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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13. 2023

나의 진심이 테스트 당할 때

불확실성 회피 : 게임을 시작하지.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대화는 바로 테스트 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십중팔구 이 대화가 테스트인지 조차 모르고 대부분 탈락하기 때문이에요. 




“결혼 전에 한 번쯤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싸워봐야 해. 그래야 본성을 알지.”

“사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그래봤어. 이제 네 진심을 알겠네”

“다 우리 모두 잘 되라고 한 거잖아. 결국엔 내가 말한 대로 됐지?”


대화 속에 함정을 파놓고,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면서 호시탐탐 노리는 테스트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일이에요.

왜 상대의 진심을 믿지 못하고 테스트해야 한다고 느낄까요?




관계주의에서, 한국인의 특성 중 불확실성 회피와 예방적 동기 성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관계란 객관화, 측정화, 수치화하기 어려운 가치잖아요. 


눈이 보이지 않아 더욱 간절하게 원하게 되고 

손에 잡히지 않아 더욱 마음을 쏟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과주의적인 태도와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여,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는 것 같아요.


출제자가 정해놓은 ‘정답’이 있어서 그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손절당해도 싸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테스트로 성취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누군가의 진심을 테스트해야만 한다면,

그 자체로도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뜻 아닐까요?

그런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애초에 믿지를 않는 사람인데,

한 번 정답을 맞혔다고 그 사람을 믿게 될까요?

몇 번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그 사람이 믿을만하다고 느껴질까요?


그럼에도 꼭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를 찾기 위한 테스트인가요?

끝내기 위한 핑계를 찾기 위한 테스트인가요?







동양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잘 못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으려는 예방적 동기가 강해 

부족한 부분에 집중해서 노력하고, 실패에도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해요. 


무엇을 잘했는지 보다, 잘못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얼마나 나아졌는지 보다,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보다, 더 뒤떨어지지 않을 지에 집중합니다.


한국의 교육과정에서는 성적도 평균점수를 내기 때문에,

점수가 낮은 과목들을 더 공부해서 평균 점수를 높이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을,

우리의 관계에 대한 확신을,

팀에 대한 충성심을,


끊임없이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인 답정너

‘빙그레 웃으며 대놓고 기분 나쁠 말까지 다 하는 썅년’인 빙썅

‘자기의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와 젊꼰

‘웃자고 하는 말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진지충, 씹선비

‘눈치 없는 새끼’의 줄임말인 눈새...!


대화에는 정말 여러 가지 빌런들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들리길 바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 방식의 차이 때문에 

화자와 청자가 서로 소통하지 못할 때도 있고, 

각자 원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수용하지 못하니, 

이런 빌런들이 등장한 게 아닐까요? 




사실 이론상으로는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하소연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상황을 낮춰 표현할 수도 있고, 

고민 상담을 하면서 이제까지 자신이 노력해 온 과정을 인정받고 싶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렇다면 듣는 사람으로서 제가 고려해야 할 점은 상대의 의도가 될 것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상대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

상대는 어떤 부분을 내가 들어주길 바라는지

상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쏟아서,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제가 딱 해줬을 때, 그가 만족해하거나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게 제에게는 기쁨일 것 같아요.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도,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도,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대놓고 표현해도 괜찮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누구라도 자신이 뽐내고 싶은 상황에서는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고 싶어요. 

기쁜 일도 굳이 돌려 말하지 않아도 순수하게 축하해주고 싶어요. 


꼭 겸손하지 않아도 되니까,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하나하나 만끽할 수 있도록 

서로를 편하고 안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고 싶습니다.




테스트


하지 않아도... 진심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을 표현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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