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이 애기씨를 보호하는 이유
인고의 착각 : 한국인이 오해를 쌓는 이유
어떤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오해가 쌓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해요.
동양적 관점, 더해서 관계주의가 강한 한국인은
한 사건의 전후사정과 인과관계를 전체적으로 보려 하는데,
오히려 오해가 더 쌓일 수도 있어요.
한 가지 상황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제가 남편에게 어떤 부탁을 했을 때, 남편이 거절한 상황이에요.
저는 남편에게 (남편이 부탁하지 않아도) 이런저런 편의를 봐주고,
개인적인 일정이나 선호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희생하며,
우리 부부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더 많이 해왔어요.
남편이 저의 노력을 알아주고 분명 그만큼 고마워할 것이라,
그리고 남편 역시도 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해줄 것이라 믿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간단한 부탁을 거절하다니...!
남편의 일정을 감안하고 상황과 전후사정 모두 고려해 봤을 때
아주 쉬운 부탁이라 여겨져서 당연히 해줄 줄 알았는데!
제게는 엄청난 상처가 된 것이죠.
착각적
통제감은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환경이나 상황을 통제한다는 착각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 심리를 말합니다.
착각적 통제감은 관계주의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영향을 받기를 바라는 관계에서,
나의 행동과 상대의 행동을 통제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죠.
내가 이만큼 희생했으니, 상대도 고마워하겠지.
우리 사이에서 상대가 나를 위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내가 이렇게 했으니 나는 이 정도 자격은 있어.
비현실적
낙관주의 역시 내가 원하는 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말합니다.
관계주의에서는 상대의 마음 역시 나의 마음과 같을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기대하는 심리로 볼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만큼, 남편도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
내가 남편을 위해 희생한 만큼, 남편도 나를 위해 희생해 줄 것이라는 믿음
내가 남편의 편의를 봐주는 만큼, 남편도 나의 편의를 봐줄 것이라는 믿음
내가 남편을 위해 노력한 만큼, 우리 부부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래서 실질적으로 상대가 어떤 마음인지도 모른 채,
내 마음속에서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게 되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그랬구나” 하는 올바른 방법은 상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랬구나... 그런데 이렇게 할 수도 있었잖아?”
“그랬구나... 그러면 그때는 왜 그랬던 거야?”
“그랬구나... 그렇다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네?”
“그랬구나... ~~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렇다는 거였구나?”
이렇게 토를 다는 것이 아니라,
“그랬구나.”
그리고 끝을 내야 합니다. 단순하게 상대의 입장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럴까?
-> 저 사람은 저러고 싶구나
정말 그렇게 살고 싶을까?
-> 그렇게 살고 싶구나
아니 어떻게 이걸 못할 수가 있어?
-> 이걸 못하는구나
제가 남편에게 연락을 부탁했을 때 남편이 들어주지 않았다면,
그 이유 역시도 남편이 설명해 준 입장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에요.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고 이유를 말해주면,
문자 하나 보내는데 10초도 안 걸리는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어?
옥중 상중 병중 말고는 다 연락할 수 있다는데!
전쟁통에서도 편지로 연락 주고받잖아!
네가 정말 마음이 있었다면 연락 한 번은 할 수 있었겠지!
라고 따지지 않고,
“그랬구나. 시간이 없어서 연락할 수 없었구나”
하고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미스터
선샤인이 애기씨를 보호하는 이유 역시 같습니다.
“할 수 있으니까”
보호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듯,
보호할 수 없었다면 못 했을 거예요.
보호하고 싶은데 할 수 없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겠죠.
보호하기 싫은데 해야만 한다면, 그 또한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겠죠.
마찬가지로 연락하고 싶고, 할 수 있었으면 연락을 했겠죠.
연락하고는 싶었는데, 할 수 없었으니 못했을 거예요.
연락할 수 있었는데 하기 싫어서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것 역시 그 사람의 선택과 자유일 거예요.
오직 그 사람만이 아는 진실이에요.
일단 저에게는 할 수 없었다 했으니 그 말을 믿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감정 소모 하지 않고, 상처받을 필요 없어요.
내가 아무리 더 큰 상황을 볼 수 있고,
더 확장된 인과관계를 볼 수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오해를 쌓지 않고
상대의 입장은 상대의 입장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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