 다 끝난 상태에서야
고칠 점부터, 바꿀 점부터, 먼저 말씀하셨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하는 바가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면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말이죠.
원래부터 ‘정답’이 있었던 작업이었는데,
센스와 눈치가 요구되는 부탁이었는데,
제가 말 그대로 제 마음대로 해놔서 그럴 수도 있을 거예요.
또는 “~~ 하면 불편하실까요?”
라는 문장으로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떤 과정에서 필요하다 여겨지는 작업의 일부라면 당연히 요구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 해야 하는데 제가 불편할까 봐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관계에서도 사실상 제가 결정권자가 아님에도,
저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는 취지로 이런 문장을 표현하셨겠지만...
~~ 했으면 좋겠다는 분명한 의사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면
오히려 더 받아들이기 편했을 것도 같아요.
“너 정말 괜찮겠어?”
“네가 불편하지 않겠어?”
제가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한국어는 바로 ‘돌려 말하기’입니다.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완곡하게 거절하기?
예의상 호응해 주기?
관계를 소중히 여겨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해주는 배려들을 제가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낄낄빠빠를 제 때 못하거나,
의도치 않게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되기도 해요.
만약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해주었다면,
저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상대의 배려가 저를 가해자로 만들고 있는 것 같았어요.
또는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할 수가 있어?”
억지로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고, 손절할 것이라 다짐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만약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는 부탁을 들어주기 싫은 마음이라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거절하면 된다는 가능성 자체를 고려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거절한다는 행위 자체를 나쁘게 보고 거절한다면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전제 때문일까요?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존중해 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상대의 의사만큼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나의 의사를 동등하게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하잖아요.
또는 내가 거절했을 때 상대가 그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때문일까요?
나의 상황을 알리고 상대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상대도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내가 무리해서라도 자신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주지는 않을 거예요.
없어서 돌려 말해줘도 못 알아듣잖아”
“너를 배려해서 나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어”
“넌 눈치도 없냐. 상황 파악 좀 해라.”
이런 피상적인 말보다, 차라리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게 어떨까요?
어쩌면 상대는 정말 좋은 사람인데,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어요.
불편한 게 있으면 표현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 주세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상대에게도 잘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나는 각자의 감정을 존중하는 친구사이를 원한다면, 그 친구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친구가 선을 넘었다고 느낄 때,
감정 쓰레기통의 역할을 거부하고 친구에게 잘 설명해 주세요.
내가 나 스스로를 이용당하게 두지 말고,
친구에게도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이상한 거야?”
“내가 꼰대인가 봐?”
좋은 의도였지만 상대에게 불필요한 배려와 친절을 발휘해 놓고,
똑같은 호의를 바라는 눈치를 상대가 못 알아챈다면...
그건 상대가 나쁜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내가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요?
원치 않는 친절은 폭력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상대의 반응이 어떻든 간에,
내가 나를 위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어디까지인지
스스로의 기준을 정해주세요.
사회적 통념이나 대다수의 의견이 아닌
나만의 중심을 잡아주세요.
상대가 고마워하든 하지 않든,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그 정도만 해줘도 또는 해주지 않아도 이미 충분해요.
나에게 몇 번의 선을 넘어서 널 손절할 거야!”
“이건 누가 봐도 손절할 만한 일이고 네가 잘못한 거야!”
“이게 당연한 예의인데 너는 지키지 않았으니까 친구도 아니야!”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 감정 모두 타당해요.
하지만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기서 잠시 시간을 갖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아요.
우리가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소중한 관계였다면,
친구가 스스로 깨닫고 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수도 있고,
친구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도 있어요.
친구의 상황이 더 나아질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켜줄 수도 있고,
꼭 자주 만나거나 매일 연락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묵묵히 친구를 생각해 줄 수도 있죠.
안 된다면, 그 친구와 함께해서 재밌고 즐거웠던 시간만 추억해 보아요.
좋은 기억으로, 좋은 친구로 간직하고 있다 보면
시간이 지나 인연이 돌고 돌아
또 언젠가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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