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Jun 14. 2024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전 토플 강사가 말하는 영어를 배우는 이유 

영어, 비원어민으로서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공부하고 초중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에서도 영어를 공부한다. 오로지 영어를 학습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가고, 영어 마을이 생기고 영어 캠프가 열린다. 


영어, 그렇게 오래 영어를 공부하면서 나는 딱히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남들 다 하니까, 시험에 나오니까, 공부해야 한다니까, 평생을 영어를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으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토플 시험 준비를 도와주는 일까지 하게 됐었다. 


영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영어 교육에 집중하는가? 35년을 아무 생각 없이 영어 영어 하며 살다가, 얼마 전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고 대체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해봤다. 




 “처음에는 못 알아듣겠었는데, 이제는 네 영어가 들려~”
라는 친구의 말에 충격받아 영어를 더 빨리 말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어떤 모임에서 만난 지인은 자신의 영어 실력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 막힘없이 술술 나오는 스피킹에 너무 유창해서 주변 사람들이 못 알아 들었었다고. 몇 년이 지나고 친구들이 드디어 네 영어가 조금씩 들린다고 하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더 빨리 말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하셨다. 


영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상대가 못 알아들을 정도로 빨리 말하는 것이라니! 영어가 상대와 나를 분리하여 우월을 가리는 기준이 되다니... 고작 영어 말하기 속도로 그런 신분 상승이 되는 건가? 생전 처음 듣는 신선한 사상이라 조금 놀랐는데, 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구나 싶었다. 




나에게 언어란 소통의 ‘수단’ 일뿐이다. 


그림이나 공예, 노래나 춤, 스포츠 등과 같이 나를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이며, 

언어 사용자와 소통하며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사회적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모국어와 마찬가지로 소통하기 위함이다.


친구와 일상을 공유하며 담소를 나누거나, 

재밌는 일화를 들려주고 같이 웃고 싶거나, 

추억을 공유하면서 그리움을 표현하거나,

응원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하며.


그렇기에 청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나만의 언어는 실패한 언어라고 느껴진다. 반대로 문법도 전부 틀리고 발음도 악센트가 심했더라도, 나의 의도가 상대에게 전달된다면 성공적이라고 믿는다. 언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고, 원어민 사이에도 편차가 있으니까.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어느 학회에서 한 학생이 자신이 2년 동안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연구 목적부터, 문헌 조사와 배경과 방법, 결과 분석, 그리고 시사점까지 훌륭한 발표였다. 그리고 질의응답 시간 그 학생이 받은 질문은 연구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였다. 그 학생은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한국에서 토플 강사로 일했었을 때에는 당연히 모든 관심은 토플 점수였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목표 대학에서 요구하는 점수를 맞추기 위해 영어 공부를 했다. 토플 점수를 올려야, 원하는 대학에 가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 


실상은 원하는 전공이 무엇인지, 어떤 공부를 할지, 어떤 연구를 계획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학업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왜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영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싶을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토플 점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서 올라가는 것일 뿐이지 토플이 끝이 아니다.


토플 시험 중 스피킹과 라이팅 과목의 주관식 문제는 암기나 요령으로 만점을 받기는 어렵다. 외워서 쓰는 문장이나 문단 구조와 같은 템플릿 역시 수단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나만의 의견과 나만의 경험을 드러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 엠 어 보이 유 아 어 걸만 알아도 예쁜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머릿속으로 모든 문법을 굴리고 답변을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사람들, 또는 전화 영어 회화를 등록했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외국인과 영어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인과 연애를 한다면 언어가 확 늘게 되는 것도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 나의 하루를 공유하고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하며, 서로 이해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에 자연스럽게 언어가 동반되니까. 특히 싸우거나 억울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가 우수수 튀어나올 때, 그 순간이 영어가 떡상하는 지점일 테니까.







해외 생활 14년 차인 나도 여전히 영어를 공부한다. 야 너두? 지난번에도 자꾸 외출하자는 남편과 집에 있자는 나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그 순간 번득이는 기억력. 빅뱅이론에서 셸든이 한 대사가 생각나 바로 써먹었다. 


“If outside is so good, why has mankind spent thousands of years trying to perfect inside?” - Big Bang Theory




요즘엔 영미 드라마나 외신, 뉴스 생방송 등 다양한 경로로 외국어를 접할 수 있다. 또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외국어로 일기 쓰기나 책 필사등으로도 공부할 수도 있다. 나에게 외국어 공부는 글쓰기와 비슷하다.


단어 대 단어로 직독직해가 어려워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상대의 말에 더욱 귀 기울여 들을 때도 있고

모르는 단어는 제멋대로 해석하거나 오해하기보다 상대에게 직접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다른 문법 구조 때문에 내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의 내용을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점검할 때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당연하다 여겼던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일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should have, would have, could have 등 과거완료 표현을 많이 사용하며 과거에 대한 후회가 많았기에 현재시제를 사용하여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 노력했고,

주어나 목적어가 생략 가능한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나를 주어로 하는 문장 I statement 으로 만들며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 내 생각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더 세련되게 말하고 싶거나, 

상대에게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싶거나,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어 언어유희나 문학적 표현을 활용하고 싶거나, 

언어 속의 문화와 역사, 사고방식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싶거나,

자신의 세계를 더 넓히게 되는 그런 매체로 삼을 수도 있다.


외국어를 배움으로써, 새로운 단어와 숙어를 학습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체득함으로써, 

나의 사고와 행동반경이 확장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것이 내가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이다.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https://class101.net/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4744364

매거진의 이전글 시어머니도 못 꺾으실 외국인 남편의 고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